[단독] 공공기관 부채감축 목표 초과달성? ‘꼼수’ 있었다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0.16 14:21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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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풀리고, 쓸 돈 미루고…“단기적 방안보다 장기적 대안 찾아야” 지적

정부가 500조원 규모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겠다고 나선지 2년 지났다. 정부는 지난해 부채감축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며 자화자찬했다. 올해는 공공기관 부채비율이 200% 이내에 진입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후한 평가에는 ‘꼼수’가 숨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인 2013년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임기 내에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0%로 끌어내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LH와 한전, 수자원공사 등 부채가 과다한 공공기관은 정부의 중점관리를 받게 됐다. 정부는 “부채 감축에 대한 의지가 없는 공공기관장은 사표를 쓰라”거나  “빚 많은 공공기관은 존립 이유가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정부 의지만큼 표면적인 성과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18개 부채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규모는 24조4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계획했던 수준인 20조1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 초과 달성한 셈이다. 정부는 올해 말 39개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이 200% 아래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자료=기획재정부

◆ 한전·도로공사, 예산 부풀린 뒤 남은 돈으로 빚 갚기

이 과정에서 일부 공공기관은 부채감축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산을 이례적으로 높게 설정한 뒤 평년 수준으로 쓰는 방식이었다. 예산에서 남은 차액을 빚 갚는데 써 부채를 줄였다는 의미다.

1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부채감축 실적을 분석한 결과 한국전력공사는 2014년 투자비 예산을 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2011년(5조2000억원), 2012년(4조7000억원), 2013년(4조8000억원) 집행실적보다 1조원 이상 더 쓰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전력공사는 5조3000억원을 집행했다. 예산보다 덜 쓴 1조2000억원은 사업조정에 따른 부채감축 실적에 포함됐다.

1조2000억원을 절감했다는 한국도로공사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 도로공사는 2014년 고속도로 건설 예산 규모를 2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2013년에 1조1000억원을 집행한 것보다 배 이상 부풀린 셈이다. 이 가운데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간 돈은 1조60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빚을 갚는데 썼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경상경비와 사업성 경비를 2013년보다 965억원을 더 쓰고도 1181억원을 아꼈다고 보고했다. 역시나 2014년 경상경비 및 사업성 경비 예산을 2013년 집행실적(3892억원)보다 2456억원 높게 설정한 덕분이었다.

◆ LH·에너지 공기업, 써야될 돈 "일단 미뤄"

사업 시기를 늦추는 방식도 동원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주거복지사업이나 토지·주택 건설사업, 토지은행 사업 등을 위해 19조9000억원을 쓸 예정이었지만 15조5000억원만 집행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 수급 계획을 고려한 가스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을 늦춰 2조7000억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나중에 집행해야 할 숨겨진 채무인 셈이다.

지난해 부채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한전 발전자회사 5곳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중부발전은 미국 볼더시에서 진행중인 태양광발전 사업의 발전용량을 300㎿에서 50㎿로 줄였다. 동서발전은 올해 정선 풍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려던 70억원을 부채를 갚는 데 썼고, 남부발전은 삼척 풍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취소해 이를 통해 발생한 77억원을 부채감축에 활용했다.

서부발전은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할 계획인 태양광 사업을 중단하면서 지출하지 않게 된 44억원을 빚을 값는 데 보탰다. 이들 기관은 부채 감축을 위해 사업을 축소하다가 신재생에너지공급량을 채우지 못해 과징금으로 441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당초 계획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자금지출을 감소시켜 부채를 절감한 것은 적극적인 부채감축대책으로 보기 곤란하다”며 “현재처럼 사업조정, 경영효율화 등 자금유출 감소분을 부채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실적을 과대 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단기적이고 한시적인 부채감축 방안 보다는 장기적인 부채감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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