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많이 팔았는데 웃을 수가 없다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16 15:08
  • 호수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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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량 늘었으나 점유율 떨어져...엔트리급 강화 없인 하락 불가피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9월 2만2000대 넘게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이상 성장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내수 5만6765대, 수출 10만5955대 등 총 16만272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3%나 늘었다.

겉으로 보기에 르노삼성의 성적표는 우수하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마냥 웃기 만은 어려워 보인다. SM7을 제외한 SM 시리즈 판매량이 하락세고 전체 판매량 증가와 별개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줄었다.

◇ 모두가 많이 판 9월 자동차 시장

지난 9월 자동차 시장에서 패자는 없었다. 내수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 전달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달 현대차는 5만1098대, 기아차는 4만1740대, 한국GM은 1만3844대, 쌍용차는 7517대, 르노삼성은 6201대를 판매하며 각각 전달 대비 1.7%, 7.8%, 18.4%, 6.5%, 7.8% 성장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5개사 모두 판매량이 늘어난 까닭에 상대적으로 덜 판 회사 점유율은 줄었다. 현대차가 40.6%로 전달(43.2%) 보다 1.6%p 하락했고 기아차는 34.9%에서 35.1%로 0.2%p 늘었다. 한국GM(12.8%)과 쌍용차(6.3%)가 각각 0.9%p, 1.7%p 늘어난 가운데 르노삼성은 5.2%로 0.2%p 감소했다.

르노삼성이 내수 시장에서 거북이 걸음을 하는 이유는 SM 시리즈가 부진한 탓이다. 올해 1~8월 SM5와 SM7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늘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추이를 보면 SM7만이 나홀로 분투 중이다.

◇ 르노삼성 내수시장 ‘SM7’이 견인

르노삼성자동차 대형 세단 SM7 노바 / 사진 = 르노삼성 홈페이지

대형 세단 SM7 내수 판매량은 7월 367대를 시작으로 SM7 LPe가 출시된 8월엔 675대로 뛰었다. 9월 판매량은 전달 대비 47.6% 늘어난 996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SM 아우들’ 성적이 신통치 않다. 중형 SM5 월간판매량은 7월(1981대) 이후 8월(1623대), 9월(1586대)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소형 SM3 하락폭은 더 가파르다. 7월 판매량 1359대를 기록한 이후 8월 1280대, 9월 1123대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비 하락폭은 8월 5.8%, 9월 12.3%로 커졌다.

사실상 르노삼성 내수 시장은 SM 시리즈가 아닌 소형 SUV 시장 2위에 올라있는 QM3가 이끌고 있다. QM3는 지난 9월 전달 대비 8.8% 성장한 2306대를 팔며 르노삼성 차량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경기도 부천 소재 르노삼성 대리점 관계자는 “대리점 실적이 악화된 것은 아니지만 경쟁사 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며 “매장을 찾는 손님 대부분은 QM3를 보러 온 손님이다. SM3 같은 경우 현대차 아반떼가 나오면서 판매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 르노삼성, 보수적 점유 정책 탈피해야

지난달 르노삼성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해외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9월 위탁 생산하는 닛산 로그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나며 내수 시장 부진을 만회했다.

르노삼성 9월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7% 증가한 1만5551대를 기록했다. 닛산 로그는 8월보다 365% 늘어난 1만2550대를 수출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생산물량은 당초 8만대에서 10만대로 늘었다. 1~9월 누적 수출 물량은 7만80701대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언제까지 해외 실적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SM7이 선전하고 있는 대형 세단 시장 수요가 크게 늘기 어렵고, QM3 역시 쌍용차 티볼리에 밀리며 2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가 없는 소형 SUV 시장에서 QM3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지만 쌍용 티볼리 독주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며 “엔트리급 모델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는 내수시장에서 앞서나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SM3 후속은 르노의 신형 메간이라고 지목했다. 르노 아시아디자인센터가 진행 중인 신차는 2017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내년 중형 세단 탈리스만을 출시해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르노그룹의 해치백 클리오와 미니밴 에스파스의 수입·판매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내수 시장은 현대·기아차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는데 이는 르노삼성 등이 보수적인 가격정책과 마케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어 점유율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위기의식을 갖고 공세적인 점유율 확대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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