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샤오미 제품 수입해 ‘대박’ 낸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
  • 민보름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5.10.21 12:01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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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 넋 놓고 있으면 중국에 모두 뺏길 것”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이사가 20일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자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샤오미 본사 근처 싸구려 호텔에 방을 잡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샤오미를 처음 수입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 수입 업체로 국내에 알려진 기업이다. 코마트레이드의 성장기는 중국 제품에 대한 국내 인식 변화의 역사나 다름없다.

지금이 있기까지 이준석 대표의 선구안과 패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국내 업체들이 아직 중국 전자 제품에 관심 없던 시기, 이 대표는 중국 제품의 경쟁력을 먼저 느꼈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 아이폰을 쓰던 중 배터리가 부족해 주변 가게에서 중국산 보조 배터리를 사서 썼다. 품질이 괜찮았다. 중국 제품은 ‘싸구려’라는 편견이 사라졌다. 이 대표는 곧바로 중국 전자 제품 수입을 구상했다.

처음엔 심천 화창베이라는 시장에서 물건을 받았다. 하지만 몇 천대였던 수량이 만 단위로 늘면서 대량 구매가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5일 동안 매일 샤오미 사무실에 가서 자기소개를 하고 한 달에 10만대를 팔겠다고 공언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샤오미 해외 영업팀 관계자를 소개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샤오미 해외 영업 담당에게 한 달 동안 한국에서 8000통이나 메일이 온 것을 봤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샤오미 물건을 취급하려는 업체들이 보낸 것이다.

처음 샤오미 배터리는 국내 유통업체에서 거부 당했다. 중국산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마트레이드가 11번가와 이벤트를 벌이면서 반응이 달라졌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샤오미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 일명 ‘가성비’가 좋다는 게시물이 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코마트레이드 실적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2년에 출범한 코마 트레이드 매출은 지난해 9월 3000만원에서 출발해 올 상반기 90억원을 넘겼다. 아직 다 지나지 않은 하반기 매출은 80억원을 넘어섰다. 월평균으로 치면 매출이 지난 해 같은 달 대비 100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코마 트레이드가 수입·판매하는 윈마이 스마트 체중계/사진=코마트레이드 페이스북

샤오미가 뜨면서 후발 주자도 덕을 보고 있다. 코마트레이드는 사업을 다각화 하기 위해 다른 중국 업체들과도 사업을 시작했다. 타 브랜드 제품 매출이 늘면 현재 70% 정도인 샤오미 비중이 줄게 된다.

예컨대  코마트레이드는 건강기기만 만드는 윈마이 체중계를 샤오미 체중계 대신 수입하고 있다. 한국 기술표준원에서 킬로그램(kg) 뿐 아니라 근이나 여타 측정 단위를 제품에 표기하고 있는 샤오미 체중계 판매가 부적절하다며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샤오미는 한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따로 내놓길 꺼려한다.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 국내 제조사와 특허 문제로 얽혀 있어 샤오미는 한국에 공식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중국 제조사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길 희망한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가 수월해진다.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코마트레이드는 LG이노텍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탑재한 중국 로모스 사의 보조 배터리도 판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LG 제품을 내장한 건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 기술력의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 붓고 마케팅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노력으로 ‘스카이웍스’라는 텔레비전 제조사는 완전 자동화 공정을 갖추기도 했다.

코마트레이드가 수입하는 제품 종류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처음 보조 배터리로 시작해 지금은 공기청정기에서 휴대폰, 텔레비전으로 고가화·대형화하고 있다. 보조 배터리 같은 저가 소형 제품은 단가가 낮아 매출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나아진 점도 한몫했다.

코마트레이드는 올해 2월 공기청정기 ‘미에어’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현재는 샤오미가 내놓은 55인치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홍미 노트2’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자사 중국 지사가 있는 심천 지역을 중국식 제조업 혁신의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어떤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를 바탕으로 가장 빨리 시제품을 만드는 지역이 심천”이라며 “넋 놓고 있으면 한국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도 뺏기고 수출 길도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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