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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석학 릴레이 인터뷰]⑤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머신러닝 연구로 국내 과학계 우산될 것”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0.22(Thu) 08:26:43 |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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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0월 21일,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K씨. 화장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 버튼을 누르자 30분도 안 돼 화장품이 택배로 도착했다. 쇼핑몰 머신러닝팀이 K씨의 화장품 구매 패턴을 분석·예상해 21일 오전부터 상품을 근처 물류센터에 준비해 둔 덕이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기계가 빅데이터를 분석·해결하는 일련의 학습과정을 말한다. 21세기 산업 판도를 바꿀 분야로 떠오르며 세계 이공계의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머신러닝 분야를 이끌고 있는 학자는 최승진 포스텍 교수다. 포스텍 기계학습 연구실을 이끌며 사람처럼 듣고, 보고, 읽는 컴퓨터를 실현해내는 시간을 쏟고 있다. 그는 머신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AI)이 산업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일본 이화학연구소, AI 연구의 시작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1일 포스텍 공학관에서 시사저널 경제매체 시사비즈와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 = 이민우 기자

최승진 교수는 전기전자공학도 출신이다. 1990년 미국 노터대임대(University of Notre Dame) 박사과정을 밟으며 독립요소분석(independent component analysis)라는 다변수 데이터 분석 방법을 연구했다. 당시 최교수는 데이터 통계 외 학문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7년 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그의 미래를 바꿨다.

“1997년부터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일하며 AI나 브레인 연구의 석학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석학들 강연을 듣고 각자의 연구를 교류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AI, 그 중에서도 머신러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최 교수는 이화학연구소에 있는 동안 주 전공인 데이터 분석 외에 Neural Network(인공신경망)와 브레인 알고리즘 등을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충북대학교 교수로 3년을 지낸 뒤,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에서 본격적으로 머신러닝 후학 양성에 들어간다.

“전기전자가 아닌 컴퓨터공학을 가르친다는 게 낯설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 중에서도 데이터가 기반이 되는 머신러닝 분야에서는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 “국내 머신러닝 연구? 이제 시작”

어느덧 그가 머신러닝을 연구한 지 10년이 넘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컴퓨터 기술 발전에는 가속이 붙었고, 기술의 진보는 머신러닝의 연구 경향도 바꿔 놓았다.

“처음 머신러닝에 대한 연구는 ‘기계가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흔히 말하는 현실의 ‘지저분한 데이터’를 해결하는 학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발달했고 머신러닝도 진보했다. 지금은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 연구가 일정 궤도에 올랐다”

최 교수는 국내 머신러닝 연구도 과거에 비해 많은 진보를 이뤘다고 말한다. 동시에 머신러닝에 대한 과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야겠지만 성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최 교수 생각이다.

“국내 공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만 해도 이공계에서 발표하는 외국 총 논문 개수가 20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만편 정도로 늘었다. 이 역시 전 세계 3% 수준으로 부족하지만 시간에 따라 국내 이공계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의 국내 이공계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해외 이공계에 비해 짧은 역사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공계 발전이 느리다고 초조해야 할 필요는 없다. 머신러닝 분야는 당분간 굉장한 발전을 이뤄갈 것이다. 이 추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이공계 기초를 닦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 않나. 과학 기초과목을 강화하고 주입실 교육을 탈피해야한다.”

◇ “스티븐 호킹? AI 전문가 아니다”

최 교수는 AI에 대한 극단적 가정을 경계했다.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은 막상 AI 연구 현장과 동떨어진 ‘비(非) 전문가’들이라 지적한다.

“AI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려면 AI 기술력이 엄청난 진보를 이뤄내야 한다.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AI가 인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 말한 스티븐 호킹이나 앨런 머스크는 천체물리학과 자동차 전문가지 AI전문가들은 아니다. 연구 현실을 알면 그런 가정 자체가 어렵다”

최 교수는 AI가 인류의 일자리를 줄이고 더 나아가 자본가의 입지만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는 일부 동의했다. 단순 반복 작업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몇몇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급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AI 기술력으로도 인간의 반복 숙달 작업을 대체하기는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몇몇 직업들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업들이 있다. 감성과 고급지능을 요하는 다른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에게만 유리할 것이란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AI가 산업 현장을 파고들수록 소비자들이 누리는 이익도 증가될 것이란 게 최 교수 생각이다. 머지않아 AI는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업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AI가 온라인 쇼핑몰 등에도 응용되는 날이 올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언제 살지 미리 예측하고 해당 날짜에 근처 물류창고에 상품을 보내 놓는 것이다. 즉, 당신이 상품 주문을 클릭하고 1시간도 안 돼서 물건이 배달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 “국내 이공계의 우산될 것”

최승진 교수는 롤 모델로 일본 과학자 슈니치 아마리를 꼽았다. / 사진 = 이민우 기자

최 교수가 이공계에 몸담은 지도 어느 덧 20여년. 척박한 국내 이공계에 머신러닝 기틀을 잡아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학자로서의 길은 멀었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그를 겸손하게 만든 건 일본 과학자 슈니치 아마리(Shunichi Amari)다.

“일본 이화연구소에서 브레인 연구를 이끄셨던 슈니치 아마리가 롤 모델이다. 한국으로 치면 장관까지 올라갔던 분이지만 80세에 가까운 나이에 다시 학자로 돌아와서 연구에 매진하고 계시다. 부귀영화가 아닌 배움을 위해서, 평생을 학자로서 사는 그 분의 모습에 감명 받았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 모습을 닮고 싶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내 이공계의 ‘우산’이 되는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역사가 짧은 이공계를 위한 유일한 길은, 하루빨리 노벨상에 근접한 세계적 연구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일본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훌륭한 선배들이 연구 전통을 물려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명맥이랄 게 없다. 머신러닝을 비롯한 연구 기반을 더 열심히 닦아 놓아 후배들을 지켜주는 우산이 되고 싶다. 언젠가 후학들이 미국이나 영국 과학자들을 앞지르는 날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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