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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 국가원수’ 교체설 모락모락

김영남 지고 김양건 급부상…당 창건 70주년 행사로 드러난 북한 권력 변화의 새로운 징후

이영종│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 | 승인 2015.10.22(Thu) 13:36:38 |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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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가 열린 지난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 군 병력과 군사 장비가 총출동한 듯한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바로 옆자리에는 축하 사절로 온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앉았고, 북한 군부와 노동당의 핵심 간부들이 포진했다. 그런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모습이 북한 TV 앵글에 보이지 않았다. 명목상의 2인자이지만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원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김영남의 부재는 대북 관측통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김영남의 신상에 뭔가 변동이 생긴 게 아니냐는 측면에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때문인지 북한은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김영남과 관련한 상황을 언급했다. 김정은을 비롯한 핵심층이 앉은 주석단이 아니라, 그 아래 ‘주석단 초대석’에 김영남이 앉았다는 설명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남 동지, 박봉주 동지(총리), 양형섭 동지(당비서) 등과 쿠바 국가이사회 부위원장인 살바도르 발데스 메사 동지 등이 주석단 초대석에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해외 손님을 모시기 위해 주석단 바로 아래층의 초대석에 앉았다는 얘기다.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뉴시스

김양건, 김정은과 귀엣말에 짝다리 짚기도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영남의 위상에 뭔가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김영남은 원로 맏형 역할을 부여받았다. 1956년 당 국제부 과장을 시작으로 당 국제부장(1972년), 내각 외교부장(1983년)을 거친 베테랑 국제통인 김영남은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1998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권력 안정화의 기틀을 다졌다. 그런 그가 다시 당과 내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김정은 권력의 안착을 돕는 자리를 맡은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에서 김영남은 최고 권력자의 신임을 바탕으로 부침 없이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김정은 권력이 예상보다 일찍 안정적인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김영남의 일선 퇴진이 거론됐다. 무엇보다 김영남의 물리적 나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1928년생인 김영남은 90세를 앞두고 있다. 아직 공개 행사 연설을 맡는 등 결정적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 인사를 접견하거나 대사 등의 신임장을 받는 활동이 적지 않은 자리라는 점에서 고령인 인사가 계속 맡기에는 무리라는 얘기다.

김영남의 권력 전면 퇴장이 거론되는 더 중요한 배경은 김양건 당 비서의 약진이다. 당 통일전선부장 겸 비서인 김양건은 고유의 영역인 대남 문제를 넘어서 김정은을 폭넓게 보좌하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7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연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김정은을 밀착 수행한 것도 김양건이다. 김정은과 귀엣말을 하는 것은 물론 부인 리설주와 눈을 마주한 채 대화하는 장면도 포착된다. 짝다리를 짚거나 몸을 한쪽으로 기울인 듯한 자세도 드러나는데, 쭈뼛거리거나 긴장한 표정인 박봉주 총리 등 다른 간부들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런 분위기는 장성택 처형 직전인 2013년 11월 김정은의 백두산 방문 때도 두드러졌다. 당과 군부의 간부들이 백두산을 방문해 장성택 제거 대책을 논의한 이른바 ‘삼지연 8인방’ 가운데 김양건이 포함된 것이다. 김양건은 집권 4년 차인 김정은 체제에서 드물게 기복 없이 탄탄대로를 달린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양건이 이처럼 잘나가는 배경에 대해 대북 정보 관계자는 “김양건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임이 뿌리 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와 김양건의 부인은 각별한 사이로, 김정은이 그를 ‘이모’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자기 소생인 막내아들을 후계자로 만들려고 노심초사했던 고영희를 도왔던 김양건 부부에 대한 김정은의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김영남의 퇴진이 이뤄질 시점이 되면 김양건이 후임 1순위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평양의 핵심 권력층 사이에서 파다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2인자’ 다툼 최룡해 위상도 여전히 견고

일각에서는 당 선전비서 김기남이 김영남을 대신할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은 “지난 5월 김기남이 사라졌다 다시 복귀하긴 했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재일 노동당 선전담당부장에게 업무를 넘기고 일선에서 퇴진했다. 한때 김기남이 북한 내부 행사 주석단이 아닌 아래 방청석에 앉은 모습이 드러나 권력 전면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식통은 “그의 빈자리가 커지자 다시 복권됐다”며 “리재일은 숙청되지는 않았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력 실세로서 한때 2인자 다툼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는 김정은의 좌우에 포진하면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형국이다. 최룡해를 밀쳐내고 총정치국장 자리를 거머쥔 황병서가 기선을 제압한 듯한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룡해도 나름의 저력을 보이며 신임을 회복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의 류윈산 접견 때 황병서가 아닌 최룡해가 배석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군부의 새로운 실세군(群)으로는 현영철의 처형 이후 후임에 오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상장), 조남진 중장, 염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두 달 후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집권 5년 차에 접어든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당과 ‘국가’ 건설을 찬양하는 데 주력한 당 창건 70주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자기만의 통치 스타일을 선보여야 한다. 노동당과 내각, 군부를 주축으로 한 평양 권력의 핵심부에도 대대적인 손질을 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가 손을 봐야 할 우선순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김양건을 위시한 김기남·최룡해·최태복·곽범기·오수용·김평해 등 당 비서 그룹이 김정은 체제의 당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4년간 좌충우돌하며 안착에 몸부림쳐온 김정은 권력은 지금 또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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