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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식은 오디션 “더 자극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욕설과 선정성 택한 이유

하재근 | 문화평론가 ㅣ . | 승인 2015.10.22(Thu) 14:27:09 |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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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포맷이 예능가(街)를 완전히 점령이라도 할 듯이 기세를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Mnet의 <슈퍼스타K> <보이스 코리아>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을 필두로 MBC의 <위대한 탄생>, SBS의 <K팝스타>, KBS의 <TOP 밴드> 등이 각축을 벌였다. 하지만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디션의 현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슈퍼스타K>다. 오디션 열풍의 포문을 열었던 이 프로그램은 지금 시즌7이 방영되고 있다. 2009년에 시작돼 벌써 7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슈퍼스타K>는 매년 예선이 시작될 때부터 수많은 화제를 일으켰었다. 다양한 재야의 고수들이 등장해 각각의 개성으로 인기를 끌었고, 본선인 슈퍼위크를 지나 톱10 생방송에 진입할 때쯤이면 으레 방송계 태풍의 핵이 됐다. 각각의 출연자들을 응원하고, 상대편을 비방하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과열을 걱정할 정도였다.

ⓒ Mnet

그러나 이젠 다르다. <슈퍼스타K> 시즌7이 시작됐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화제성이 떨어졌다. 예선을 지나 슈퍼위크까지 끝내고 톱10이 선정됐는데도 조용하다. 매체들만 ‘최후로 선정된 TOP 10은 누구? 기대감 상승’ ‘슈퍼위크 씹어 먹은 역대급 참가자들’, 이런 식으로 외롭게 중계 기사를 낼 뿐이다. 기대감이 사라진 역대급 무관심, 이것이 한때 예능 판도를 뒤흔든 <슈퍼스타K>의 현실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점이 사라졌다

그렇게 뜨겁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는 왜 꺼진 것일까. 애초에 오디션 열풍이 일어났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꺼진 이유도 찾아낼 수 있다. 오디션 열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2010년 <슈퍼스타K>에서 허각이 우승했을 때다. 허각이 귀티 나는 해외파 엄친아 스타일인 존박을 꺾고 우승하자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엄청난 열기가 나타났고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잇따라 허각 신드롬과 오디션 열풍을 다뤘다. 2011년엔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백청강이 우승하면서 그런 열풍을 이어나갔다.

허각과 백청강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다. 허각은 뚜렷한 직업 없이 환풍기 수리공 등 다양한 일을 전전하던 청년이었고, 백청강은 조선족 출신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스펙 좋은 해외파까지 다 제치고 우승하자, 이 기막힌 인생 역전 스토리에 대중이 열광했던 것이다. 현실에 드러난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이민자 집안 출신 하류층이 자기 몸뚱이 하나로 일약 스타가 되는 <록키> 스토리에 미국인들이 열광했던 것처럼, 오디션 인생 역전 스토리가 한국인의 가슴을 뛰게 했다. 특히 당시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무렵이었다. 청년층에겐 좌절·체념·분노 등의 정서가 퍼져갔다. 바로 그런 시기에 오디션이 희망을 보여줬다. 간판, 스펙, 집안 재산, 빽’ 그 어떤 것도 없이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바닥에서 꼭대기로 올라간 청년을 보여줬다.

당시는 아이돌 중심 가요계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할 무렵이었다. 2000년대 동방신기 이후 소녀시대의 신(新)한류 시대가 전개되면서 쇼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외에는 만나볼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외모와 퍼포먼스로만 스타가 되는 가요계에 대한 불신은 거꾸로 오디션 실력파에 대한 열기를 불러왔다. 또 디지털음악, 댄스음악, 4차원 가사 등으로만 획일적으로 치닫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도 컸다. 그때 오디션 프로그램이 8090 명곡들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려줬다. 그렇게 오디션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쇼가 됐다.

지금 오디션이 몰락한 것은 이런 열풍의 이유가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생 역전 스토리를 이룬 줄 알았던 오디션 스타들은 알고 보니 그저 그런 신인 가수가 된 것뿐이었다. 허각 정도는 그나마 활동을 이어가지만, 대중이 열광했던 대다수 오디션 스타들은 데뷔만 하고 곧바로 잊혀졌다. 인생 역전이라는 오디션의 감동과 판타지는 사라졌다. 외모밖에 없는 아이돌에 비해 오디션 스타들이 엄청난 실력을 보여줄 것 같았지만, 막상 정식 쇼프로그램에 선 것을 보니 기존 가수보다 특별히 나은 점도 없었다. 와중에 아이돌들은 <복면가왕>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디션 출신과는 차원이 다른 가창력을 폭발시켰다. 점점 오디션의 비교우위가 사라진 것이다. 과거에 오디션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들려줬지만, 요즘은 <복면가왕> <히든싱어>를 비롯해 많은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음악을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무한도전>까지 1990년대 가요 공급자로 나섰을 정도다. 그렇게 오디션의 음악적 희소성도 사라졌다. 이러다 보니 한류 기획사가 직접 나서는 SBS <K팝스타> 정도만 화제를 모을 뿐.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가 식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오디션은 장르적 전문성으로 응전했다. 막연히 대국민 오디션을 치러 국민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포맷이 아니라, 특정한 장르를 내걸고 특정 시청자들만으로 열성 팬을 형성해 틈새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전략이다. 힙합 오디션인 <쇼미더머니>, 트로트 오디션인 <트로트엑스>, 춤 오디션인 <댄싱9>, DJ 오디션인 <헤드라이너> 등이 시도됐는데, 여기서 <쇼미더머니>가 제대로 터졌다. <슈퍼스타K>처럼 국민 스타를 만든 건 아니지만 인터넷 화제성에서 대박을 쳤다.

흙 속에서 ‘진주’ 대신 ‘디스’ 발굴하다

이렇게 힙합 오디션이 뜨자 이번에는 여성판인 <언프리티 랩스타>가 시도됐고 이것 역시 히트를 쳤다. 원래 <슈퍼스타K> 시리즈가 편성됐던 금요일 밤의 황금시간대는 <언프리티 랩스타>에 돌아갔다. 대신 <슈퍼스타K>는 목요일에 자리 잡았다. 그럴 정도로 요즘 힙합 오디션은 제대로 떴다.

무엇 때문일까. 차원이 다른 자극성 때문이다. 원래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매번 악마의 편집 논란이 뒤따랐다. 여기에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 자극적으로 무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욕받이 하나씩 달고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즌마다 튀는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상대를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랩의 특징을 빙자해 무차별 상호 비방전을 이어나갔고, 여성 비하나 성적인 표현까지 잇따라 등장했다.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이 나오는가 하면, 한 여성이 상대 여성에게 “사람 아닌 돼지랑은 못 놀겠네”라며 욕설을 하자, 상대는 “메가폰 잡고 가슴 흔들며 말하겠지, Shake it. 그리고 물어봐야지 ‘오빠 나 해도 돼?’”라며 자기 가슴을 만지는 식이다. ‘쇼미더 논란’ ‘언프리티 욕스타’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 다양한 음악을 전해주며 시작된 오디션 열풍은 이젠 욕설과 선정성이라는 자극적인 코드로 변화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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