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인사이드] 경제성 부족한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사업, 전반적 개선 필요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0.23 17:47
  • 호수 13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정부가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을 이름만 바꿔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신산업 기반구축’을 2016년 신규 사업으로 선정했다. 산업부는 이 사업을 통해 에너지 저장장치(ESS)·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과 전기차 분야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2016년 예산으로 87억50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이 가운데 60억5000만원은 ‘에너지저장장치 융합시스템 보급’ 사업 예산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융합시스템 보급사업은 산업단지(공업시설)와 상업시설에 ESS 및 EMS 설치 비용 70%를 보조하는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저장장치 보급사업이 이미 한 차례 경제성 부족으로 지적받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산업부는 ‘에너지저장장치 기반 빌딩 및 산업단지 수요관리’ 사업을 2016년 신규 사업인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경제성 부족을 지적했다.

기재부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총 비용의 현재가치가 76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에너지비용 절감편익·탄소배출 절감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총 편익의 현재가치는 418억원으로 342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사업 추진 중단을 권고했다. 산업부도 이 권고안을 받아들여 스마트 그리드 확산사업에서 해당 사업을 제외했다. 그러나 대신 ‘에너지신산업 기반구축’ 사업 내에 에너지저장장치 융합시스템 보급 사업을 신설해 예산안을 편성했다.

두 사업은 설치장비(ESS·EMS)와 구축 위치(산업 단지 및 상업시설)에서 실질적으로 유사하고, 수행형태가 민간과의 컨소시엄이 아닌 정부 주도의 보조사업인 것에서만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적 편익 외에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 대한 지원이 가져오는 기술개발을 통한 관련 제품의 비용하락 효과와 해외시장 진출 및 주변시장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지난 4년간 스마트그리드 보급 사업을 통해 411억원을 투입해 공공기관·산업체 등 56개 장소에 에너지저장장치(55MWh)와 에너지관리시스템을 보 급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입증되지 못한 사업을 보급 사업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보급 사업을 지속 추진할 경우, 보조율도 현행 70%에서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지원이 2012년부터 시행돼 보조 기간이 오래됐으므로 민간의 자생적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보조율의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5년 수행한 16개 에너지저장장치 보급 사업 가운데 배터리 부분은 대기업 참여 비중이 75%(12개)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기업에 대한 보조비율을 중소·중견기업과 차등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