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김진태 검찰총장 뒷조사 했다
  • 김지영·안성모·김회권·조해수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5.10.24 18:48
  • 호수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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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본청 작성한 ‘김진태 검찰총장 내사 보고서’ 단독 입수..."김진태 총장, 스폰서 소송 사건들에 개입한 의혹 있다"

경찰이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해 뒷조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청 본청은 지난 7월 20일 이후 ‘김진태 검찰총장, 스폰서(후원자)로 알려진 서라벌 CC 김광택 회장의 각종 사건에 개입 의혹’이라는 제목의 내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A4용지 7장 분량으로, 경찰 수뇌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라벌 CC의 공식명은 서라벌 GC(골프클럽)인데 보고서에 ‘서라벌 CC’로 표기돼 그대로 인용한다.

경찰은 보고서에 등장한 인물 가운데 일부를 직접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태 총장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접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찰은 임기가 오는 12월 2일로 얼마 남지 않은 현직 검찰총장을 왜 뒷조사했을까. 그렇게 내사를 통해 정리한 보고서의 용도는 또 무엇이었을까.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김진태 검찰총장은 현 서라벌 CC, 청도 그레이스 CC, 대전 월평동 자동차매매단지 등을 소유·운영하고 있는 김광택 회장으로부터 평소 스폰(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 총장은 김 회장이 이들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고소를 당한 사건에 개입해 사건을 무마한 의혹이 제기’된다며 ‘김 회장이 서라벌 CC 등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전(前)소유주들을 기망해 편취한 혐의로 고소나 민사소송을 제기당했으나, 김 총장의 도움을 받아 모두 무혐의 및 승소했다고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보고서에 김 총장이 김 회장 사건에 개입한 정황과 의혹을 제법 구체적으로 적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총장이 개입했다는 김 회장의 소송 사건은 모두 3건. 서라벌 CC와 그레이스 CC, 대전 중고차 매매단지 소송 등이다.

본지는 경찰이 작성한 김 총장 내사 보고서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에 주목했다. 본지 취재를 통해 보고서에 언급된 3건의 소송 사건은 대체로 사실로 확인됐다. 그런데 김 총장이 그 소송 사건들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총장의 스폰서로 지목된 김광택 회장과 소송 당사자들 사이에서 김 총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던 정황은 포착됐다.

10월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금동 경찰청사 © 시사저널 최준필

보고서에 적시된 소송 3건 사실로 확인돼, 김진태 검찰총장 개입 여부 확인 안 돼

경찰 보고서엔 등장인물의 실명과 부동산 지번,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본지는 보고서 내 등장 인물 가운데 김진태 총장과 김광택 회장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의 실명 및 개인 신상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경찰이 작성한 문제의 보고서 내용은 무엇이며, 그 내용이 과연 사실인지 들여다보자.

▒ 대전시 중고차매매단지 소송 개입 의혹

경찰은 김 총장이 김 회장의 ‘대전 중고차 매매단지 소송 사건’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1년 3월께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중고자동차매매단지(약 2만 3000평, 공시지가 약 500억원)를 김○○씨로부터 편취했다는 의혹이 있다. 김 회장은 김씨가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상속받았으나 상속세 180억원을 내지 못해 공매에 처해 있는 것을 알고 180억원을 빌려줬다는 것. 그러면서 김 회장은 중고자동차매매단지를 400억원에 팔아주겠다며 허위 매매계약서와 가등기가 필요하다고 김씨를 기망해 220억원의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가등기한 후 법원에 본등기를 신청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런데 김 회장이 김씨에게 빌려준 180억원은 ‘유명 중견 그룹’ 최○○회장으로부터 빌린 것이라며 최 회장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가등기했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김 회장에게 180억원을 빌린 김씨는 2011년 11월 10일 김 회장과 최 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죄)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김 회장의 주소지인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이첩됐다고 한다. 경주지청 담당 검사는 김씨의 변호인에게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김씨의 변호인이 김씨에게 “담당검사가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기소 처분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담당검사가 누군가의 압력을 받고 기소할 예정이었던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이 사건을 다시 경주지청에 사기 미수로 고소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서부지검 검사를 통해 경주지청 간부에게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물었고, 기소할 방침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김씨는 서울서부지검 검사로부터 “이 사건이 압력으로 불기소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법조계 고위 관료’ 출신 정○○변호사를 새로 선임해 정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대구고검 ○○○검사에게 항고했는데, 당시 ○○○검사는 “사기가 인정된다”며 의욕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또 기각됐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가 김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사가 김 총장의 압력으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경찰 보고서에는 ‘정 변호사 등 이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평소 김 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총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라고 기록돼 있다.

김광택 회장의 부동산 투자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씨(사진 오른쪽)가 10월21일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그렇다면 이 보고서 내용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대전 월평동 중고차매매단지와 관련된 소송은 실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김 회장과 소송을 벌였던 김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김 회장과의 첫 대면을 2011년 3월께로 기억했다. 상속세 180억원을 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김씨는 남편 대학 동창의 소개로 김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김 회장은 김씨에게 “(경찰 보고서에서 언급한 ‘유명 중견 그룹’의) 최○○회장에게 빌려서 상속세를 내주겠다”고 했고 그렇게 상속세 문제는 해결됐다. 김씨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시세보다 헐값으로 해당 부동산을 김 회장에게 편취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보고서대로 1심과 2심은 모두 불기소 처리됐다. 보고서에는 ‘이 사건이 압력으로 불기소됐다’고 나온다. 이에 대해 김씨는 “토호 비리 척결을 위해서라도 해결할 테니 걱정 말라던 담당검사가 ‘나 혼자(불기소) 결정한 게 아니다. 위에서 자신 있느냐고 물었는데 자신이 없었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담당검사에게 ‘위’에서 모종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씨가 언급한 ‘위’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2011년 4월 초 김 회장의 초대로 청도 그레이스 CC로 친구와 함께 간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자신들 앞에서 김 회장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형님, 여기 서울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식사나 한 번 합시다”라고 했고, 전화를 끊은 다음 김 회장은 “이 형님이 나하고 친형제보다도 친한데 대구의 지검장이다”라고 말했다는 게 김씨의 전언. 김씨는 “당시 지검장이 누구라는 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어서 그냥 흘려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지검장은 김진태 검찰총장이었다. 김 총장은 2011년 8월 대구를 떠나 대전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해 11월 김씨는 김 회장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이첩됐는데, 김씨는 그레이스 CC에서 있었던 김 회장의 전화통화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에 대구지검으로 ‘김광택 회장이 대구지검장과 잘 안다고 하는데 사건에 영향을 안 미쳤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대구지검은 김씨에게 ‘그때와 검사장님이 바뀌었다.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한다.

경찰 보고서엔 김씨의 변론을 맡은 정 변호사 등이 ‘평소 김 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진태 총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라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이 사건의 마무리 단계에서 변론을 맡았으며 ‘압력’에 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서라벌 CC 소송 개입 의혹

경찰은 또 ‘서라벌 CC 소송 사건’에도 김 총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했다. 보고서에는 ‘김광택 회장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경주 서라벌 CC의 진입로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계약금만 지불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자신의 ‘지인’을 허위 목격자로 내세워 중도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하며 형사 및 민사소송을 통해 토지를 편취했다’고 나온다.

서라벌CC © 서라벌CC 홈페이지

보고서에선 ‘김 회장은 1995 년경 경주시 외동읍 제내리 소재 서라벌 CC 공사 과정에서 진입로 확보를 위해 산 1□□-□번지와 □번지를 박○○ · 김○○ 부부(공동 소유)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지불한 이후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후 김 회장은 박씨가 해당 부동산을 음○○( XX년 XX월 XX일생)에게 매매·등기를 완료하자, 자신이 박씨에게 중도금을 지불했다며 2009년경 경주지청에 박씨와 음씨를 배임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지인’ 이○○(이○○으로 개명)을 교사해 “김 회장이 중도금을 건네는 것을 봤다”고 허위 진술시키고, 재판에서도 위증을 시켰다. 박씨의 부인 김씨가 김 회장으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작성해준 영수증에 ‘부동산 중도금을 일부 준다’는 내용을 허위로 기재해 제출함으로써 2013년경 박씨와 음씨는 유죄 판결을 받고 토지를 빼앗겼다는 의혹이 있는데’ 라고 밝혔다. 그런데 2012년 6월경 김 회장의 ‘지인’ 이씨는 위증 혐의로, 김 회장은 문서변조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김 회장과 그의 지인 이씨가 처벌을 받았는데 어떻게 땅 주인이었던 박씨와 음씨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일까. 이에 대해 보고서에선 ‘음씨는 자신의 변호사 김○○을 통해 ‘김 회장이 김진태 검찰총장의 스폰서이기 때문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위와 같이 위증과 문서 변조가 밝혀졌음에도 토지를 되찾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김 총장이 김 회장의 배후에서 소송에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보고서에 나온 내용은 사실일까. 본지는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과 직접 만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취재 결과, 보고서 내용은 세세한 내용까지 거의 대부분 일치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시점이었다. 보고서에는 김 회장이 박씨를 배임 및 위증 혐의로 고소한 날이 ‘2009년’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2006년’이었고, 박씨의 배임 및 위증 혐의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날은 보고서(2013년)와 달리 2008년께였다. 판결로 인해 김 회장이 박씨에게 잔금을 지불한 사실이 인정돼 토지는 김 회장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이 최초 매매 시점으로 따질 경우 약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진행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쌍방 고소 등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가 아닐 경우 이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사건을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 측이 수사 기록이나 관계인 동향 등을 면밀히 조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 회장이 김진태 총장의 스폰서라고 지목한 부분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김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로, 김 회장의 핵심 증인은 위증죄로 처벌받았다. 김 회장이 잔금을 지불했다고 적힌 영수증을 위조했고, 핵심 증인이었던 김 회장의 ‘지인’ 이씨가 이와 관련해 허위증언을 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허위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박씨와 음씨가 토지를 되찾는 것을 포기했는데, 그 이유가 김 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본지가 만난 사건 당사자들 역시 이와 비슷한 진술을 했다. 소송 당사자인 박씨는 “ 20여년간의 재판 과정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검·경에서 걸핏하면 (나를) 불러서 사건과 관계없는 일로 조사를 했다. 배임 및 위증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될 때는 검찰이 김 회장을 위한 편파 수사를 했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김 회장의 사문서 위조와 핵심 증인의 위증 혐의가 입증된 만큼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건 당사자들이 김 회장의 배후에 김진태 총장이 있다고 지목했다는 보고서 내용은 사실일까. 음씨의 변론을 맡았던 김 변호사 측은 “사건을 맡은 경주지청이 김 회장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청장급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검장도 힘들다. 최소한 대검 차장이나 수뇌부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김진태 총장을 직접 거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 그레이스 CC 소송 개입 의혹

경찰 보고서에는 ‘그레이스 CC 소송’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광택 회장은 2009 년경 경북 청도군 소재 그레이스 CC를 대구 소재 ○○주택 회장 권○○로부터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을 통해 일부 잔금을 지불치 않아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고 적시했다. 권 회장이 그레이스 CC를 김 회장에게 매도한 후 중도금을 받고 우선 경영권을 넘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잔금이 지불되지 않아 2012년 9월 경 대구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김 회장은 그레이스 CC 부지에 일부 국유지가 포함돼 있는 점을 악용해 그레이스 CC 재무담당 이사였던 노○○에게 계속 일을 하게 해주겠다고 회유해 노씨가 재판에서 “그레이스 CC에 국유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계약 당시 숨겼다”고 위증함으로써 권 회장이 패소한 사실이 있다는데, 당시 김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부산지방법원장을 통해 부산지방법원장과 동기인 대구지방법원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있음’이라고 적시했다.

경북 청도 그레이스CC. 김광택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 그레이스CC 홈페이지

하지만 이후 김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노씨는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은 이로 인해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부도 처리됐고, 권 회장은 그 충격으로 중풍에 걸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에선 그레이스CC 소송과 관련해선 김 총장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대신 김 회장이 당시 부산지방법원장과 대구지방법원장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 내용은 사실일까. 보고서에 나온 대로 그레이스 CC가 2009년 매각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레이스 CC를 운영하는 ‘○○아너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권○○ 이사’(○○주택 회장 권○○)는 2009년 2월 12일 사임했다. 권 회장이 그레이스 CC를 매매하면서 잔금을 다 받지 못하자 김 회장 등을 상대로 주식매매 대금 소송을 벌인 사실도 확인됐다. 2012년 10월 24일 소장이 접수됐다. 원고는 권 회장과 아들 권○○ 대표 등이고 피고는 김 회장 등이었다. 보고서에 등장한 그레이스 CC 이사였던 노○○씨가 피고 측 증인으로 나선 것도 확인됐다.

재판은 원고 ‘일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권 회장 측 변호인은 “소송이 마무리됐는데 승소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며 “어떤 측면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부분은 이기고 어떤 부분은 지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회장과 관련한 질문에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만 밝혔다.

소송 당사자였던 권 회장의 아들 권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소송이라고들 했는데 결과적으론 패소한 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국유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약할 때는 아무런 문제도 안 삼다가 나중에는 이걸 핑계로 잔금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노씨가 증인으로 나선 데 대해 “(김 회장은) 결정적으로 상대 측 핵심 인물을 포섭해 위증을 시켜서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또 “항소심에서 석연찮게 재판부가 바뀌었다. 이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태 총장 측 “터무니없는 얘기다”

그렇다면 경찰청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대로 김 회장이 김 총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을까. 그리고 김 총장은 김 회장 소송에 개입했던 것일까.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김 총장과 김 회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공교롭게 김 총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이었고, 김 회장은 중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전언이었다.

우선 김광택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먼저 경찰 보고서에 적힌 김 회장의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전화를 받은 인물은 김 회장의 지인이라고만 밝히면서 “김 회장이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이다. 김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김 회장과의 전화통화를 요구했지만 직접 연결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경찰 보고서에 나온 김 회장의 서울 서초동 ○○빌딩 사무실도 찾았다. (경찰 “김광택, 서초동 사무실에서 김진태 등 법조 인사 관리” 기사 참조)

경찰 내사 보고서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의 스폰서로 지목된 김광택 회장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중앙지법 후문 인근에 위치한 김 회장 사무실에서는 직원만 만날 수 있었다. 사무실 직원은 “김 회장은 현재 지방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 사무실에는 나오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기자가 김 회장과의 전화 연결을 요청하자 “기자가 찾아왔다는 말도 전달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김 회장의 휴대폰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10월 23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0월 18일부터 23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떠났다. 사우디 내무부·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등과 만나 과학수사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그래서 김 총장과의 직접 전화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10월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의 내사를 통해 서라벌 CC 김광택 회장이 김 총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하자 “총장님의 깐깐한 성격상 말 같지 않은 얘기다. 터무니없는 얘기다”라고만 말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 스폰서 소송 사건 개입 의혹’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2015. 10. 27.~11. 3.자 커버스토리 “김진태 총장, 스폰서 소송 사건들에 개입한 의혹 있다”, “경찰 ‘김광택, 서초동 사무실에서 김진태 등 법조 인사 관리’”라는 제목으로 서라벌GC 김광택 회장이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법조 인사들을 관리하거나 후원한 사실을 경찰에서 확인하여 내사를 했고,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김광택 회장의 각종 민·형사 소송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광택 회장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법조 인사들을 관리하거나 후원한 적이 없으며, 경찰에서 그 내용을 확인하여 내사한 적도 없고,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각종 민·형사 소송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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