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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싸먹는 한식문화 ‘원더풀’

맛의 고장 유럽에서 제안하는 한식 세계화의 길

독일 프랑크푸르트=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10.29(Thu) 16:59:22 |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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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08년부터 한식 세계화 정책을 세웠고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문화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현재 중국·일본 음식에 비해 한식은 세계화에 뒤처져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음식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한식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독일에서 독일인, 폴란드인, 한인 교포, 한식재단 관계자 등을 만나 한식 세계화의 길을 모색했다.

#1 독일인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 살려야”

독일 문호 괴테는 “음식은 우선 눈, 그다음 위에 즐거움을 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식은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훌륭하다는 평을 받는다. 독일인 슈테판 카메러(37)는 “한국의 쌈이나 비빔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색깔의 채소가 식욕을 돋운다. 한국인이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그는 한식을 자주 접하면서 남다른 식견을 가졌다. 올해 봄 그는 부모·형제들과 한국을 방문했다. 어느 날 저녁 둥근 철제 식탁 가운데에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 고깃집에 갔다. 그는 “실외가 아니라 식탁에서 고기를 굽는 일은 신기한 체험이었다. 게다가 옷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환풍기가 식탁마다 달려 있고, 외투를 넣을 수 있는 비닐봉지까지 있다”고 흥미로운 경험을 설명했다.

카메러에게 인상 깊은 한국의 식문화는 쌈이다. 그는 “고깃집에서 나오는 간장·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은 한식만의 특징이다. 고기를 적포도주로 양념하는 것도 이채로운 풍경이었다. 또 고기를 쌈에 싸서 먹는데 이는 유럽에 없는 식문화다. 한번은 지인들과 쌈을 크게 만들어 누가 입이 큰지 경쟁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쌈을 싸주는 문화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 폴란드인 “한식 자료 구하기조차 어렵다”

폴란드 여성 막달레나 볼라웨(33)는 오래전부터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는 “폴란드에 없는 젓갈 대신 생선 소스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고 폴란드식 옹기로 숙성시킨다. 약과, 불고기, 비빔밥도 자주 만든다.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폴란드인들은 건강식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한다”고 한식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대학에서 음식문화를 가르치는 그는 한식의 우수성을 수년간 연구와 경험으로 체험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방문해 한식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사진도 찍었다. 그 내용을 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폴란드에서 3000부가 발행됐다. 한식을 자발적으로 알리는 민간 외교관 노릇을 한 셈이다. 그러나 한식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폴란드는 물론 유럽에서도 한식 관련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폴란드에 있는 한국문화원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한식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그는 한식을 균형적인 음식이라고 했다. 볼라웨는 “맛이 좋은 음식은 건강과 거리가 멀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맛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한식은 맛과 건강의 균형을 잘 맞춘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볼라웨는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우선 한글 메뉴는 서양인에게 발음 자체가 어려우므로 개선이 필요하다. 또 미국인 80%는 음식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어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치를 예로 들자면, 김치 홍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것에 얽힌 문화와 역사를 같이 알릴 필요가 있다. 따로 어디를 찾아갈 필요 없이 한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 독일 교포 “한 그릇으로 경쟁해야”

독일 베를린에 한글로 ‘김치공주’라는 간판을 내건 한식당이 있다. 약 300석 규모의 이 식당은 저녁이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손님은 대부분 독일인이다. 몇 해 전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한식 세계화의 성공 모델이라고 지목했던 곳이다. 독일에서 40년 이상 살고 있는 이영남씨(여)는 “김치공주는 시끄러운 음악에 조명도 화려해서 독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고급스러운 한식당도 필요하지만 외국 젊은이들이 가격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한식당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식은 반찬이 많다. 이런 이유로 한정식은 비싸고 서양인들이 선뜻 다가갈 수 없게 된다. 이씨는 “우리는 수많은 반찬이 있는 정식을 좋아하지만 서양인에게는 반찬 없이 한 그릇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 유럽인들 가운데 특히 독일인은 국물을 좋아하는데 만둣국·칼국수 등의 국물 맛을 살리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식재단,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 참가

이와 같은 한식에 대한 외국 현지의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식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된 한식재단이 10월14일부터 5일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국제 도서전에 참가한 이유 중 하나다. 도서전은 10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한식에 대한 다양한 소리를 들을 뿐만 아니라 한식 홍보에도 나섰다.

한식재단은 40여 종의 한식 책을 선보였다. 특히 <세계인을 위한 한국 음식(The Korean Kitchen)> <대장금의 궁중 상차림(Jewels of Palace)> <한국 음식 101(Korean Food 101)> 등 세 종류의 영문판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세계인을 위한 한국 음식>에는 김치·비빔밥 등 75가지 음식의 조리법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대장금의 궁중 상차림>에는 조선의 궁중음식 70여 가지가 조리법을 포함해 해당 음식의 탄생 배경이 된 역사적 사건까지 기술돼 있다. <한국 음식 101>에는 한식 101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강민수 한식재단 이사장은 “이번 도서전 참가가 음식 한류를 세계, 특히 유럽에 알리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년엔 한식 요리사를 동원해 관람객이 한식 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맛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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