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돌파구의 모델 될 수 있을까
  • 김창룡 |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 승인 2015.10.29 17:01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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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타임스의 실험, 인터넷판 유료 독자 최초 100만명 돌파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의 인터넷판 유료 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국내외 신문업계를 놀라게 했다. 모바일 시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신문업계는 공멸의 위기 속에 수익 모델 창출에 진력해왔으나 해답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맞아 유료 독자 확보는 모든 신문업계의 공통된 과제였고 풀기 힘든 수익 방정식이었지만, 뉴욕타임스가 마침내 생존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2006년에 뉴스의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뉴욕타임스는, 2015년 7월부로 인터넷판 유료 구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인터넷판의 유료화 정책을 다시 시행한 지 4년 반 만이다.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는 “신문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며, 뛰어난 저널리즘과 혁신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뉴욕타임스의 인터넷 유료 독자 100만명 시대 선언은 어떻게 가능했으며, 이것이 한국 미디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마크 톰슨 뉴욕타임스 사장이 9월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중앙 미디어네트워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중앙 미디어 컨퍼런스’ 제1 세션에서 ‘신문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 뉴스1 뉴욕타임스의 인터넷판 초기화면(가운데)과 신문 지면 ⓒ 시사저널 이종현  

기존 ‘1면 편집회의’ 대신 디지털 회의 전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미디어의 활성화와 함께 종이신문의 쇠퇴는 하루가 다르게 진행돼왔다. 종이신문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DMB 등 모바일과 스마트폰으로 대체됐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일어났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판의 유료화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경제지가 선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터넷판 유료 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90만명 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인터넷판의 유료화를 시작해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선두 그룹을 추월해 주목받게 됐다. 세계 유력 일간지들의 인터넷판 유료 독자를 보면, 파이낸셜타임스가 50만명 정도이며, 이 신문을 최근 인수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3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 유료화를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했다. 먼저 인터넷판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했다. 종이신문이 아닌 ‘모바일 퍼스트’를 선언하며 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제공에 주력했다. 최근 애플워치 출시와 맞물려 ‘한 줄 뉴스’와 같은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 스토리텔링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비영어권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를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 번역해 게재하는 실험을 했다. 국내에도 크게 소개된 ‘반짝이는 매니큐어에 숨겨진 네일 미용사들의 어두운 삶’이라는 제목의 심층 기사는 4개 언어(영어, 한국어, 중국어, 스페인어)로 제공해 해외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이러한 콘텐츠의 혁신을 위해 뉴스룸의 조직을 바꾸고 주요 회의 참가자와 내용 등을 전면적으로 바꿨다고 한다. 지성욱 교수(서던일리노이 대학-카본데일 캠퍼스 미디어학과 조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의 경우 매일 오후에 열리던 ‘1면 편집회의’가 사라지고, 대신 편집국장과 부장들의 회의가 오전 9시 반에 시작됐다”고 소개하며 “기존의 ‘1면 편집회의’가 종이신문의 1면을 장식할 기사거리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변화된 회의는 엔지니어들이 참석해 사진, 비디오, 그래픽, 인터랙티브 디자인 등에 대해 토론하는 디지털 기사 보도를 위한 회의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신문사에서 가장 중요한 ‘1면 편집회의’가 사라지고 대신 디지털 회의로 전환되면서 참가자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미디어 소비자의 변화와 기호에 맞는 형태로 재가공하는 작업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아직도 지금을 인터넷판 유료화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브랜드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독자를 늘려서 안정적으로 유료 구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모든 신문업계의 공통된 과제로 보인다.

‘뉴스는 공짜’ 인식과 포털 의존 탈피해야

뉴욕타임스의 부분적인 성공이 한국 언론에 시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미국 전통의 유력 신문사도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맞춰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이다. 뉴욕타임스와 쌍벽을 이루던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8월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 달러에 인수돼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러면서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혁신이 저널리즘의 준수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의 대표적 신문기업답게 저널리즘의 원칙과 명성을 지키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모바일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 더 많이 소비될 수 있는 디지털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의 혁신 모델을 한국에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국내 신문업계에서도 몇몇 매체가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거나 실패했다. 여기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만드는 데 많은 제작비가 지출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는 뉴스를 그냥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포털을 중심으로 얼마든지 쉽게 뉴스를 무료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몇몇 특정 언론사에서 유료화를 한다 해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여전히 많다. 두 번째, 포털에서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각종 광고 등 수익을 포털이 챙길 수 있는 구조 역시 문제다. 포털에 뉴스 유통과 소비를 의존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돈 들여 뉴스를 제작하고 푼돈을 챙기는 반면, 포털은 공짜 뉴스로 목돈을 가져가는 행태다. 이런 포털 의존 구조에서는 신문사의 뉴스 유료화는 실패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난립하고 있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그 뉴스가 그 뉴스’로,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마다 이념적 색깔이 강해 정파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준이 혼란스러운 신문사의 뉴스를 과연 돈 주고 사봐야 하는가라는 물음까지 나온다. 뉴스 어뷰징, 낚시 뉴스, 선정적 제목 장사 등 저널리즘의 원칙을 저버린 인터넷판의 뉴스 아닌 뉴스들은 소비자들을 기만하기까지 한다. 결국, 포털의 공짜 뉴스 공급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우선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각 미디어마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하며 차별화를 시도해 충성적인 유료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와 수익 모델, 디지털 소비 행태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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