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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개발 갈 길은 먼데…

석유·광물공사 등 자원 공기업 4곳 수장 몇 달째 공백 “‘위’에서 낙점하지 않았기 때문”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5.10.29(Thu) 17:04:57 | 13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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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개발에 앞장서야 하는 공기업들이 몇 개월째 수장 공백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상들이 직접 나서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자원 공기업 중에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비롯해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의 사장 자리가 비어 있다. 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8월16일 서문규 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됐고, 광물공사는 고정식 전 사장이 6월29일 물러났다. 중부발전은 6월25일 최평락 전 사장이 퇴임했고, 남부발전은 9월7일 김태우 전 사장이 그만뒀다. 이 같은 공기업의 사장 공백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자원 부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맨 앞)과 윤상직(앞에서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장관. ⓒ 연합뉴스

김영민 前 특허청장, 광물공사 사장 내정설

사장 자리가 오래 비어 있게 된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관가(官街)의 복잡한 사정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현재 네 개 공기업 모두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사실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산자부는 다시 청와대의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원래는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돼 공모 절차를 거쳐서 윗선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윗선에서 점찍은 사람이 결정되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모를 하는 형식상 절차만 거친다”며 “공기업 사장이 비어 있어서 업무 공백이 있다 하더라도 위에서 사람을 결정하지 않으면 사장 선임은 늦어진다”고 말했다.

대다수 산자부 관계자들은 현재 산자부 및 산하 공기업 인사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윤상직 산자부장관, 정만기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의 입김이 가장 많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세 사람은 최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자부)장관을 할 때 각각 차관 및 고위직에 있으면서 호흡을 맞췄던 인물들이다. 윤 장관과 정 비서관이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것도 사실상 최 부총리의 영향력 덕분이었다는 것이 부처 내부 분위기다. 뒤집어 말하면 산자부 고위공무원단(고공단) 및 공기업 사장 인사는 최 부총리로부터 시작된 ‘라인’에서 대부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인사 공백은 이 라인에서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네 공기업 모두 이미 몇 차례 사장 공모도 하고, 일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선임 절차를 진행했으나 모두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모 절차를 거쳐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핑계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최근 광물공사의 경우 김영민 전 특허청장이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관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최 부총리, 윤 장관과 함께 위스콘신 대학 대학원을 나왔으며 윤 장관과는 행시 동기다. 산자부 내에서는 대표적 최경환 라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놓고서도 산자부와 해당 공기업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광물공사는 10월19일부터 26일까지 사장직 공모를 진행 중이다. 사장 선임을 위해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특정 인물이 내정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언론을 통해 사장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산자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 데다 내정자마저도 최경환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보니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공기업 관계자는 “최 부총리와 가까운 인물들이 공기업 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들러리를 서기 위해 굳이 복잡한 공모 절차를 거칠 지원자가 있겠느냐”며 “언론에서 응모자로 거론된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1차관의 경우 차관까지 한 사람이 굳이 들러리를 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김 전 청장이 자원정책 주무 부처인 2차관 산하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이번 인사가 전문성보다는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뒀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까지 내정자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석유공사를 비롯한 다른 공기업도 광물공사와 비슷한 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정권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석유공사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 역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적임자 없다는 건 자기 사람 앉히려는 핑계”

더 큰 문제는 자원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사장직이 정치적 이유로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 정부를 거치며 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덧입혀졌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아서 그렇지 자원 확보는 우리나라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면서 “이미 중국과 일본은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치열한 자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나마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해외에서 이런 나라들과 경쟁을 벌이는 게 가능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이런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며 “일본과 중국은 한국이 빠진 틈을 타서 훨씬 공격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자원 확보를 목표로 10월22일부터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다. 일본 총리가 중앙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9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자원 부국과 손잡고 오는 2020년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인프라 수주를 30조 엔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원 확보에 가장 열심히 나서고 있는 정상이다. 그는 2012년 취임 후 첫 순방 때 러시아와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4개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후에도 자원 부국 순방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에너지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자원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적인 작업을 하는 곳이 자원 에너지 공기업인데, 이런 공기업 수장들을 줄줄이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상황에서 누가 섣불리 총대를 메겠느냐”며 “특히 최 부총리를 비롯해 윤상직 장관과 정만기 비서관 등은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외교를 사실상 지휘했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자원의 ‘자’ 자도 거론하기 꺼려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기업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국제 자원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가 (후보로)거론되는 것이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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