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호텔롯데 합병 시나리오 짠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5.10.29 17:08
  • 호수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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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소유 지분도’ 자료 통한 지배구조 분석 및 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

“올해 11월 말까지 그룹 전체 순환출자 고리 416개 가운데 80%인 340개를 해소하겠다.” 지난 8월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이 ‘총수 형제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를 수행할 태스크포스(TF)팀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롯데의 지배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사저널은 한국증권거래소와 공정거래위원회, 하이투자증권 등의 내부 자료를 통해 ‘롯데 소유 지분도’를 면밀히 분석했다. 롯데의 지배구조를 분석하고 그룹이 새 판을 짤 시나리오를 전망해보기 위함이다.

롯데그룹의 중심축은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416개 계열사 순환출자 고리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롯데쇼핑이 순환출자 구도의 핵심이라는 점은 경제 데이터 분석업체 ‘사이람’의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사이람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네트워크를 매개 중심도(상호간의 경로 사이에서 얼마나 관련성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로 분석했다. 1위는 단연 롯데쇼핑이었다. 분석에서 롯데쇼핑을 제거한다는 가정하에 롯데 순환출자 고리 수를 측정했더니 그 수가 무려 416개에서 33개로 줄어들었다. 최대 순환출자 고리도 기존 12단계에서 9단계로 축소됐다. 홍순만 사이람 공동대표는 “롯데쇼핑이 출자 경로상 가장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롯데쇼핑은 호텔롯데의 영향권 아래 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지분 8.6%를 갖고 있다. 또 롯데정보통신 등 계열사를 통해 롯데쇼핑을 간접 지배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가 경영권 갈등 속에 전환기를 맞았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박은숙·연합뉴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를 거느리게 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약 19.1%를 갖고 있고, 여타 우호 지분으로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롯데홀딩스에서는 지분 구조상 광윤사가 최대주주이고, 광윤사는 오너 일가로 구성돼 있다. 총수 일가-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롯데 총수 일가의 기본적 그룹 지배 형태다.

이처럼 롯데의 순환출자 구조는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다. 얼핏 이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생각보다 쉽게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 8월28일 있었던 지분 구조 변경이 그 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를 358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롯데 측은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약 34%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한 번의 지분 교류로도 상당수의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롯데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호텔롯데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알미늄이 걸린 순환출자 고리만 끊어도 70%가량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한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팀장도 “산술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면서 “오너 일가의 의결권 유지에 중요한 계열사를 남기고 중요하지 않은 곳 위주로 가지치기를 하면 고리 수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용 문제도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가 낸 ‘롯데 지배구조 개편 대해부’에서는 롯데가 순환출자 83.2%를 해소하는 비용을 3000억원대로 추산했다. 권 팀장은 “매각 차익, 상장 차익이 발생하면 이 또한 메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렇게 치면 순환출자 해소에 그룹 개혁이라고 할 만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순환출자 해소의 구체적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단기적으로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알미늄 지분 12.1%를 매각해 139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롯데쇼핑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주요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그룹이 두 회사의 합병을 염두에 두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가 관건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갈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권 팀장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금융 계열사를 정리하려는 롯데의 목적 달성 시기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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