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최고 실세들과 호형호제”
  • 김지영·안성모·김회권·조해수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5.11.03 10:35
  • 호수 1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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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스폰서’로 지목된 김광택 회장이 주변에 과시한 ‘인맥’

경찰이 김진태 검찰총장의 ‘스폰서’로 지목한 김광택 서라벌GC 회장은 평소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김 회장 측과 소송을 진행해온 당사자들을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의 진술과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MB(이명박) 정권 당시 최고 실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대전 서구 소재 중고자동차매매단지와 관련해 김 회장 측과 소송을 벌여온 김 아무개씨는 2011년 3월 첫 대면 때부터 김 회장이 ‘A 의원과 호형호제하며 한 달에 서너 번 골프 회동을 한다’고 과시했다고 밝혔다. 실제 자신 앞에서 ‘A형님 전화’라며 통화까지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청와대 요직에 있던 B씨의 이름도 거론하며 ‘A형님, B형과 함께 자주 골프 회동을 하며 내기 골프를 하면 꼭 돈을 잃는다’고 엄살을 피운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광택 회장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라벌CC의 모습

“연락 없이 가도 시장실로 직행”

권력 실세로 통하던 A 의원과의 친분에 대해 주변 지인들이 ‘김광택의 허풍’이라고 묵살하자 하루는 김 회장이 A 의원을 대동한 채 C 의원 사무실에 나타나 결코 허풍이 아님을 입증했다. C 의원 역시 여권의 중진으로 김 회장의 학교 선배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C 의원을 팔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같은 해 5월께는 김 회장이 전화 한 통을 받으며 ‘형님, 지금 여기 서울에서 유명한 작가님들이 왔는데 형님하고 어울리니 저녁을 같이 하시자’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후 김 회장은 ‘대구지검장인데 나와는 친형이나 마찬가지로 지낸다. 나중에 같이 골프를 치든가 식사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김 회장을 1차 고소했을 당시인 2012년 봄에 대구지검장 앞으로 ‘지검장과 피고소인 김광택이 서로 친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고소 사건에 개입 말고 공정한 수사를 해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보냈다. 이에 당시 민원 검사는 ‘진정인이 김광택을 만났던 당시의 지검장은 이임하셨고, 지금은 2012년 봄에 새로 부임하신 이 아무개 지검장이다’라는 요지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김 회장은 2011년 3~5월 김씨에게 수 차례 D 시장과 호형호제하며 D가 잘나가기에 시장을 면담하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지만 자신은 지금이라도 연락 없이 가도 시장실로 직행한다고 과시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또 ‘구청장 정도는 밥을 사고 부탁을 하러 올 정도로 나한테 꼼짝 못한다. 그래서 다른 화학회사들이 벌벌 떠는 환경법에서 우리 회사는 자유롭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 회장을 형사 고소하면서 D 시장과 구청장에게도 진정서를 보냈다. ‘사기 혐의 피의자인 김광택을 당신들의 친분으로 도와줘 범법자를 옹호하는 부도덕한 행동을 삼가 달라’는 요지의 진정서였다. 이들로부터 답장은 없었다고 한다.

D 시장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다. 시장 재임 시 김 회장이 소유한 사업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줬는데, 서라벌GC에서 수시로 골프를 치며 골프텔을 개인 소유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조인 출신으로 여권 중진인 E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TK(대구·경북)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고위 공무원 F씨도 오래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위 간부인 G씨의 경우 처음에는 김씨를 도와주기로 했다. 국세청 본청에서 소개를 받았는데 ‘G박사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김씨는 G씨의 지인이 국세청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G씨는 경찰의 내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 회장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사가 있다. 보일러회사로 유명한 귀뚜라미그룹의 오너인 최진민 회장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및 사업체들이 최 회장의 차명 재산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 회장이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김 회장을 내세워 각종 부동산과 사업체를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진민 회장, 김광택 회사에 180억원 대여

김 회장 측과 소송을 벌여온, 앞서 언급한 김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10일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탄원서에서 김 회장과 최 회장이 먼 친척인 양 호형호제하며 조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으로 결속된 관계라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 회장은 평소 귀뚜라미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새긴 명함을 지니고 다녔으며 해당 회사 안에 부회장 명패가 있는 사무실이 있으며 귀뚜라미 보일러의 2인자를 자처했다.

김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ㅌ사는 지분이 외형적으로는 여러 회사에 분산돼 있지만, 김 회장과 관계된 회사가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차입금이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진민’ 개인으로부터 180억원이라는 거액이 차입된 것으로 나와 있다. 연 이자율은 6%다.

이 180억원은 청와대에 탄원서를 낸 김씨가 상속세 180억원을 내지 못해 중고자동차매매단지가 공매 처분될 위기에 놓이자 김 회장이 김씨에게 빌려주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대여금 180억원을 최 회장으로부터 빌리는 것이라며 최 회장 앞으로 근저당을 설정해주도록 했다고 한다.

김 회장과 최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시사저널이 지난 4월 제1331호에서 보도한 ‘김포공항 골프장 이륙하기도 전에 삐그덕’ 기사에서도 나타난다.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권을 놓고 보일러업계 맞수 격인 귀뚜라미와 경동이 경쟁을 펼쳤는데, 사용료를 더 적게 써냈음에도 귀뚜라미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김포공항과 인접한 서울 강서구 갑이 지역구인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정권 실세와 동향이고 평소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나돌던 의혹 중 또 다른 한 축이 바로 김 회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영남 지역 정·재계에 발이 넓은 김 회장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TK 지역에서 유력 인사로 꼽힌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사업가 중 한 명이다. 대구공업고등학교를 나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6년 선배다. 대학은 영남대(옛 청구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62년 귀뚜라미 보일러를 설립했다. 공학 박사 출신으로 600건에 가까운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투표를 추진할 때 회사 내부 통신망에 올린 ‘공짜근성=거지근성’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공지에는 ‘회장님께서 8월24일 서울시 무료급식 관련 투표에 앞서 우리 귀뚜라미 가족들이 아래 사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셔서 공지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그는 또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며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고 적었다.

이러한 내부 통신망 공지가 외부로 알려지자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최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탄원서를 냈던 김씨는 무상급식 투표 당시 최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야당 국회의원 H에게 김 회장을 보내 서울시 야당 시의원과 김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고, 김 회장이 서울시 야당 시의원에게 ‘우현 김광택’이라는 명함과 돈 봉투를 건네며 ‘우리 형님 좀 잘 봐달라’는 청탁을 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사저널은 김광택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2주에 걸쳐 그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을 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은 후 곧바로 끊어버렸다. 시사저널 기자 신분을 밝히고 통화를 하고 싶다는 문자를 남겼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진민 회장은 10월30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김광택과 친하게 지내온 사이는 맞지만 사업하고는 아무 상관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또 “김진태 검찰총장을 옛날부터 잘 아는데 김광택이 부탁한다고 들어줄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택 회장과는 어떤 관계인가.
“그 양반 부친이 울산에서 사업을 했었다. 서라벌GC를 만들 때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공사를 하다가 부도가 나버렸다. 그때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돈을 도와줬다. 그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회사 관계라든가 이런 건 아무것도 없다.”

김 회장이 귀뚜라미그룹 부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데.
“그런 거는 전혀 없다. 아무 상관이 없다. 180억원 빌려준 것밖에 없다. 한달만 쓰고 갚는다고 하던데 갑자기 땅 산 사람하고 시비가 붙었다고 해서 아주 곤욕을 치렀다. 검찰에 가서 조사도 받고 그랬다. 나는 파출소도 한 번 안 가본 사람이다. 김광택한테 야단을 쳤다. 회사 돈 필요하다고 빌려가놓고 남의 땅 사가지고 시끄럽게 하느냐고. 돈 갚으라 고 독촉을 했더니 내 전화도 안 받는다. 그 친구가 어디 가서 자꾸 ‘우리 형님, 우리 형님’ 하는데 하지 말라고 할 수 도 없고 골치 아프다.”

무상급식 투표 논란 때 김 회장을 야당 국회의원에게 보낸 적이 있나.
“아니다. 그 일이 누구한테 부탁해서 될 일인가. (내부 통신망에 올린 공지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을 때 사실대로 진술을 했다. 지금까지 정치에 관여한 적도 없고 정치인하고 왔다 갔다 한 적도 없다.”

김포공항 골프장 사업권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됐는데.
“김광택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롯데건설이 와서 자기네들이 준비를 몇 년 동안 했는데 같이 하자고 했다. 입찰하기 20일 남겨두고 제의를 해서 그렇게 들어가게 된 거다.”

김 회장의 인맥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뒤를 본 것같이 기사가 났던데, 내가 알기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도 그 양반을 잘 아는데, 그 양반이 김광택이 부탁한다고 들어줄 성격이 아니다. 그 양반은 원체 불교를 숭상하는 분이다. 나도 불교에 심취해 있어서 불교 쪽에서 가끔 토론도 하고 그랬다. 김광택이하고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는 전혀 모른다.”

김 총장과는 언제부터 아는 사이인가.
“오래됐다. 개인적으로 만난다기보다는 불교를 통해서 만났다. 김광택 회장하고 같이 자리를 한 적은 없다. 김진태라는 분이 누가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 분 성질을 잘 안다. 불교에 심취한 사람이고 정말 올바르게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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