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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상생’ 이면에 어른거리는 ‘커넥션’ 의혹

KT노조 스스로 ‘정리해고’ 카드 제시한 배경 두고 ‘설왕설래’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5.11.05(Thu) 15:54:15 | 1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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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정리해고’ 카드를 스스로 꺼내 주목된다. KT노조는 10월 말 사측에 제시할 임단협 갱신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 조항(제37조)을 추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영상 필요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하고자 할 경우 최소 90일 이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감원 인원의 수 등은 노사 합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문건에는 감원 시 우선 순위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KT는 지난해 1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왔다. 8000여 명의 직원이 황 회장 취임 이후 회사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사측보다 먼저 정리해고 안(案)을 제시하면서 내부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노사 간의 커넥션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KT노조가 100% 지분을 보유한 상조회사 ‘다온플랜’의 성장이 커넥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KT노조가 사측에 정리해고 안을 제시해 내부적으로 진통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KT 분당사옥. ⓒ 시사저널 최준필

간부들도 ‘정리해고 안’에 의아함 표시

KT노조 측은 “고용 안정이 임단협 갱신안의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노조 관계자는 “현행법상 노사는 50일 전부터 정리해고를 협의할 수 있지만, 갱신안을 작성하면서 90일로 확대했다”며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도 “정리해고 관련 규정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알고 있다.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1조900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29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9662억원으로 늘어났고, 부채율도 186.47%로 확대됐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탈(脫)통신’을 선언하면서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확장한 탓이 컸다. KT는 금융과 미디어, 부동산, 렌터카, 심지어 커피 유통과 카지노 사업에까지 손을 뻗었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KT의 계열사는 57개까지 확대됐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후 본업인 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으로 회사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비(非)통신 자회사들을 잇달아 매각했다.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KT금호렌터카(현 롯데렌터카)까지 시장에 내다팔았다. 덕분에 계열사 수는 올해 50개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비통신 계열사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최근 KT캐피탈의 매각을 ‘없었던 일’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호흡기로 근근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T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다른 시각에서 보면 KT노조의 자발적인 정리해고 안은 노사 상생의 모범적인 사례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 내부의 시각은 달랐다. KT노조는 지난해 4월 근속 15년 이상 직원에 대한 특별명예퇴직을 사측과 합의했다. 그에 따라 직원 8304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전까지 대학생 자녀 등록금의 75%를 대신 내주던 학자금 지원제도도 폐지됐다. 이 또한 노조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대부분의 사안은 조합원 찬반 투표 없이 위원장 직권으로 처리됐다. 덕분에 KT 일각에서는 그동안 사측과 노조 간에 커넥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KT 전남본부에 근무하던 김 아무개씨는 2013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가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유서에 상세하게 언급돼 있었다. 그는 “임단협 투표 때마다 반대표를 던지지 못하도록 회사에서 압박했다. 노조는 상생 명목하에 임단협 안을 회사에서 만들도록 위임했다”며 “조합원으로 한 표를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해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올해 임단협에서 추가로 포함된 정리해고 조항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의 조합원뿐 아니라 회사 간부들도 정리해고 안을 먼저 제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의아함을 표시하고 있다. KT노조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사측의 커넥션이 낳은 결과물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임단협이 타결될 경우, 1만6000명이 추가로 정리될 수 있다”며 “현 KT노조 집행부와 사측 사이에 커넥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내부에서 뒷말이 나오는데는 이유가 있다. 노조가 100% 지분을 보유한 상조회사 다온플랜이 그 배경이다. 이 회사는 2011년 4월 설립됐다. 대표이사는 정윤모 KT노조위원장이다. 사내이사나 감사도 모두 KT노조의 간부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KT 직원들은 대부분 노조가 운영하는 상조에 가입돼 있다. 월 납입금은 2만5000원이다. 절반은 본인이, 나머지 절반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정리해고 안이 처음 제기된 문제의 갱신안 문건.

노조가 운영하는 상조회사 매년 고속 성장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다온플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다온플랜은 37억2900만원의 영업수익(매출)과 1억1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3년 대비 21.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됐다. 자산 역시 2013년 176억3600만원에서 2014년 255억900만원으로 44.64%나 늘어났다. 다온플랜의 수익은 직원 급여나 회원 관리비 외에, 노조의 광고 선전비로도 사용됐다. 광고 선전비는 2013년 9600만원에서 지난해 3억53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KT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KT가 다온플랜에 지원해준 금액이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조가 보은 차원에서 사측에 (정리해고 안을) 양보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노조의 입장을 추가로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KT노조는 그동안 “다온플랜은 사내 복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회사”라며 “대표는 현재 전혀 월급을 받지 않고 있으며, 회사 자금 역시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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