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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비밀] ‘보는 원칙’이 아닌 ‘믿는 원칙’으로 바꿔야 산다

‘넷플릭스’ 사례에서 보는 심플하고 명료한 경영 원칙의 중요성

구병철 Mercer Korea 팀장 ㅣ . | 승인 2015.11.05(Thu) 16:49:38 | 1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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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는 다음 달 있을 과장 승진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시험 범위에는 회사의 경영 원칙을 묻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도전·열정·창의·상생의 4가지 경영 원칙별로 각각의 세부 항목과 설명을 외우고 이를 실천한 자신의 경험까지 서술해야 한다. 선배들은 “회장님 회고록에 있는 사례를 간간이 넣어주는 것이 좋다”는 팁을 줬다.

‘도전’이란 가치에 경험을 끼워 맞춰보려니 지난해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냈다가 안 되는 이유만 10가지나 듣고 깨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상생’의 가치에 맞게 협력사 입장에서 계약 관계를 개선해보자는 안을 냈더니 다른 팀에서 “기안조차 만들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승진시험 앞에서 회사의 경영 원칙이나 핵심 가치는 엄청난 난제로 다가온다. 잘 풀어보려 하지만 조각이 부족한 미완의 퍼즐과 같다.  

ⓒ 일러스트 서춘경

국내 기업들의 경영 원칙이나 핵심 가치는 좋은 말 백과사전과 같다. 그렇다 보니 경영 원칙이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 회사의 원칙을 다른 회사에 갖다 놔도 이질감 없이 그냥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쓰임새도 비슷하다. 책자나 컴퓨터 바탕화면, 액자 같은 것에 새겨놓고 여기저기에 노출시킨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3~5개의 멋진 단어들을 내세우고 그 안에는 각 단어가 뜻하는 바를 몇 단계에 걸쳐 다시 구조화한 후 세부 설명을 빽빽하게 채워넣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도전’은 문제 해결, 추진력, 긍정적 마인드의 3가지로 구성된다. 그중 문제 해결은 분석적 사고와 협상력, 의사소통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분석적 사고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여러 데이터를 취합하는 능력’이라고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적어놓은 경영 원칙이나 핵심 가치대로 회사가 운영되는지는 의문이다. 대다수 직원은 이런 원칙들을 평소에는 잘 모른다. 그러다가 행사나 이벤트, 혹은 테스트가 있을 때 벼락치기로 외워야 하는 텍스트가 되어버린다. 새로 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200㎞/h인데 300㎞/h로 달릴 때의 주의사항이 빽빽하게 적혀 있는 것 같고, 필요한 것만 찾아보려 하면 어디 있는지 못 찾거나 아예 내용이 빠져 있는 게 우리네 경영 원칙이다.

 

한정된 목표는 인생을 간결하게 만든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이론대로라면 경영 원칙을 통해 직원들은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다. 이 원칙은 회사 내 모든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심플하게 구성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자. ‘넷플릭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다. 2015년 기준으로 유료 가입자 수만 6500만명에 달한다. 이 회사가 성공한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들의 심플하고 명료한 ‘경영 원칙’이다.

넷플릭스는 비용이나 복리후생과 관련해서는 ‘Freedom and Responsibility(자유와 책임)’를 따른다. ‘You don't need policies for everything(당신에게 적용되는 모든 것에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Act in Netflix's Best Interest(회사에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하라)’로 대변되는 정책을 풀이해보면 이렇다.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판단한 비용에는 제한이 없다. 그리고 휴가 같은 것도 업무 조율이 끝났다면 제약이 없다.”

일하는 방식은 ‘Context, not Control(통제가 아니라 맥락이 중요하다)’과 ‘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목표는 공유하되 각자의 업무를 서로 믿고 빠르게 추진한다)’를 따른다. 뛰어난 동료들을 믿고 불필요한 미팅이나 간섭을 최소화하라는 얘기다. 이처럼 회사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문구는 사례를 들어 구성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놓았다. 이처럼 단순한 원칙은 기억하기 쉽다.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가 이 원칙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연스레 금세 숙지하게 된다.

넷플릭스처럼 국내에서도 벤처업체나 스타트업들이 심플하고 직관적인 경영 원칙을 도입하려고 시도 중이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회사는 망한다’ ‘책임은 시행한 사람이 아니라 결정한 사람이 진다’ ‘솔루션 없이 불만만 갖게 되는 때가 회사를 떠날 때다’. 음식 배달 앱으로 급성장한 한 업체의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내용 중 일부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안에는 협업과 시너지, 그리고 리더십 등 보고서로 쓴다면 수백 장은 됨 직한 현대 경영의 최신 화두들이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회사 내의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관찰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회사 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주는 롤 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회사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 스톰 벤처스 매니징디렉터. 남태희

넷플릭스의 경영 원칙 첫 마디는 이렇게 시작한다. ‘단순히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경영 원칙이란, 누가 보상받고, 승진하고, 퇴직하는가로 알아볼 수 있다.’ 경영 원칙에 ‘창의’가 있어도 창의적인 의견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누가 ‘창의’가 회사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할까. 직원들은 액자 속에 적혀 있는 핵심 가치가 아니라 조직 내에서 누가 성공하고 인정받는지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영 원칙이 단순히 구호로 그치는 이유는 회사가 솔직하지 못해서는 아닐 것이다. 보이는 가치를 직원들이 믿는 가치로 바꾸려면 더 심플하고, 더 쉽고, 더 솔직한 게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 대기업이 내세웠던 ‘신용과 의리’가 차라리 좋은 사례일 수도 있다. 더 명쾌하게 드러내고, 원칙과 운영을 일치시키며 그에 맞는 사람들로 회사를 채워야 더 강한 조직이 된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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