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 한 푼이라도 아껴 유가 변동성에 대비한다
  • 송준영 기자 (song@sisabiz.com)
  • 승인 2015.11.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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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다변화와 고도화 설비로 생산 효율성 높여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현대오일뱅크 홈페이지

유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 정유 업체들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고도화 설비를 증설하고 원료 다변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1일(현지시간) 국제 원유 시장이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이젠 정치적 결정보다 시장의 힘에 더 많이 휘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로 원유가 공급된 것과는 달리 셰일 개발 기술 발달로 미국 등 원유 시장의 공급자가 다양해진 까닭이다.

이에 유가에 따라 실적이 엇갈리는 정유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유가 급락으로 지난해 매출 65조8756억원과 영업적자 224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적자는 3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가 급락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었다.

국내 정유 업체들은 고도화 설비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설비 개조를 통해 36%였던 고도화율을 39.1%로 끌어올렸다. 이 덕에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정유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8%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157% 늘었다. 다른 업체들이 저유가의 파도를 못 이기고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는 고도화 설비로 생산 효율을 높였기에 가능했다. 정유업체들이 원유를 정제하면 절반 가까이는 가격이 싼 벙커C유 등 중질유가 나온다. 이 중질유를 고도화설비에 투입해 휘발유와 경유 등 가격이 높은 제품을 만든다. 저가 제품을 고가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또 고가의 경질유 대신 값싼 중질유를 대체 수입할 수 있어 원료 수급에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2018년까지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울산공장 부지에 잔사유 고도화 콤플랙스(RUC)와 올레핀 하류 콤플렉스(ODC)를 건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상품성이 높은 경질 제품 비중을 기존 74%에서 77%까지 늘리고 12% 수준이었던 중질유 제품 비중을 4%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원유 수급처 다양화도 유가 변동성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에쓰오일과 미국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한 GS칼텍스를 제외한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은 원유 수급처 다양화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적의 원유 수급을 위해 수급처 전면 재검토 작업 중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동산 원유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제한을 두지 않고 구매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미 중동·아시아·호주 이외 지역의 원유 수입 비중을 지난 2분기 12%에서 3분기 16%로 늘리면서 수입 단가를 크게 낮춘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원유 수급 다양화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타정유사들이 최근에서야 시도하는 원유 다변화를 3~4년 전부터 실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에콰도르, 페루 등 제 3국의 원유 샘플을 구해 별도의 테스트 후 원유들을 매입해왔다. 값싼 원료 덕에 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1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 속에서도 고도화 설비, 원유 수급처 다양화로 견조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3분기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가 다른 정유 업체와 달리 실적이 좋았던 것은 생산효율성과 원료비 절감 차이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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