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의 역습]③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민간 투자 사업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11 14:38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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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유치했다 적자 메워주느라 혈세 5조원 날려 -올해만 8000억원 부담…엉터리 수요 예측이 원인

도로·철도·항만 등을 건설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추진 과정 뿐 아니라 건설 이후에도 큰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 예산을 아끼겠다며 민간 자본을 유치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수익형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SOC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SOC 사업 이후 적자 보전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는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5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적자 보전에 썼고, 앞으로도 20년 이상 매년 수천억원을 부담해야 할 처지다.

◆ 부메랑 된 민자 유치…보증 기간 수십년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부족한 예산 대신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소운임 수익보장(MRG)’ 제도를 도입했다. 예측 수입보다 실제 수입이 적을 경우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재정 위기를 겪던 정부로선 SOC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민간 자본이 필요했고, 그에 따른 유인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자 유치를 통한 SOC 사업 추진은 곧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손실이 커지면서 적자 부담액이 갈수록 늘었던 것. MRG 지급액은 2002년 650억원에 불과했고 2007년까지는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2008년 3664억원으로 늘었고, 임기 말인 2012년 654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2013년 8606억원, 지난해 8162억원을 기록했다. 민자 유치를 통한 SOC 사업 추진 이후 민간에 지급된 적자 보전분만 4조9745억원에 달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지난해 MRG 지급액을 받은 민자 사업은 총 45건이다. 가장 많은 손실을 보전 받은 사업은 인천공항철도다. 지난해 2872억원의 혈세가 인천공항철도 적자 보전에 사용됐다. 지난해 인천공항고속도로 MRG 지급액도 925억원이나 된다. 인천공항을 연결하기 위한 철도와 고속도로에서 민간 자본의 적자 보전을 위해 쓰인 혈세가 2조4349억원에 달한다.

◆ 엇나간 수요예측, MRG 지급액 늘려

공사가 끝난 이후 MRG 지급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계획 단계에서 부풀려진 수요 예측 때문이다. 수요 예측이 과장되다보니 계약 당시 최소운영 수익도 높게 잡혔다. 그만큼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규모도 커졌다.

인천공항철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요 예측을 근거로 2007년부터 30년 동안 예상 운임수입의 90%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승객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계약 당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운임수입은 2조3485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실제수입은 1607억원으로 예측치의 6.8%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정부는 지난해에만 2872억원을 물어줘야만 했다.

정부는 손실보전액이 급증하자 2009년 MRG 제도를 폐지했다. 다만 폐지 이전 MRG가 적용된 SOC사업에 대해선 계속 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연간 5800억원, 총 15조원을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밑 빠진 독 물 붓기…“민자사업 전면 보완해야”

논란이 일자 정부는 MRG 제도를 폐지한 이후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비용보전방식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비용을 표준운영비로 정해놓고 실제 운임수입이 미달하면 그 차액을 지원한다. 최소운임수입보장 방식에 비해 재정지원이 적은 편이다.

인천공항철도도 사업재구조화 작업을 통해 비용보전방식으로 계약을 전환했다. 이를 통해 연간 부담액은 기존 5800억원에서 3100억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2040년까지 들어갈 보전액 규모도 7조원으로 MRG 방식(15조원)보다 8조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자료=국토교통부

전문가들은 SCS 방식이 MRG 방식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 통행료 등의 인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호준 한국개발연구원 민간투자지원실장은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리스크”라며 “정부가 최소한의 비용을 보장한다면, 리스크가 줄어들고 그에 따른 수익률 책정도 낮아져 가격이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MRG 제도가 폐지됐지만 ‘뒷북’ 행정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보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민자사업의 적정성 평가, 저금리 환경을 고려한 자금재조달방식, 자금 재구조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제도 보완을 통해 더 이상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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