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사실에서 드러난 정준양式 '막장 경영'
  • 한광범 기자 (totoro@sisabiz.com)
  • 승인 2015.11.12 18:02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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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과정서부터 MB정부와 유착...내부 규정 어기며 부실기업 인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임명 과정에서부터 MB정부 실세들과의 유착 관계를 의심 받았다. 사진은 지난 9월 검찰 4차 소환조사 뒤 귀가하는 모습. / 사진=뉴스1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포스코 비리 관련해 정준양(67) 전 회장 등 32명을 재판에 넘기며 11일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압수수색에서 시작해 장장 8개월에 걸친 장기 수사였다. 검찰 수사는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 전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을 불구속 기소하며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 전 회장 당시 포스코의 경영 행태를 밝혀내는 소기의 성과 역시 얻었다.

◆취임 과정서부터 이상득 측과 유착...기획법인 통해 26억원 몰아줘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회장 취임과정에서부터 정권과 유착한 흔적을 보였다. 이 전 의원 등 MB정부 실세들이 그의 회장 취임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MB정부 당시 '만사형통'으로 통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만나 이구택 당시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정 전 회장을 회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영준 전 차관도 2008년 하반기 재임 중이던 이 전 회장을 만나 사임과 정 전 회장 지지를 요구했다.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MB정부 당시 '왕수석'·'왕차관'으로 불린 실세다. 그는 당시 공직을 맡지 않던 야인이었다. 그는 2008년 11~12월 사이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 정 전 회장, 박 명예회장을 연이어 만나 사실상 포스코 회장 채용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급기야 2008년말 검찰과 국세청이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자,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 자진 사퇴했다. 정 전 회장은 CEO추천위원회 면접을 거쳐 2009년 3월 회장에 취임했다. 이 전 의원 등이 정 전 회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민 이유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자 모두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수사에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은 취임 후인 2009년 8월경 포스코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군 공항 고도제한 위반으로 중단된 것과 관련 댓가를 요구한 사실도 적시됐다.

신제강공장 증축은 정 전 회장이 포항제철소 본부장 당시에 입안·추진한 사항이다. 정 전 회장은 이 전 의원에게 이에 대한 해결을 부탁했다. 이 전 의원은 국방부 등에 포스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동시에 정 전 회장에게 측근에 대한 지원을 반대급부로 요구했다.

이 전 의원 측은 2008년 10월경 이미 기획법인 '티엠테크'를 통한 포스코켐텍 외주 물량을 넘겨받으려 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신제강공장 민원 청탁을 계기로 외주 물량 일부를 배정받기로 했다. 2009년 12월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기획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외주를 받았다. 박씨는 1988년부터 이 전 의원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검찰은 박씨가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시 이 전 의원 대신 구속처벌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켐텍은 일감을 떼어준 뒤에도 티엠테크가 해당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자 소속 직원을 퇴사시켜 회사 운영을 하도록했다. 박씨는 심지어 티엠테크의 업무와 회사 위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실제 회사에도 출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7월까지 티엠테크에서 급여와 배당금 등의 명목으로 12억원을 받아갔다.

이 전 의원 측은 같은 방식으로 두 개의 기획법인을 더 설립해 포스코 계열사의 외주 업무 일부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인사부터 고종사촌, 지인의 사위까지도 기획법인을 통해 금품을 챙겼다. 이 전 의원 측이 이렇게 받아 챙긴 금액은 26억원이었다. 이 전 의원 자신도 올해 초 기획법인 두 곳으로부터 매달 300만원씩 받기로 했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중단했다.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인수에 1592억원 투입...인수 배경 '미스터리'

포스코는 2010년 3월 17일 성진지오텍을 인수한다. 전정도(56·구속기소) 전 회장과 미래에셋으로부터 각각 440만주와 794만주를 사들였다. 매수 금액은 주당 1만2900원이었다. 전 전 회장이 요구한 금액에서 100원을 깎은 금액이었다. 인수 총액은 1592억원이었다.

당초 포스코는 주당 1만1000원으로 매각의사를 밝힌 미래에셋에 대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129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전 전 회장은 미래에셋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1900원을 추가로 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을 통해 전 전 회장이 결과적으로 주당 1만6331원에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전 전 회장은 3월 16일 포스코와의 합의 하에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을 1주당 9620원에 인수했다. 그는 4월말~5월 중순 사이 포스코로부터 주식 매각 대금 718억원을 받은 뒤, 이 중 429억원을 산업은행에 인수 대금으로 지급했다. 전 전 회장이 삼각 거래로 주식 5만9220주를 남기고도 차액으로 289억원을 챙긴 것이다. 포스코는 심지어 인수 과정에서 전 전 회장이 제시한 '5년간 경영권 보장' 등의 불합리한 조건도 수용했다.

포스코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은 앞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환율 급등으로 키코(KIKO, 약정환율 연계 파생금융상품)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성진지오텍은 부도위기에서 2009년 3월 채권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2300억원을 지원받았다. 2009년말 성진지오텍은 부채비율이 1613%에 달했다. 영업부진이 겹치며 감사에서 '존속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결과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포스코가 정유·화학 플랜트 기자재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해도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런 인수과정에는 정 전 회장과 전모 포스코 전략사업실장의 공모가 있었다. 전 전 실장은 정 전 회장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직접 보고를 하며 승인을 받았다. 포스코 내부의 투자관리규정에 의하면 이사회 승인사업의 인수 타당성 검토는 투자부서에서 주관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야 한다.

포스코건설이나 대우엔지니어링 등 관련 계열사나 본사 철강사업부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M&A 지원부서인 전략사업실에서 인수 제안부터 타당성 검토까지 모두 담당했다. 전략사업실은 인수타당성 검토도 없이 예비실사만을 진행한 뒤 인수를 확정했다. 심지어 정 전 회장과 전 전 실장은 사후 이사회 승인을 받으며 허위보고까지 진행했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에 인수된 후에도 경영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2010년말 자본잠식 상태가 돼 상장폐지가 예상되는 상황에 몰렸다. 결국 포스코는 2010년 10월부터 유상증자 등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지난해까지 증자와 사채 발행 등으로 6000억원 상당을 추가 투입했다.

결국 포스코는 2013년 7월 성진지오텍을 우량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그럼에도 재무 상황은 계속 악화되며 지난 10월 워크아웃 절차에 편입됐다. 경영권을 보장받았던 전 전 회장은 과거 회사 자금 횡령 사실이 발각돼 2011년 8월 회사를 떠났다. 그는 성진지오텍 해외 판매대금 6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6월 또 다시 구속 기소됐다. 정 전 회장과 전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성진지오텍 인수과정의 배경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에 처사촌동서 꽂기도..4억7000만원 상당 금품 수수

정 전 회장은 또 협력회사인 박재천(59·구속기소)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향응을 제공받고 외주업무를 맡겼다. 2000년대 중반 정 전 회장은 박 회장에게 처사촌동서 유모씨를 고문으로 영입하도록 요구했다. 유씨의 주 업무는 정 전 회장과 박 회장의 만남 주선이었다. 심지어 그는 회사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이런 만남을 통해 최고급와인과 골프채를 선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4억7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여재슬래브 70%를 코스틸에 공금했다. 이를 통해 코스틸은 2010년 이후 257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코스틸 경쟁업체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2013년경 포스코에 여재슬래브 공급 확대를 요청하자 포스코 담당자가 '코스틸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주인 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는 전직 포스코 고위 임원의 조사 당시 발언을 소개하며 정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전 회장 취임 후 계열사가 32개에서 67개로 증가했지만, 이마저도 성공적인 투자사례로 거론되는 예가 없고 각종 재무상황은 현저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부채가 영업이익, 부채, 국제 신용평가 등급 등 악화된 포스코의 악화된 경영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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