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령 도로 만든 의원 또 뽑겠습니까
  • 이민우 기자 (woo@sisabiz.com)
  • 승인 2015.11.13 14:38
  • 호수 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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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8대 총선에선 뉴타운 돌풍이 불었다. 뉴타운 공약만 내걸면 당선된다고 해서 ‘타운돌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국민은 뉴타운이 자신이 사는 곳을 풍요롭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깨달았다. 뉴타운 개발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 ‘난민’이 된 가족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개발 구역에서 빼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20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해야 하는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쁘다. 벌써부터 얼마를 확보했다는 홍보성 문자·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모 의원은 해당 지역에 6000억원 규모 예산을 따냈다며 기사를 써 달라는 청탁까지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문득 신기루가 된 ‘뉴타운’이 떠올랐다.

이들이 확보했다는 예산은 대부분 지역 개발 공약에 쓰인다. 대부분 도로나 철도, 항만을 짓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기자는 9일부터 12일까지 <SOC의 역습>이라는 제하의 기획 기사 4건을 통해 SOC 예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유령공항’이 된 양양국제공항의 사례처럼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였다. 5년간 SOC 사업에 쓰인 돈은 120조원이 넘는다. 올해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국민이 피 땀 흘려가며 낸 세금이다.  

예산 낭비를 막겠다며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제 역할을 못했다. 경제성이 없어도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예산 폭탄이 투하됐다. 그나마 정권에서 밀어부치는 사업은 대부분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혈세가 정권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도 선거 때만 되면 SOC 건설 공약이 봇물처럼 터진다. 이로 인해 쓸데없는, 혈세만 잡아먹는 도로·철도·공항이 여기저기 들어섰다. 정치권의 포풀리즘과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의 환상이 더해져 유령도로와 유령공항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퍼부은 돈은 국민 혈세다. 5년 간 쏟아부은 SOC 예산을 경제활동인구로 나눠봤더니 45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세금을 내는 사람마다 1년에 90만원씩 부담한 셈이다. 나도 모르게 90만원이 빠져나가 엉터리 사업에 쓰인다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뉴타운 정책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정치권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유권자인 국민이 생각을 바꾸면 정치인도 따라서 변한다. 지역 개발 공약도 마찬가지다. 쪽지 예산을 통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한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 것일까. 텅 빈 공항과 도로를 만든 것이 정치인만의 잘못일까. 우리 유권자가 그런 정치인들을 뽑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만큼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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