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은 밥값 각자 낸다”
  • 박승준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11.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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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마잉주 회담 때도 중국 전통 방식대로 반반씩 부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왼쪽)이 11월7일 66년만에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양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 연합뉴스

지난 11월7일 오후 4시(이하 한국 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의 ‘역사적인 화해의 악수’가 이뤄지기까지는 1949년 대륙과 대만으로 갈라선 이후 무려 66년이나 걸렸지만, 실제로 만나서 악수한 시간은 80초에 불과했다. 시진핑과 마잉주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데 25초 정도 할애해서, 모두 합해 2분도 채 안 되는 악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은 1시간 정도 진행됐다.

하이황빌딩, 양안의 22년간 접촉 지켜본 건물

시진핑과 마잉주는 이후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만찬을 나누었다. 만찬에는 시진핑이 원탁 한가운데에서 오른쪽에 앉고 마잉주가 그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둥근 헤드테이블에는 모두 14명이 앉았다. 시진핑과 마잉주가 마주 앉은 양쪽 옆으로는 시계방향으로 법률가 출신의 대만 국민당 부주석 겸 비서장 쩡융취안(曾永權)이 앉았고, 거기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판공청 주임 리잔수(栗戰書),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 샤리옌(夏立言), 중국공산당과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 장즈쥔(張志軍), 대만 총통 부비서장 샤오쉬천(䔥旭岑),대만 대륙위원회 부주임 겸 대변인 우메이훙(吳美紅), 시진핑 총서기 판공실 주임 딩쉐샹(丁薛祥), 대만 안전회의 자문위원 추쿤쉬안(邱坤玄), 중국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楊潔篪), 대만 안전회의 비서장 가오화주(高華柱), 중국공산당 정책연구실 주임 왕후닝(王滬寧)이 앉았다. 중국공산당과 국민당 인물들이 한 사람씩 건너서 차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66년 만의 제3차 국공합작 식단은 여섯 가지 요리와 한 가지 주식(主食), 두 가지 디저트였다. 여섯 가지 요리는 통째로 구운 아기 돼지의 껍질을 조그맣게 썰어서 금박을 살짝 뿌린 금박편피저(金箔片皮猪), 간장으로 양념한 전복 슬라이스에 바삭하게 튀긴 박을 곁들인 풍미장포편취과(風味醬鮑片脆瓜), 심해어 가루파의 살과 XO브랜디 양념을 한 찹쌀밥을 대나무 잎에 싼 죽엽동성반XO나미반(竹葉東星斑XO糯米飯), 항저우(杭州)식 동파육(杭式東坡肉), 살짝 볶은 죽순에 백합 뿌리를 얹은 백합초호순(百合炒芦笋)이었다. 주식은 쓰촨(四川)식 단단면(擔擔麵), 디저트는 찹쌀 새알이 든 눈꽃조개탕에 계수나무꽃 향기가 나는 설탕을 살짝 넣은 계화당설합탕원(桂花糖雪蛤湯圓)과 과일 접시였다. 대체로 가벼우면서도 소화가 잘되고 영양이 많은 귀한 재료를 골라 쓴 고급 요리들이었다.

만찬에 사용된 술은 마잉주 대만 총통이 준비했으며, 마 총통은 58도짜리 금문고량주(金門高粱酒) 블랙 레이블과 마조노주(馬祖老酒)를 준비했다. 고량주인 금문고량주와 마조노주는 대만 섬에서 해협을 건너 대륙에 인접한 대만의 최전선 방어기지 금문도와 마조도 두 섬에서 전통적으로 생산되던 독주(毒酒)들이다. 마잉주가 준비한 금문고량주와 마조노주는 600mL에 각각 5만원과 1만원 정도 하는 보통 고량주로 8년 숙성한 술들이다.

이날 밥값은 시진핑과 마잉주 측이 정확히 반반씩 나눠 부담했으며, 중국과 대만 미디어들은 이런 방식은 네덜란드식 더치페이(Dutch Pay)가 아니라 전통 중국식 ‘AA(대수 평균, Algebraic Average) 방식’으로 계산한 것이며, 이는 원래 중국에서 해오던 방식인데 근대에 들어서 네덜란드식 더치페이로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대만 미디어들은 중국에서는 결혼해 부부가 되더라도 재산은 각각 따로 관리하는 AA 방식이 현재의 중국인 부부들 사이에서도 지켜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A 방식의 나눠 내기는 서로의 사정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나눠 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산술 평균에 따라 반으로 나눠 내는 방식이라고 보충 설명했다. 만찬 후 마잉주 총통은 칠보 도자기로 만든 푸른 대만 까치(Taiwan Blue Magpie)를 선물했다. 이 푸른 대만 까치의 뜻은 “중국과 대만 서로가 일가친척으로, 평화롭게 지내자”는 것이었다.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이 마잉주에게 어떤 선물을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 후보 지원하기 위해 이뤄진 시마회

이날 만찬에 앞서 1시간 동안 회담을 하면서 시진핑은 마잉주에게 “우리는 부러진 뼈를 서로 이어주는 근육 같은 동포형제”라는 난해한 인사를 했다. 중국어로는 “다두안 구터우 리엔저 진더(打斷骨斗連着筋的同胞兄弟)”라고 했는데, 이 말의 뜻은 두 개의 뼈가 서로 떨어져 있지만 근육으로 서로 연결돼 하나의 기능을 하는 관계라는 것이었다.

시진핑과 마잉주의 시마회(習馬會)가 이뤄진 장소는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의 하이황(海皇)빌딩으로, 22년 전인 1992년 중국과 대만 민간 대표 사이에 ‘왕고(王辜) 회담’이 열렸던 곳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뤄진 민간 대표들끼리의 접촉은 모두 이 호텔에서 진행됐다. 중국과 대만 매체들은 이 하이황빌딩이 “해협 양안(兩岸)의 22년간 접촉을 지켜본 건물”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시마회가 이뤄진 11월7일 이 건물 앞에서는 10여 명의 대만 민진당(民進黨) 인사들이 “대만은 대만이고, 중국은 중국”이라는 대만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플래카드 시위를 벌였다.

중국과 대만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공산당과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이 오랜 내전을 벌인 끝에 중국공산당이 승리해 1949년 국민당이 대만 섬으로 쫓겨간 이래 이른바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과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나뉘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을 고수해왔다. 여기에 1996년 3월 대만에서는 최초로 실시된 총통 직접 선거에 야당인 민주진보당이 펑밍민(彭明敏) 후보를 내세움으로써 ‘대만공화국(Republic of Taiwan)’의 건립을 목표로 하는 대만 분리 독립 노선이 제 3세력으로 나섰다. 중국공산당은 1996년 3월 총통 선거에 대만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후보의 득표를 저지하기 위해 지린(吉林)성 미사일 기지에서 대만 섬 주변 4개의 해상 좌표에 미사일을 발사해 정확하게 탄착시키는 위협성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오히려 민진당 후보의 득표율을 높여주는 역효과를 낳았다. 현재 진행 중인 총통 선거 레이스에서 국민당 후보가 민진당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뤄진 시마회가 과연 어떤 효과를 낳을지가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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