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술, 기는 법규]③ 낡은 제도가 사물인터넷 연결 방해한다
  •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 승인 2015.11.18 15:25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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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규제 암초’...새 사업자 시장 진입 어려워
터치 한 번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을 표현한 그래픽/이미지=삼성전자

전 세계는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을 거쳐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초연결 혁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존 법규들이 사물인터넷 활성화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새 상품의 시장 유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Io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소속 케빈 애시톤(Kevin Ashton) 오토 아이디 센터(Auto-ID Center) 소장이 1999년 처음으로 사용했다.

미국 정보 통신회사 시스코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IoT를 통해 19조 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IoT 기기 시장이 급성장해 내년에는 64억개, 오는 2020년에는 208억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도 2025년까지 미국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혁신적인 6대 기술 중 하나로 IoT를 꼽았다.

◇개인정보보호 규제 개선해야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사물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법적장애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IoT시장이 후진적인 법률체계 탓에 성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개인정보법 같은 현행법상 규제가 IoT 서비스 개발과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개인정보법과 위치정보법은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데이터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정보가 될 수 있을 경우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사물인터넷 분야도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동의와 통보가 이뤄져야 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물인터넷은 부지불식간에 사물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일어나는 분야라서 수집·활용하는 모든 정보에 대한 고지와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사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진입 장벽 너무 높아

보고서는 신규 IoT 서비스에 대한 허가나 등록 요건에 대한 법률 체계가 미비하고 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IoT의 기반이 되는 통신사업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허가·등록·신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사업자의 지위를 얻으려면 상당 수준의 기술력과 재정적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규 개발 서비스가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이 분류하고 있는 기간·별정·부가통신 사업자 중 중첩되는 영역에 해당될 경우 중복 규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격의료 서비스는 의료법상 의료인만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원격진료와 관련된 IoT 서비스는 의료인으로 구성된 사업자나 의료인을 보유한 사업자가 아닐 경우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스마트전력망 서비스는 전기 송전과 배전 사업 모두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어 타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물인터넷 특별법 제정해야

권 교수는 “여러 분야가 융합되는 IoT의 경우, 각각 다른 분야의 기술과 사업이 서로 융합해 새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분야별 규제 법률이 중복 적용돼 시장진입 장벽이 높고, 진입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법령에서 IoT 관련 사항을 정비한다하더라도 사업자로서는 매번 서로 다른 법령을 검토해 서비스 시행의 타당성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IoT의 조기 시장 형성과 활성화를 위해 개별 법령에 우선하는 특별법령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 제정이 비교적 오랜 시일에 걸쳐 이루어지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IoT 관련 법·제도 가이드라인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IoT관련 정책이 확실하게 수립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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