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아킬레스건 ‘CO2’, 대응책은?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 승인 2015.11.20 17:41
  • 호수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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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현대차 저감기술력 수입차 대비 떨어져...정부차원 지원 대책 시급”
현대차가 투싼ix 수소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일반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노력은 게을리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이산화탄소(CO2)가 현대자동차를 코마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 좌장으로 글로벌 완성차사로 거듭난 현대차에 때 아닌 위기론이 불거졌다. 도화선은 유럽 환경단체 ‘교통&환경’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사 15개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추세가 현저히 떨어져 꼴찌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유럽시장에서 점차 점유율을 늘려가며 한참 업된 분위기였던 현대차에게는 비보였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하며 ‘현대차의 고급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엔 ‘이산화탄소 관리’가 너무 후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차 “CO2 저감기술? 금방 따라잡는다”

지난 10일 유럽 환경단체 '교통&환경'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혼다, GM, 피아트, BMW, 스즈키, 마쓰다 등 7개사는 2021년의 유럽연합(EU)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EU 환경 규제에 따라 유럽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 이하로 낮춰야 한다. 1g/㎞를 초과할 때마다 대당 95 유로(약 11만9000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현대차와 혼다는 분석 대상인 15개 업체 가운데 가장 늦은 2027년에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실패한다면 늘어나는 판매량만큼 벌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공교롭게 보고서 발표일이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미디어 공개행사와 겹쳤고, 현대차 임원진들은 기자들로부터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에 관한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A전무는 “다운사이징 기술과 실린더 디액티베이션(CDA) 장치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산화탄소 저감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수입차업계 “현대차 저감기술력 아직 멀었어”

현대차가 이산화탄소 저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동종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 기술력이 독일차 대비 현저히 뒤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일본 수입차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저감 기술이 없어서 조작을 한 게 아니다. 독일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저감기술 개발에서 현대차가 업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저감기술력이 일본이나 독일차보다 뒤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산화탄소 저감장치를 새롭게 개발하더라도 실차에 적용하기까지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외산차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산화탄소 저감을 시도할 경우 추가 장치에 따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실제 강화된 환경규제인 유로6 기준이 신설되자, 전반적인 자동차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바 있다. 현대차가 EU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치를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서 값비싼 고성능 저감장치를 장착시킨다면 유럽 내 ‘가성비 좋은 차’ 이미지가 지워질 수 있다.

◇ 정부 “관련법 강화하고 싶은데..현대차 눈치”

정부도 이 사안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EU보다 앞선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7g/㎞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규제방안을 행정예고해 놓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벌금은 1g/㎞ 초과 시 대당 1만원이다

이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일각에서는 벌금이 EU 대비 10분의 1수준이고, 배출량 기준과 별개로 검증 과정이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업계가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주장이다.

우려는 업계를 넘어 국회로까지 번졌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 ‘조선과 자동차’ 중 조선이 적자폭탄을 얻어맞은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 기술력까지 글로벌 수준에 미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의원 몇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시 자동차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안을 고려했으나,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차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로 보류됐다.

국토위 소속 여당 의원 한 보좌관은 “19대 국회 임기 중 관련 법안 개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며 “직접적인 항의는 없었지만 국산차 주요 임원진들의 우려가 있었다. 법안이 제정될 시 외산차 보다 저감기술력이 떨어지는 국산차 가격이 올라갈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기준과 연비기준을 맞추기 위한 세계 메이커의 편법문제는 현대차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내 역시 관련법 위반 시 미국식의 징벌적 보상제는 아니더라도 판매중지 등 강력한 제제 방법 구상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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