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추천 한 명마다 500만원씩 주겠다”
  • 조현주│객원기자 (.)
  • 승인 2015.11.26 21:16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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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업계 ‘구인 전쟁’에 급기야 ‘사람 장사’까지 나서…도 넘어섰다는 비판 나와

구인난에 빠진 TV홈쇼핑업계의 ‘인력 빼가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급기야 경쟁사의 인재를 영입해 올 때마다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곳까지 나타났다. 홈쇼핑업계 자체가 인력 빼가기와 지키기 전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곳이지만, 최근 행태는 ‘도를 넘어선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TV홈쇼핑업계에서 구인 전쟁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올해 업계 내 커다란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농산물 전용 홈쇼핑을 표방하며 지난 7월14일 출범한 ‘아임쇼핑(7홈쇼핑)’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임쇼핑의 등장으로 TV홈쇼핑업계의 우수 인력을 빼가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고, 이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7월14일 공영홈쇼핑(아임쇼핑)이 출범하면서 TV홈쇼핑업계에서 우수 인력을 빼가고 이를 지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새로운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는 T커머스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TV홈쇼핑에서 경력을 다진 인재들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를 뜻하는 ‘커머스(commerce)’의 합성어로, TV를 보면서 리모컨으로 상품을 구매·결제까지 할 수 있는 상품형 데이터 방송을 뜻한다. 기존 홈쇼핑과 달리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T커머스는 기존 홈쇼핑보다 발전된 차세대 홈쇼핑 방송으로 부각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공영홈쇼핑·T커머스 등 업계 지각변동

최근 신세계그룹 등 거대 ‘유통 공룡’이 본격적으로 T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업계에서의 인력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1월13일 신세계그룹은 T커머스 채널의 브랜드명을 기존 ‘드림앤쇼핑’에서 ‘신세계쇼핑’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T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쇼핑은 피코크 등 이마트 자체 브랜드(PB)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패션·의류·액세서리나 백화점 상품도 판매하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기존의 홈쇼핑업체들도 부리나케 T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이 순차적으로 채널을 오픈했고 NS홈쇼핑은 12월1일 T커머스 채널인 ‘NS샵플러스’를 스카이라이프 33번에 개설하고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이로써 국내 T커머스 사업자는 GS·CJ·현대·롯데·NS 등 홈쇼핑업체와 KTH·아이디지털홈쇼핑(태광)·SK브로드밴드·신세계·미디어윌 등 비(非)홈쇼핑업체 등 총 10곳으로 늘어났다.

공영홈쇼핑의 등장과 T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TV홈쇼핑업체들은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나날이 늘어나지만 이를 대체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홈쇼핑업체 가운데 직원 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홈앤쇼핑의 경우, 사내에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포상금을 걸고 인재를 영입해 오라는 ‘특명’까지 내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홈앤쇼핑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최근 ‘직원 인력 추천제도’ 공지를 사내 전산망에 수차례 띄우며 경력직 채용에 열을 올렸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내부 공고문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지난 10월 말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우수 인력 추천제도를 시행했다. 이 공고문에는 외부 경쟁사의 우수 인력을 추천하는 내부 직원들에게 직급을 구분하지 않고 250만원(영업 외 직군 추천 시)에서 500만원(영업 직군 추천 시)을 지급하겠다고 적시돼 있다. 또 포상금 지급 시기는 영입된 경력 직원의 최종 입사일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른 홈쇼핑업체에서도 인재 추천을 하면 포상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경력·직급에 상관없이 한 명 추천할 때마다 500만원씩이나 주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며 “게다가 포상금까지 걸었음에도 결국 인원 충원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는 경력 및 신입 공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작 내부 인력은 홀대

홈앤쇼핑은 왜 엄청난 금액의 포상금을 내걸며 인력 영입에 나선 것일까. 본지 취재 결과, 올해만 해도 홈앤쇼핑에서 30명 가까운 직원들이 타사로 이직을 하거나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계가 이직이 잦은 편임을 감안하더라도 한 회사에서 30명씩이나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대개의 경우 한 달에 1~2명 정도 퇴사나 이직을 하는 편인데 홈앤쇼핑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 홈앤쇼핑이 타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에 나섰다는 소문은 이미 이 바닥에 파다하게 퍼졌다”고 지적했다.

홈앤쇼핑 직원들은 지난 2012년 이후 매출액이 매년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을 불만으로 꼽았다. 취재를 통해 만난 이 회사의 또 다른 전직 직원은 “3년 넘게 회사를 다녔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계속 임금이 동결됐다”며 “임금 인상 시 평균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게 기본인데도 올해 3% 정도 인상된 게 그나마 나아진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홈쇼핑업체들이) 돈으로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데만 혈안이 돼 정작 내부 인력을 관리하는 데는 너무 소홀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앤쇼핑 관계자는 “요즘 업계의 인력 변동이 엄청나게 이뤄지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공영홈쇼핑의 등장과 T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신세계그룹 쪽으로 기존 홈쇼핑업계의 인력이 엄청나게 빠져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 등에서 연봉의 50~100%를 더 준다고 하며 사람을 빼가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느냐”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임금 동결 등 직원 처우 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처음 홈앤쇼핑이 세워졌을 때 대다수 인력이 경력직으로 채워졌다. 스카우트해서 데려왔기 때문에 이미 다른 업체에 비해 꽤 많은 임금을 부여한 상태였기 때문에 처우를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지난 3년 내내 임금을 동결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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