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쇄신이 필요한 새정치연합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11.26 21:34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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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에 희망을 접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권 지지자들이나 야권 지지자들이나 마음을 붙일 곳이 없어진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을 난폭하게 운영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달리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에게 그 같은 ‘초심’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이었던 국민 통합보다는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극우’와 ‘수구’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국정을 살피기보다는 유승민 의원을 원내대표직에서 축출하고 김무성 대표를 내리누르는 등 권력투쟁에 앞장선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두 가지 여건 때문에 가능했다. 노년층과 대구·경북 유권자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갖고 있는 데다, 정부를 견제할 야권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선전(善戰)한 야당이 지금과 같은 상태에 빠진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지지도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는 데 비해,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도는 새누리당 그것의 반 토막에 불과하니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그렇게 나쁜 이유도 설명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치 평론가들은 야당의 고질적인 계파주의와 ‘친노 패권’을 원인으로 들지만, 그것만으로 오늘날 야당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호남이 문재인 대표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해 갖고 있는 배신감이 그대로 문 대표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다. 문 대표가 박지원 의원을 꺾고 당 대표에 당선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도 있다. 이유가 어떠하든 호남 민심의 이탈은 새정치연합의 기반을 허무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이 상태로 새정치연합이 총선에 나선다면 참패가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의 지지도가 부진한 데는 호남뿐 아니라, 20~30대가 이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은 표에는 안철수 의원을 지지했던 표가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20~30대의 지지를 받던 안철수 의원이 새 정당을 만든다고 할 때 그 지지도는 민주당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안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연합의 당 대표를 지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상실해버렸다. 합당 명분도 분명치 않았고 그나마 세월호 침몰 사건 후에 치른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현실 정치에서의 한계를 노정(露呈)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에 몸을 담고 있지만, 새로운 정치를 희구하면서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냈던 사람들은 무당파(無黨派)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살아날 방법은 ‘친노 정당’ ‘운동권 정당’이란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일대 쇄신뿐이다.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전임 당 대표를 옹호하고 폭력 시위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는 리더십으로 무당파 유권자의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권이 수구로 흘러간다고 해도 ‘거리 민주주의’는 답이 아님도 알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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