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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가습기 살균제

알려진 사망자만 산모·영유아 포함 140여 명…기업체는 소비자에게 책임 떠넘겨

정락인│객원기자 ㅣ . | 승인 2015.12.03(Thu) 20:44:10 | 13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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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실내 공기가 불안정하다. 일정한 공기와 습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이나 감기에 걸리기 쉽다. 바깥 날씨가 차가운 겨울철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때에 실내 공기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가습기를 사용한다. 특히 갓 태어난 영아가 있는 집에는 가습기가 필수 장치로 꼽힌다. 그런데 가습기 물통에 넣는 살균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침묵의 살인자’로까지 불린다. 물속에 있는 세균을 죽이려다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원인 모를 폐 질환으로 입원한 임산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중 산모 4명이 숨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대한 ‘위험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폐 질환 환자가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이들의 공통점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4월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진이 원인 미상의 폐 질환 환자 7명을 발견해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 역학조사 결과, 폐 손상을 입은 환자 중에서 가습기를 사용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47배나 많게 나타났다.

8월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발생 4주기 추모행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과 피해자 가족 등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4개월 후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제품 사용과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의 사용이 중증 폐 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에야 뒤늦게 가습기 살균제 속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 구아니딘)’ 등을 유독물질로 지정했다.

이 살균제는 일반 소독제로 분류된다. 원래 샴푸나 물티슈 등 여러 제품에 사용됐다. 다른 성분에 비해 그다지 큰 해가 없는 화학물질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가습기의 물에 타서 사용했는데, 이것이 사람의 폐에 직접 유해한 화학물질을 흡입시키면서 치명적인 폐 질환을 일으켰다. 보건복지부는 동물 실험 등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강제 수거 명령을 발동하고 피해 의심 사례 신고 접수를 받아 조사를 시작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심각한 위험이 정부에 의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피해자들 제조·판매업체 상대 소송 벌여

정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고 신청한 사람은 500명이 넘는다. 이 중 피해가 확인된 사람이 230여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95명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수치가 ‘새 발의 피’라고 말한다. 피해 신청을 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치면 이 수치를 훨씬 뛰어넘고, 알려진 사망자만 산모와 영유아 등 140여 명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안성우씨(38)도 가습기 살균제로 산모였던 부인과 배 속의 아이를 잃었다. 안씨의 아내는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서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지 일주일 만에 숨졌다. 안씨의 아내는 마지막까지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시 의사는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고, 폐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는 진단만을 내놓았다. 태아를 구할 수도 없었다.

아내와 배 속의 아이가 왜 죽었는지 몰랐던 안씨는 우연한 기회에 그 원인을 찾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호흡곤란을 일으킨 산모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아내의 증상과 같다는 것을 안 것이다. 안씨는 집 안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발견하고는 땅을 치고 통곡했다. 안씨가 산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했고, 육아 카페 등에서도 꽤 알려진 제품이었다. 안씨는 공동구매로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했다고 한다. 안씨는 아내와 태아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였다는 것을 알고는 제조·판매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해왔다.

다른 피해자들도 울분을 토한다.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살균제를 판매한 기업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안전하다고 판매해놓고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사용자가 잘못했다는 식이다. 책임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한 업체는 없었다.

정부의 지지부진한 구제 정책에도 피해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국가가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고 본 것이다.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올해 초 패소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2012년 8월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본 9명의 가족 등이 제조업체를 상대로 1차 형사고발에 나섰으나, 경찰은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지켜보자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 중지했다. 이듬해인 8월 제조업체를 상대로 2차 형사고소에 나섰으나, 경찰은 올해 8월 고소·고발된 15개 기업 중 8개 기업만을 과실치상·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의 본사와 연구소, 유통업체 롯데마트 등을 압수수색했을 뿐이다.

경찰은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곳에 대해 ‘혐의 없음’, 5곳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업체들을 상대로 11월26일 3차 고발에 나섰다. 이들 업체가 판매한 제품을 사용한 후 피해를 본 사람들이 나왔다는 이유다.

이들은 고발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고한 시민 143명을 죽이고 수백 명을 다치게 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대표를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시민단체는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불매운동 등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죽었지만, 가해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겨울철 피부 건조 ‘천연 가습기’ 사용하라 

겨울철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가습기를 사용하려니 살균제로 인한 위험이 걱정된다. 피부는 마르고 콧속이 답답하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가습기를 꼭 사용해야 할 때는 정수기 물보다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정수기 물은 소독 성분까지 정화시키기 때문에 세균 번식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의 경우 물을 정화하면서 소독을 한 번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다. 가습기를 몸과 바짝 붙여서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습기를 틀었을 때 2m 정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위치는 바닥보다 높은 곳이 좋다.

만약 가습기 사용이 꺼림칙하면 천연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숯 가습기, 수경식물, 물에 적신 솔방울 등이 천연 가습기로 꼽힌다. 큰 대야나 그릇에 물을 받아둬도 가습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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