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최측근 실세로 급부상한 조용원
  • 이영종│중앙일보 통일·북한 전문기자 (.)
  • 승인 2015.12.10 17:08
  • 호수 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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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당국 “지난해 말 단골 수행…가장 주목해온 인물 중 하나”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인 조용원이 평양 권력의 핵심 실세로 떠올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군부대·공장 방문 시 수행원 멤버로 처음 등장한 지 1년 만에 가장 주목받는 파워엘리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의 약진은 정보 당국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국가정보원은 11월30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조용원이 북한 권력 서열에서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북 정보와 관련해 국정원이 특정 인물에 대해 ‘급부상’과 같은 표현을 쓰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눈에 띌 만큼 특이한 권력 내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조용원 급부상’ 관측이 더 눈길을 끈 건 북한 권력 최고 실세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신병이상설과 겹쳤기 때문이다. 황병서는 11월11일 평양에서 열린 군부 원로 리을설의 장례식에 참석한 후 20일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정은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자 해외에서 허리 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황병서의 권력 기반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숙청당한 것이란 관측도 꼬리를 물었다. 12월 초 황병서가 다시 김정은 수행에 나섬으로써 이런 설들은 수그러들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에서 개발한 지하전동차를 시찰했다고 10월2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맨 오른쪽이 조용원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 조선중앙통신연합

조용원의 신상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하지만 평양 권력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빨치산 금수저’로 불린 최룡해 당 비서가 지방 협동농장으로 쫓겨나고, 숙청됐던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과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등 김정은의 측근이 최근 잇달아 복권되는 등 김정은의 롤러코스터식 인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부쩍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조용원의 구체적인 신상은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국정원도 나이가 58세 정도로 추정된다거나, 당 조직지도부 업무를 맡아본다는 수준에서 정보위 보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지난해 말 김정은을 단골 수행하면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온 인물 중 하나”라며 “인적 정보 수집망을 총가동해 그의 권력 핵심 부상 배경이나 출신·경력 등을 추적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국과 서방의 첩보기관이 북한 주요 인물의 기본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방법은 해외 방문 기록이다. 출입국 또는 항공권 예약 시 여권이나 비자 정보를 확보해 출생연월일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조용원의 경우 외교나 대외 부문에 종사한 적이 없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당국은 그가 김정은의 눈에 들어 발탁된 상황이나 권력 내 역할에 대해 집중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용원이 김정은 권력의 최측근으로 자리 잡아 향후 정책 노선 수립이나 집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인물이란 판단에서다.

조용원이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012년 4월이다. 김일성 출생일을 계기로 당 간부들에게 ‘김일성 훈장’을 수여할 때 수훈 명단에 오른 것이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평양 어린이식료품 공장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게 처음이다. 이후 김정은의 공개 행사 참석 때 함께 등장하는 횟수가 늘어나 주목받았다. 지난 8월에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과 우리 당국의 대북심리전 방송 재개로 남북 간 위기가 고조됐을 때 열린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에 참석했다. 군부 실세들이 주축이 된 회의에 참석한 당 간부 4명 중 조용원이 포함된 걸 두고 그의 위상이 ‘부부장급’ 이상이란 평가도 나왔다.

조용원은 대학을 졸업한 후 노동당 사업에 첫발을 디딘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당 전문 부서의 지도원과 과장 등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후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에서 일해왔다는 것이다. 조직지도부는 ‘당 중앙의 중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노른자위 부서다. 노동당 간부에 대한 인사나 조직 개편 등의 핵심 업무를 다루기 때문에 당 중앙위원회와 군부, 내각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64년 김일성대학 졸업 후 처음 맡은 직책이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이었고, 조직지도부장을 거쳤다. 현재 김정은 권력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황병서도 조직지도부 부부장 출신이다.

김정은의 수행비서 역할 하고 있다는 분석

김정은을 수행하는 당과 군부 간부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꼼꼼히 살펴보면 조용원은 차분한 성격에 지적인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말끔한 모습이 다른 간부들에 비해 두드러진다.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의 사진이나 동영상에는 늘 다른 간부들보다도 한 발짝 더 떨어져 있는 조용원이 발견된다. 군부대나 공장, 기업소 방문 현장에서 김정은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가까이 다가가려 애쓰는 다른 측근들과 다르다는 얘기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에게 브리핑을 하는 현장 관계자나 수행 간부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꼼꼼히 메모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지시 사항이나 현장의 문제점을 기록해 이행하거나 바로잡기 위한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그의 모습은 김정일 시기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이제강을 떠올리게 한다. 조직지도부 지도원을 시작으로 노동당 조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제강은 2010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김정일의 현장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핵심 실세인 그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을 두고 장성택 등 권력 실세와의 갈등이나 음모론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은 측근들에 대한 권력 쏠림에 거부감을 보이는 행태를 나타냈다. 최고의 측근 실세라 해도 잦은 숙청과 교체를 통해 수시로 자리바꿈을 실시했다. 집권 첫해인 2012년엔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제1위원장이 수행 횟수 1위로 곁을 지켰다. 하지만 이듬해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현 당 비서)이 1순위였다. 하반기 들어 장성택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국가 반역 혐의로 처형했다. 지난해엔 최룡해를 밀어내고 총정치국장 자리를 차지한 황병서가 김정은의 공개 행사에 가장 많이 따라다녔다.

북한 권력에서는 공식 직책 못지않게 김정은을 누가 많이 수행했느냐가 권력 내부의 서열이나 영향력을 가늠하는 데 핵심 기준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도 황병서는 수행 1위를 기록해 2년 연속 수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정보 당국은 조직지도부 부부장 조용원의 행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내년이면 집권 5년 차를 맞는 김정은 권력의 세대교체와 물갈이 인사를 주도할 설계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은 시대의 핵심 실세로 자리 잡은 그가 어디까지 세력을 뻗쳐나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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