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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권한 대폭 강화’ 무리수 두는 수협

과거 잇단 비리로 회장 권한 축소시켰던 수협중앙회, 김임권 회장 체제 들어 다시 개정 움직임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5.12.10(Thu) 17:24:49 | 13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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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이 각각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을 두고 수협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양측이 발의한 수협법 개정안은 수협의 신용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수협은행’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여기에 더해 수협중앙회 회장의 임기를 현행 단임에서 연임이 가능하게끔 하는 것과 회장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협은 수협은행 설립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외부에 말하고 있지만, 수협 내부적으로 화력을 집중하는 곳은 수협중앙회 회장의 임기 및 권한과 관련된 부분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이 11월25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우남 의원 개정안, ‘회장 연임 불가’ 삭제

수협법은 지난 2010년 4월에 개정된 바 있다. 전임 회장들이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으면서, 당시 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김임권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하자마자 이 법안을 다시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수협 안에서 일자, 그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1월28일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에 위치한 수협중앙회에서 김임권 회장과 전국 회원조합장 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임시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김 회장과 조합장들은 국회에 제출할 ‘수협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수협법 개정 호소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호소문에서 언급한 수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협의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해 수협은행이란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수협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은 2013년 12월부터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 규제에 관한 기준(바젤Ⅲ)을 적용받고 있지만, 협동조합인 수협은 준비 기간을 고려해 바젤Ⅲ 적용이 3년간 유예되어왔던 상황이다.

지금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아온 조합원 출자금과 정부출연금이 바젤Ⅲ 체제에서는 부채로 전환됨에 따라 이 기준이 적용되면 수협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가 국제 은행 자본 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적용받기 위해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수협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이 법안은 김우남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런 내용의 수협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상임위에 넘겨져 있으나 법안 심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김 회장과 수협조합장이 모여 호소문을 발표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수협은행 설립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은행 설립이 불가피해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우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현재 수협중앙회 회장의 임기는 2010년 4월 개정된 법에 따라 4년 단임으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당시 개정된 법은 현 김임권 회장부터 적용되고 있다. 김우남 의원은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중임(회장직을 연이어 하지 않고, 물러났다가 다시 맡는 것)은 가능토록 한 현재 법안에서 연임 불가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 한해 중임 횟수를 1회로 한정했다. 즉 최대 8년까지 연이어 회장직 재임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이러한 법안이 김 회장 취임 초기에 추진되는 데다, 또 김 회장 자신이 이 법안 적용에 포함되자,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판이 수협 안팎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수협 측은 “개정안은 김 의원실에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만, 국회 관련 상임위에서는 수협 측이 법안 발의에 깊이 연관됐다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수협 내부에서도 수협은행보다 이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소재 수협중앙회 ⓒ 시사저널 박은숙

“반대파엔 과잉 감사, 찬성파엔 징계 축소”

여기에 회장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수협 안팎의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수협중앙회장은 사실상 명예직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협은 신용사업과 지도경제사업 부문으로 나뉘어 각 사업의 전담대표이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전임 이종구 회장 시절에 위상이 대폭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중앙회장이 가지고 있는 법적 권한 자체는 미미한 부분이 있다. 김 의원의 법안에는 중앙회의 각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사업전담대표이사’를 회장이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현재 이사의 임기는 회장과 동일하게 4년으로 규정돼 있으나 개정안은 이를 2년으로 줄였다. 중앙회장에게 사실상 이사의 인사권이 부여된 셈이다. 또한 현행법에서 이사가 대표하는 업무를 회장의 업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과 달리, 회장이 중앙회를 대표하는 동시에 중앙회 전체 업무를 총괄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개정안은 수협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서도 중앙회장의 권한을 늘렸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정부 인사를 해수부, 기재부, 금융위가 각각 1명씩 추천해 총 3명으로 줄였다. 대신 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인사를 무려 4명으로 늘렸다. 전체 7명 중 중앙회장이 과반수를 장악하도록 한 것이다. 김 의원의 개정안대로라면 수협은행장 추천권도 사실상 중앙회장의 권한이 된다. 개정안은 또 중앙회에 자회사를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중앙회는 지도·감독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 측은 “조합의 자율성이란 자주적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의 내용은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전문 경영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있지 않다”며 “관치 경영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어업인 및 회원조합의 이익에 기반하는 민주적 통제 원리를 작동시킴으로써 오히려 전문경영인의 경영 성과와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협 내부에서는 김우남 의원 측 주장과는 다른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2010년 개정된 수협법은 역대 회장들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자, 회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올해 3월까지 회장을 역임했던 이종구 전임 회장의 경우 특별한 구설에 오르지 않은 채 임기를 마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정된 법안을 다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자 당연히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협의 행보다. 겉으로는 이 법안이 김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라며 한 발짝 빠져 있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여론몰이와 동시에 여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협 회장의 임기 연장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곳은 수산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지인 A 신문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A 신문사의 최대주주는 현 김임권 수협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H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H사는 A 신문의 지분 51%를 가지고 있다. A 신문은 매해 수협으로부터 광고를 꾸준히 수주하고 있다. 전직 수협 회장을 지낸 박 아무개씨가 현재 이 신문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A 신문에서는 최근 몇 달간 무기명 기사를 통해 수협법 개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다른 신문도 수협의 광고를 수주하다 보니 수협 측의 입장과 크게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밖으로는 수산업계 전문지를 통해 수협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입단속을 단단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법안에 반대했던 ㈜수협노량진수산시장 대표이사를 최근 사퇴시킨 것이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한 의원실의 관계자에 따르면, 전임 이종구 회장이 앉혔던 대표이사 정 아무개씨가 지난 9월2일자로 사퇴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협중앙회 측의 강도 높은 감사가 있었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수협 측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고 말하지만 통상적으로 1개월간 진행되는 감사를 3개월간 하다 보니 정씨가 못 견디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관계자 역시 “유례없이 장기간 자체 감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수협중앙회 감사는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서 아무개씨가 맡고 있다.

수협 “김 의원 개정안에 대해 우린 할 말 없다”

반면 이번 수협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김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최근 수협 자체 감사 결과, 전국 수협 조합 중 세 군데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됐는데, 모두 김 회장의 선거를 돕거나 개정안을 지지하는 조합”이라며 “이 조합에 대해서는 중징계 아닌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협 측에 감사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수협 측에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구설들이 해수부와 국회에서 나오다 보니, 최근 사정기관이 김 회장의 비위나 직권남용에 대한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장 임기나 권한 강화는 정부(해수부) 안이 아닌, 김우남 의원실에서 발의한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A 신문의 최대주주가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H사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밖의 다른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실 측이 이런 내용을 발의하는 데 수협과 전혀 얘기가 없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개헌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정권 초반에 추진하면 순수성을 의심받는 것처럼, 연임도 회장 취임 초반에 추진하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확인해보겠다는 다른 여러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도 마감 시간까지 별다른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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