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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폭파범 한국인 맞나?

일본 언론 “야스쿠니 신사 폭파범=한국인”…반한 감정도 커지고 있어

유재순│일본 제이피뉴스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12.15(Tue) 19:34:12 | 13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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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9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 폭파 혐의로 한국인 전 아무개씨가 일본 경찰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 AFP 연합

지난 12월9일 오전 10시쯤, 일본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자진해서 일본에 재입국했기 때문이다.

11월23일 오전 10시쯤, 도쿄 시내 구단시타(九段下)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남자 화장실에서 갑자기 한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누군가 화장실에 폭발장치를 해놓은 것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천장에 구멍이 나는 등 화장실 시설물이 약간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폭발 현장에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화약 물질이 든 파이프 4개가 한 묶음으로 묶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시한 폭발장치와 비슷한 디지털 타이머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화장실을 폭파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분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즉각 일본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일부에서는 “혹시 일본에도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테러가?”라고 지레짐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용의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날 밤 일본 경시청 관계자는 “폭발음이 들리기 30분 전후에 룩색가방을 멘 20대의 남자가 근처 보안 카메라(CCTV)에 포착됐다. 이 남자의 동선을 따라가보니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1㎞ 떨어진 곳에 호텔이 있었다. 그곳에서 문제 남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택수색을 통해 그의 소지품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이 남자는 11월21일에 일본에 입국한 한국 국적자로, 아마도 이 남자가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에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 같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일본 언론에 용의선상에 떠오른 남성이 한국인이라는 보도는 일절 없었다. 비록 폭발 30분 전후 보안 카메라에 문제의 남성이 포착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폭발물을 설치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도 아니었다.

산케이 “야스쿠니 폭파범은 한국인” 첫 보도

그런데 며칠 후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이었다. 평소 반한(反韓) 보도로 유명한 산케이신문은 다각적으로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11월23일 사건 당일 이후 매일같이 일반 기사 혹은 사설, 기자 칼럼을 통해서 야스쿠니 신사가 한국과 중국에서 ‘반일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비판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야스쿠니 신사 폭발 사건의 용의자가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공안부로부터 용의자로 지목된 전 아무개씨의 집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입수한 일본 방송사들은, 한국 군산까지 찾아가 전씨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미 2개월 전에 이사를 가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휴대폰을 통해 야스쿠니신사 폭발 사건에 대해 물어보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전00씨 되시죠?”
“네. 그런데요.”
“야스쿠니 신사 폭발 사건 때문에 그러는데요.”
“…”(전화 끊어짐)


일본 방송사가 전문 유명 리포터까지 대동하고 군산에 가서 취재한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전씨가 12월9일 오전 10시쯤 뜻밖에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재입국을 시도한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 폭발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 전 아무개씨가 12월9일 도쿄에서 일본 경시청에 체포된 사실을 일본 주요신문이 크게 보도했다. © 연합뉴스

전씨의 일본 재입국은 한·일 정부의 기획?

전씨의 재입국은 모두를 놀라게 했으나, 그 놀라움만큼 의문스러운 점도 많았다. 우선 일본 언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체포될 것을 빤히 알면서 왜 자진해 일본에 왔나”였다.

실제로 전씨는 자진해서 일본에 오지 않았으면 체포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했다. 그 이유는 ‘한·일 범인 인도 조약’에 있었다. 이 조약에는 ‘자국 내에 있는 용의자는 상대국에 인도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단 ‘정치범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실제로 전씨가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고 해도, 그 스스로가 역사적인 문제 때문에 항의 표시로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정치적인 주장을 펼치면 한국 당국은 전씨를 일본에 인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그는 자진해서 제 발로 일본에 다시 걸어들어온 것이다. 바로 이에 대해서 일본 언론은 일제히 그 이유와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씨는 “일본 기자들이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에 대해서 질문을 해와 그 화장실을 확인해보려고 왔다”고 다소 황당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전씨의 재입국에 대해 ‘기획 입국설’을 제기한다. 즉 한·일 양국이 물밑에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8월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 같은 달 14일 “일본천황은 한국에 오고 싶으면 먼저 사과를 한 다음에 오라”는 발언을 한 이후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됐다. 당시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왜 가만히 있는 천황을 건드리나. 천황이 언제 한국에 간다고 했나”라며 극도의 분노를 드러냈다.

일본 언론에는 일종의 금기 사항인 3대 터부가 있다. 천황과 조선인, 그리고 부라쿠민(部落民·백정이나 호적이 없었던 과거천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금기 사항 중 하나인 천황을 건드린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보다도 천황 사과 발언에 더욱 분노하며 친한(親韓)·지한(知韓)파조차도 유례없는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한·일 관계는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지난 11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그나마 경색됐던 관계가 조금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무위로 끝나고 모두가 허탈해 있는 상황에서 야스쿠니 신사 폭발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한국인인 전씨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래서 일부 일본 언론이 “한·일 양국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전씨의 재입국을 기획했다”는 기획설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진해서 하지 않으면 체포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본 재방문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전씨가 올해 3월 공군으로 복무하다가 제대한 것에 ‘재입국’의 동기를 부여한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때문에 아직도 군인정신이 살아 있어, 한국 정부의 입장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자진해서 일본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정치적 주장을 펼치면 범인 인도 조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대신 외교문제로 비화돼 한국 정부가 난처해지고 또 그렇게 되면 자연히 한·일 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자진해서 일본에 재입국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 공안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전씨는, 12월9일 밤에는 “1차 야스쿠니 신사 폭발이 실패해서 다시 시도하기 위해 일본에 온 것이다”고 범행을 인정했다가, 10일에는 다시 부인했다. 그런데 불길한 것은 9일 재입국하면서 그가 가지고 온 소지품 중에 화약 같은 물질과 타이머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튼 야스쿠니 신사 화장실 폭발 사건과 그 용의자 전씨의 일본 재입국은 여전히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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