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 측] 진짜 한국 법학 교육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자
  • 서완석 | 전국법대교수회 회장 (가천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12.15 20:42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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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권민식 대표(왼쪽 세번째) 등이 서울대·한양대 로스쿨을 형사 고발했다. © 연합뉴스

최근 몇몇 언론들은 로스쿨에 다니며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시민단체 변호사를 꿈꾸고 있는 학생, 북한이탈주민 학생, 시각장애인 학생, 그리고 취약계층으로 입학한 특별전형 학생들이 자신들은 기득권 유지나 계층 상승을 위해서가 아닌 보통의 꿈을 갖고 법 공부를 하고 있으며 ‘금수저’ ‘부의 대물림’ ‘음서제’ 의혹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사시와 로스쿨 병치론자들의 논리를 허접한 것으로 매도하고 급기야는 그들 모두를 무상급식 반대주의자로 모는 듯한 글도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어느 칼럼은 법무부의 4년 사시 유예 발표 때문에 격앙된 로스쿨학생들을 향해 “맘껏 분노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울지 않는 아이에겐 젖을 주지 않는 법이다. 부모도 그럴진대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특히 그렇다”라고 적고 있다.

로스쿨의 구조적 결함 보완

사시 존치를 지지하는 입장으로서 단 한 번도 ‘금수저’나 ‘흙수저’라는 용어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다만 로스쿨관계자들에게 세간에서 ‘부의 대물림’이라든지 ‘음서제’라는 용어가 왜 사용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주장할 뿐이다. 로스쿨을 폐지하라거나 로스쿨 정원을 줄이라거나 특별전형제도를 없애라는 주장을 한 적도 없다. 그저 왜 지금의 로스쿨이 국민소득 9 내지 10분위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1내지 2분위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느냐고, 빚을 내지 않으면 도저히 로스쿨 입학을 꿈도 꿔보지 못하는 학생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졌는데도 고등학교만 졸업했다고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막는 이유에 대해 묻고 있을 뿐이다. 입학과정이나 졸업 후 취업과정 등에서 얼마든지 불공정이 개입될 수 있는 취약한 로스쿨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로스쿨 체제가 도입된 후 학문 후속세대가 단절돼 선진법학을 연구할 인력이 없어지는 심각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묻고 있으며, 그 재앙을 막는 길은 사시존치가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애초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학문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법률교육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를 싸고 쉽게 제공하도록 하고자 도입됐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 수가 많아야 함은 당연한 전제다. 양질의 서비스는 경쟁과 다양성을 통해 확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지금의 로스쿨 교수나 로스쿨 학생들에게 어떤 피해가 돌아가는가? 사시 폐지론자들은 사시 존치 주장이 결국 변호사 숫자를 줄이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다 같이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니 물어보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왜 존재하는가? 협량함을 벗어던지고 진짜 한국 법학교육의 미래를 같이 걱정해줄 수 없는가?

57년간 유지돼 온 사시 제도가 암기만으로 합격하는 시험이고, 로스쿨교수들이 공식 책자에 ‘희망고문’ ‘희망의 덫’이라는 용어로 낙인을 찍을 정도밖에 안 되는 시험이었던가? 그들의 시각은 아직도 과거의 사시 제도에 머물러 있다. 사시 제도하에서도 취약계층이나 비법학사들, 그리고 지방 출신 학사들에 대한 할당제를 실시할 수 있고, 응시 횟수를 제한할 수있으며,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통한 변호사 배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변호사시험은 판례를 전혀 외우지 않고 오로지 리걸 마인드만으로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무언가 다른 시험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성문법 국가의 법학은 개념으로 시작해서 개념으로 끝난다. 이론에 치우친 교육을 개혁하려다가 이론교육이 죽어버리는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떠한 제도도 장점만을 가진 것이 아니므로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 논리에 의해 발전되어야 한다. 정녕 로스쿨 제도는 진테제(synthese)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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