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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로 한 우물 판 ‘흙수저’가 일궈낸 거대 스타트업

모텔 종업원에서 거대 숙박 예약 스타트업 기업 만든 ‘야놀자’ 이수진 대표

이승환 | ㅍㅍㅅㅅ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5.12.23(Wed) 18:12:11 |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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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는 있고 모텔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룸서비스, 조식 등이 떠오를 것이다. 질문을 거꾸로 해보자. 모텔에는 있고 호텔에는 없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콘돔 정도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주차장의 가리개다. 호텔에서는 당당하게 차를 세우고, 당당하게 세워둔 차를 타고 나온다. 반면 모텔에는 들어갈 때부터 찜찜한 감을 갖고, 나갈 때는 뒷문으로 조신하게 걸어 나온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모텔에서 여대생들은 파자마 파티를 하고, 남녀가 자연스럽게 예약한 후 대실 서비스를 이용하고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과거 모텔은 남녀가 여행 가서도 반드시 피해야 할 숙박지였지만, 이제는 함께 앱을 활용해 어느 모텔에서 묵을지 이야기한다. 10년 전을 떠올리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쿠팡과 위메프, 그다음은 ‘야놀자’

ⓒ 야놀자 제공

최근 모텔업으로 2000억원의 가치평가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스타트업’(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시가총액이 2015년 12월 기준 4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6000억원이 되지 않는다. 이들 회사의 비유동자산은 각각 1000억원, 4000억원 이상이다. 그런데 2000억원이란 가치평가를 받은 이 스타트업은 건물 하나 없다. 직원 수도 170명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이보다 몇 배 이상의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투자계에 무성하다. 이 스타트업은 바로 ‘야놀자’다. 그냥 “숙박 예약 앱 아냐?” 정도로 인식되던 이 회사는 소셜 커머스 업체인 ‘쿠팡’과 ‘위메이크프라이스’ 다음가는 수준의 스타트업으로 우뚝 섰다.

기업의 창업자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쿠팡의 창업자 중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의 딸 윤선주 이사가 있었고, 초기 자본금만 30억원이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는 ‘던전앤파이터’로 네오플을 3000억원에 매각한 허민 전 대표가 시작했다. 반면 야놀자의 창업자 이수진 대표의 이력은 인생극장에 나올 수준이다. 6세때 천애고아가 됐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 초등학교 5학년에야 한글을 익혔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 대학을 모두 장학금을 받으며 가야 했기에 전문대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본인도 인정하듯 인상도 수더분하다. 그런 남자가 설립한 기업이 지금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야놀자는 2015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리스타트 선포식을 가졌다. 지금까지 회사의 역사를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10년간 생존에 성공한 것이 고객을 위한 편의 제공 때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숙박업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러브시설에서 설렘과 행복이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장기적으로 숙박업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10년간 이미지 제고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모텔은 여성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숙박에서의 불편함도 크다. 이를 위해 야놀자는 ‘코텔’이라는 숙박 형태를 시작했다. ‘코리안 호텔’의 줄임말로, 기존 숙박업계가 해소하지 못한 이미지를 일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코텔이 가장 먼저한 일은 주차장의 가리개와 캐노피, 그리고 네온사인을 걷어낸 것이다. 프런트도 오픈형이며 건물 내부에 미술품도 있어, 이곳이 모텔인지 호텔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감지기를 설치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도록 ‘몰카안심존’이라는 시스템도 장만했다. 은밀하거나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걷어내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야놀자의 성장을 그저 빠르게 비어있는 시장에 진입했고, 모바일에서 기회를 잘 잡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대표가 오랜 시간 모텔업에 종사하며 ‘업(業)의 본질’과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고생해서 모은 돈을 어이없이 6개월 만에 주식으로 날린 후 어쩔 수 없이 지방에서 모텔 종업원으로 일했다. 시트도 교체하고 카운터도 보는 등 모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해봤다. 2005년 모텔에서 매니저를 보던 시절 한 지인이 모텔 정보 카페 인수를 제안했는데 그게 ‘야놀자’의 모태였다. 일하면서 남는 시간을 모텔 종사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데 쏟았다. 카페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텔을 이용하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텔업 종사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숙박업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2년 전 이맘때만 해도 투자를 받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회사였다. “5년 전에는 회사의 문을닫을까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 8년 전에는 핵심직원이 직원 13명 중 10명을 데리고 경쟁사로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상표권마저 경쟁사에서 등록했다. 너무 화가 나 경쟁사 대표와 주먹다짐까지 하고 벽만 때려서 병원비만 날렸다.”

설립한 지 10년 만에 누적 가입자 280만명, 매출 350억원의 회사가 됐다. 야놀자가 내놓은 앱은 누적 다운로드가 1000만 건을 넘었다. 그리고 2015년 야놀자는 약 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한때 문을 닫아야 하나 걱정했던 이 기업은 지난 7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최근 대한민국 벤처 투자계에서는 거품 논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회사를 잘 포장해 팔아먹으려는 기업과 투자자가 난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외부의 첫 투자는 야놀자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투자를 받기 전 계속해서 망설였다. 계약서에 써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이름으로 사인했다는 건 어떻게든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과연 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그리고 (투자를 받는 게) 맞는 길인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투자 받기로 결정했으니 생각을 더 크게 그리기로 했다. 투자를 받았다면 이제 회사가 공개되는 것이고, 그에 어울리는 혁신을, 야놀자가 가야 할 길을 그려야겠다고 말이다. 그 결과물이 리스타트 선포였고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숙박시설 현대화에 앞장서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숙박업에 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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