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인물] 온라인 영향력 오프라인으로 확대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12.24 18:31
  • 호수 136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한 해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해온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도전

국내 인터넷과 모바일의 대표 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2014년 5월 합병을 단행했다. 네이버의 아성을 깨기 위해 두 인터넷기업 창업주가 손을 잡은 결과였다. 합병 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는 혁신 엔진을 장착했다. 네이버를 따라잡기 위해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2014년 9월 사업을 시작한 소액 송금·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뱅크윌렛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2015년 중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나섰고, 최근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2016년에 본인가를 마치면 늦어도 연말에는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포토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네이버 아성 도전

지난 3월에는 ‘카카오택시’를 선보였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앱만 설치하면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모았다.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500만 건의 누적 호출 건수를 기록했다. 12월13일에는 누적 호출 5000만 건을 돌파했다. 하루 호출만 60만 건에 달했다. 기사 회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국 택시 면허 수의 70%에 육박하는 19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에 고무된 카카오는 최근 고급 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을 출시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심지어 배달 앱 시장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보고서에서 “카카오가 인지도를 활용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면 시장 1위 업체 로지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판교 사옥 앞에서는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대리기사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 앱 업체들도 바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의식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카카오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그동안 모바일 영향력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일정 부분 성공도 거뒀지만, 한계도 있었다. 대다수 사업이 무료로 서비스되는 만큼 수익 모델이 명확하지 않았다. 올해 3분기 카카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2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4%나 감소한 162억원에 그쳤다. 신규 서비스에 투자하면서 영업비용(2134억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카카오의 주가는 10% 이상 하락했다. 한때 8조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은 현재 6조7300억원대로 떨어졌다.

김 의장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새로 시작한 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가 향후 관건이 됐다. 기존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리운전이나 배달 앱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김 의장은 8월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카카오의 새 대표에 내정했다. 신임 임 대표는 투자에 탁월한 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네이버 기획실 전략매니저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등을 거치며 이른바 ‘될성부른’ 스타트업 회사를 발굴해왔다. 국민 캐주얼 게임으로 불리는 ‘애니팡’의 제작사 선데이토즈 역시 임 대표가 발굴한 신생 벤처기업 중 하나다.

김 의장은 2012년 자신이 100% 투자한 벤처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의 경영을 임 대표에게 맡겼다. 일종의 시험 관문이었다. 김 의장의 눈은 정확했다. 3년간 키즈노트·핀콘·프로그램스·레드사하라 등 5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십 배 넘게 가치가 오른 기업들을 발굴해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위기를 타개할 인물로 임 대표를 선택했다. 시가총액 8조원대의 회사를 35세의 젊은 CEO(최고경영자)에게 맡기는 모험을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기존 사명(다음카카오)을 카카오로 교체했다. 모바일의 영향력과 젊은 CEO를 통해 실험적 시도를 더욱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속도감 있는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더 빠르고 강한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며 “(임 대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본격화하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부와의 불화, 사업에 악영향 미칠 수도

정부와의 불화는 향후 김범수 의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카카오는 2014년 5월 합병 직후 사정 당국으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했다. 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 및 검찰 조사가 이어졌다. 이석우 전 대표는 11월4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재임 시절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

한 여성이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차단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12월1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 6단독 심리로 첫 재판이 열렸다. 이 전 대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은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카카오그룹 같은 폐쇄형 서비스는 이용자 대화를 일일이 들여다볼 경우 오히려 감청 위험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14년 10월 카카오톡 사찰 논란 당시 감청영장에 불응하면서 ‘표적 수사’를 받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 감청·사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용자들이 잇따라 카카오톡을 떠나자 이 전 대표는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초강수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후 검찰과 국세청의 파상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와의 불화가 계속될 경우 카카오가 새로 시작한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의장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