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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초월한 새로운 이념 필요”

서인택 한국글로벌피스재단 회장 인터뷰 “한국적 가치철학 브랜드화해야”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5.12.24(Thu) 18:55:06 |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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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1~12일 양일간 북한 개성공단에서 진행된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로 끝났다. 회담 이후 남북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남북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12월12일 중국 베이징(北京)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그 여파가 남북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행히 남북 민간 교류는 이 같은 남북 정세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교류는 지난해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12월9일까지 총 30건, 모두 520여 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이는 2014년 11~12월 두 달간의 방북 횟수(14건 132명)를 2배 이상 넘어서는 수치다.

ⓒ 시사저널 임준선

“문화 통한 민간 통일운동 중요”

“통일을 정치적·이념적으로 접근하면 답이 안 나온다. 문화를 통한 통일운동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거부감도 적다.”

지난 12월1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글로벌피스재단(GPF) 사무실에서 만난 서인택 한국GPF 회장은 문화산업을 통한 민간 통일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의 통일 담론은 지나치게 방법론에 국한돼 있다”며 “통일 이후에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가, 어떤 국가정신으로 새로운 나라를 기초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 이후의 큰 그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과정상의 논의는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통일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 속에 이념과 당파에 따라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담은 비전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중앙본부를 두고 있는 GPF는 문현진 세계의장이 2007년 창설한 비영리 국제민간기구로, 시민사회 차원에서 경제·정책·문화적 통일운동에 힘써오고 있다. 문 의장은 통일교를 세운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이다. 그는 문 총재가 2012년 사망한 후 통일교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후 통일교와 별개로 세계 평화를 위한 사회운동을 해오고 있다. 그가 세운 GPF 역시 종교적 배경과는 무관한 순수 시민단체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GPF는 다양한 사회 활동 가운데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서인택 회장은 “GPF는 시민사회, 싱크탱크, 경제 전문가라는 3각 체제를 통해 한반도 통일을 향한 범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GPF는 2015년 한 해 동안 정치적 색채와 이념을 뛰어넘은 민간 주도의 문화적 통일운동을 펼쳐왔다. 4월부터 중도 보수 성향의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1100여 개와 함께 새시대통일의노래 조직위원회를 결성해 통일 캠페인을 벌였다. 과거 정부 주도형 통일운동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여서 국내외의 호응이 컸다.

유명 작곡가 김형석씨와 손잡고 <원 드림 원 코리아>란 제목의 통일 노래를 만들어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8월15일 광복절에는 한국·미국·일본·중국 등의 주요 도시에서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고 정부가 후원하는 ‘새시대 통일의 노래’ 캠페인을 벌여 새로운 통일운동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동참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One K 콘서트’에는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의 관중이 모여들기도 했다.

“2015년은 광복 및 분단 70년을 맞아 통일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도 컸다. 과거 한국 사회는 서로의 정치색과 이념 지향점에 따라 분열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는데, GPF가 주도한 통일운동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진보·보수 시민단체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GPF는 통일에 무관심한 것으로 알려졌던 10대와 20대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 회장은 “통일의 주역은 지금의 1020세대가 될 것이다. 이들에게는 통일부장관의 말보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노랫말이 더 큰 파급력을 지닌다”며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의 통일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K팝이라는 우리의 고유 콘텐츠를 살려 범세계적으로 평화통일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민족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통일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역사 공부를 통해 미래 통일 한반도의 비전이 공유돼야 한다.”

한국GPF는 재중 한국 동포와 한국 내 조선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사 교육을 해오고 있다. 서 회장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조선족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의 역사는 10줄이 전부”라며 “향후 한국 인구의 주요 구성원이 될 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역사 통해 보편적 가치 발굴해야”

“역사 교육은 팩트(fact)를 가르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서 회장은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첨예하게 대립 중인 보수·진보 진영을 초월할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의 제시가 필요하다”며 “홍익인간이라는 지구적으로 보편적이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고유의 사상이자 정치철학이기도 한 홍익인간이 현대적 해석을 덧입었을 때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당위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정신 위에 이뤄진 한반도 평화 통일은 지상 유일의 분단국가 체제를 종식시킴으로써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린 더 적극적으로 한국적 정신 유산을 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익인간·선비정신·충효사상 등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조상의 정신을 손에 잡히는 콘텐츠로 개발하자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 속에는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역사적 교훈을 통해 통일 한국의 비전을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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