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탈당’ 3인방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12.24 19:12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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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말았다. 안 의원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를 구현하고자 한다는데, 그의 두 번째 창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날 새정치연합의 주류는 흔히 ‘친노(親盧)’라고 부르는 집단이다. 2007년 대선 후 ‘폐족’으로 몰렸던 이들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2012년 총선을 통해 야권의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그해 대선에선 실패했다. 이후 침체해 있던 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을 공동대표로 영입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을 바꾸는 등 다시 태어나는 듯했지만, 지방선거와 재보선 패배 후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됐다.

당초에는 안 의원이 탈당하면 20~30명 정도의 의원이 순차적으로 탈당해 야권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는다. 안 의원이 탈당에 이르게 된, 당내 분쟁의 한 축을 이루었던 의원들은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의원들의 모임(민집모)’ 소속이다. 이들은 제1야당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머무른다면 정권 교체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면서 당의 체질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모임을 주도해온 문병호·황주홍·유성엽 의원이 당내 친노·주류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고 안 의원이 탈당하자 소신대로 이어서 탈당을 했다.

이 같은 소신 탈당으로 주목을 받은 이들 3인방은 지금까지 저평가되어왔던 의원들이다. 지역구가 인천 부평구인 문병호 의원은 전남 출신으로 광주에서 고교를 마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해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후 17대에 원내에 진입한 재선 의원이다. 전남 장흥·강진·영암이 지역구인 황주홍 의원은 미국에 유학한 후 대학교수를 지낸 정치학자로서 강진군수를 오래 지내고 19대 국회에 진입한 초선 의원이다. 황 의원은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를 주장하고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합리적 노선을 견지해왔다. 전북 정읍이 지역구인 유성엽 의원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정읍시장을 지낸 후 18대에 원내에 진입한 재선 의원인데,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연거푸 당선된 후 민주당에 입당했다가 이번에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갔다.

의원들이 탈당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를 두고는 논란이 있겠지만, 문재인 대표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던 많은 의원이 막상 탈당은 주저하고 있는 데 비해 이들은 소신껏 탈당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이들이 소신 탈당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들의 경력이 말해주

고 있다. 황주홍 의원과 유성엽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경력이 보여주듯이 지역 기반이 탄탄한 정치인이다. 문병호 의원은 이번 탈당으로 고향인 전남과 광주에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은 당내 계파에 줄을 서서 공천에 목숨을 걸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들과 같은 소신파 의원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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