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과제와 전망] 핀테크, 뼈대 갖췄으나 넘을 산 많다
  •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press.com)
  • 승인 2015.12.29 15:58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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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제 완화·중금리 대출 활성화 여부 논란 등
정부와 금융권은 올해 핀테크의 주요 뼈대를 세웠다. 은산분리제 완화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 여부 등 내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 사진=시사비즈

정부와 금융권은 2015년 핀테크의 주요 뼈대를 세웠다. 그러나 은산분리제 완화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 여부 등 2016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 뼈대 갖춘 핀테크 산업

금융 당국은 올초부터 금융개혁의 핵심과제로 핀테크 육성을 추진했다. 정부는 ▲보안프로그램 의무 설치 폐지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은산분리 원칙 완화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등을 추진했다.

지난 3월에는 핀테크 지원센터를 열어 핀테크 기업에 아디디어 실용화 등 종합 상담 서비스와 금융사와 멘토링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6일 핀테크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가 금융전산망에 연동돼 작동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핀테크 테스트베드'를 여의도(코스콤, 금융투자업권)와 분당(금융결제원, 은행권)에 구축, 개소했다.

우선 여러 핀테크 사업 중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주목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새 은행이 탄생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이 고착화된 은행권에 경쟁과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두 개 컨소시엄이 최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두 인터넷은행은 지점과 인력 비용을 아껴 중금리 대출 사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내년 안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 후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인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정부의 핀테크 육성에 발맞춰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전개했다. 모바일 뱅크를 통한 중금리 대출 상품과 오픈 플랫폼 출시가 대표적 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선뵀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 '위비모바일대출'과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할 수 있는 '위비모바일페이'를 내놨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1일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출시해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소스를 핀테크 기업과 공유하고 있다. 핀테크기업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개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 NH농협은 지난 8월 20개 핀테크기업과 오픈플랫폼 모델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을 통해 계좌와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써니뱅크를 선뵀다. 무인스마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도 출시했다.

IBK기업은행도 'IBK금융그룹 핀테크 드림 랩'을 열고 핀테크 기업 지원에 나섰다. 핀테크 기업들은 드립 랩에서 컨설팅, 투자와 융자 지원을 받는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 퓨처스 랩을 열고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KB스타터스 밸리'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에 입주공간, 투자연계, 제휴사업 등을 제공하고 있다.

◇ 핀테크, 2016년에 '넘을 산' 많다
 

정부와 은행권이 핀테크 육성에 나섰지만 2016년에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우선 은산분리제 완화가 쟁점이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해야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며 은산분리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의결권 지분은 4%로 제한한다. 금융위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5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확대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계류중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은행법 개정안은 재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나 금융과 산업의 분리는 재벌만이 아니라 산업자본 일반이 갖는 속성에 대한 예방책이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된 산업자본은 인터넷은행을 통해 경쟁기업 정보를 이용하거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도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출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이 모바일 대출 등 핀테크 사업으로 중금리 대출에 나서고 있으나 규모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5월 출시한 모바일 중금리 대출 서비스 '위비뱅크'의 대출액 한도는 2500억원이다. 이는 지난 16일 기준 우리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주택담보대출 제외) 20조원에 비해 미미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중은행들은 금리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취급 유도에 소극적이었다"며 "최근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 하고 있으나 기존 대출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9월~2015년 9월 사이 전체신용조회 인원 가운데 5~6등급 중신용 계층 비중은 27.6%에 달했다. 이는 1~2등급(36.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7~8등급 비중은 7.4%였다.

P2P 대출 중개업의 법적 지위 마련 논란도 있다.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면서 P2P 대출중개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국내법 상 P2P 대출중개를 고유·부수업무로 명시한 업종이 없다. P2P 대출중개 업체들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지방은행과 연계해 우회적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가 내년 7월부터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라 대부업자의 총자산한도를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적 지위가 없는 P2P 중개대출 기업들 대부분이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플랫폼 협회 회원사 7곳중 6곳이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연계해 운영중이다.

P2P 대출중개 업체들은 일반 대부업체와 P2P업체가 설립한 대부업체에 대부업법 개정안을 다르게 적용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P2P대출중개 업체가 설립한 대부업체는 자기자본으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라 대출자 자금을 융통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P2P대출 중개업체 대표는 "P2P업체는 남의 돈을 끌어 유통시키는 것으로 일반 대부업체와 성격이 다르다"며 "P2P대출 중개업체는 총자산한도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입장은 다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P2P 대출중개 업체들에 대해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는 분위기다. 대출 사기나 P2P대출 중개업체 부도 가능성도 문제가 된다"며 "대부업법 개정안 적용에 P2P 대출중개 기업이라고 예외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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