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품은 미래에셋, 기업가치가 변수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5.12.29 18:08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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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합병전 기업가치 극대화 전망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업계 1위 증권사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인수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가치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주가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미래에셋증권은 3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하며 29일 종가 기준 2만1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우증권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81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의 미래에셋증권 순매수가 두드러졌다.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후 기관은 대우증권을 순매도하고 미래에셋증권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미래에셋증권을 순매도하고 대우증권을 순매수했다. 

 

대우증권 합병전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 표=시사비즈 작성

기업거래시에는 일반적으로 인수되는 기업의 주가가 더 높게 상승한다.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인수가가 정해지는데 소액주주에게는 반대매수청구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대우증권의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반대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다.

피인수기업인 대우증권 대신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간담회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후 1년 간 별도로 운영하고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면 존속법인은 대우증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합병시 자산규모가 큰 회사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편이 비용상에서 유리해서다. 이 경우 피합병법인은 미래에셋증권이 된다. 기관투자자들이 미래에셋증권에 투자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

합병까지 남은 1년간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가치가 대우증권의 기업가치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두 곳이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는 합병법인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 합병을 공언했기 때문에 합병비율을 위해서라도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합병후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 표=시사비즈

인수대금 충당을 위해서도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은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증권 노조가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2조40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본입찰 전 유상증자를 통해 9560억원을 조달했다. 3분기말 기준 보유 중인 현금상 자산은 3700억원 수준이다.

부족한 금액은 차입을 통해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주식을 담보로 신한은행에서 8000억원 가량의 인수금융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2016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가장 긍정적인 전망치가 4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차입한 8000억원 가량을 1년 안에 상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금액 일부분은 남아 대우증권과 합병법인에 인계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대우증권의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할 수도 있다. 대우증권 노조가 차입매수(LBO)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합병후 남은 차입금을 대우증권 현금성 자산으로 상환해도 LBO와 관련된 배임으로 처벌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인수회사가 인수대금 일부를 차입해서 마련한 뒤 피인수회사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방식의 LBO만 배임혐의가 적용된 바 있다. 논란이 많았던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인수 사례에서 현재현 회장 등 경영진은 배임죄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동양메이저는 한일합섬의 현금성 자산으로 인수 관련 채무를 상환했다.

법률상으로 배임에 해당되지 않지만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마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문제였고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 인수후에도 기업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BO와 관련된 국내 법원의 판단은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내년에 얼마나 수익성을 높일지가 합병을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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