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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또’ 막힐 위기 처했다

2016년 초 고위급 회담 재개 못하면 교착 국면 빠질 수 있어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 | 승인 2015.12.31(Thu) 17:58:33 | 13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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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11일부터 이틀 동안 개성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당국 회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 남북 접촉과 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을 모색했지만 현재까지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3년 6월12일 열기로 한 남북 장관급 회담은 북측이 대표단 단장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제시하자 남측이 대표의 ‘격’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차관급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회담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회담 장소 개성으로 정해 처음부터 ‘삐거덕’

2014년 2월 남측의 청와대 안보실과 북측 통일전선부 사이의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비방·중상 중지에 관해 협의했지만 대북 전단 문제 등에 걸려 2차 접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대화 국면을 연 2015년 ‘8·25 합의’ 이후 남북 관계 복원의 전기가 마련되는 듯했으나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12월11일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 회담 남측 대표단 수석대표 황부기 통일부 차관(가운데)이 개성공단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나서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8·25 합의에서 “남과 북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월 반이나 지나 장소를 개성으로 정해 첫 당국 회담을 차관급 회담으로 개최한 것 자체가 남과 북 모두 회담에서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이란 점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남북 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위한 회담이라면 합의대로 서울 또는 평양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회담을 열어 총론 합의를 끌어내고 분야별 회담을 진행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8·25 합의 이행을 위한 첫 당국 회담을 차관급으로 한 것을 볼 때, 남측 정부는 핵문제를 우회하는 전면적 남북 관계 복원보다는 이산가족 문제와 환경, 민생, 문화 등 ‘3대 통로’ 열기에 주력하면서 점진적 관계 복원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관계 복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 없이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해 남북 관계 대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8·25 합의 이후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해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차질 없이 진행했다. 민간 교류도 어느 정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과속론’을 폈던 북한은 남측이 9월에 제안한 당국 회담에 응하지 않고,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 스스로도 핵문제를 우회한 남북 관계 복원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핵문제와 연계한 선(先)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다시 요구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낸 데 이어 전략적 도발을 자제하고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대외 관계를 푸는 데 최대의 걸림돌인 핵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등 핵협상을 앞두고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비핵화 문제와 연계하려는 의도에서 북·미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비핵화 문제는 조선반도 평화 보장에서 우선순위, 전제조건으로 될 수 없다”(로동신문, 12월19일)고 밝혀 선비핵화 해법에 응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남측의 거듭된 당국 회담 요구에 응했지만, “이번 북남 당국 회담은 차라리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빚어냈다”(로동신문, 12월21일)고 밝히는 등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 했다. 북측은 회담이 열리면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남측 당국의 말을 믿고 회담에 응했지만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난색을 보임에 따라 회담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흩어진 가족, 친척 문제를 동시 추진, 동시 이행할 것을 제기했으나 남측은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한사코 외면해 나섰다”(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 12월16일)고 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북측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합의할 수 없다는 구차스러운 변명까지 늘어놓으며” 남측이 들고나온 문제들만 협의하자고 집요하게 나왔다고 밝히는 등 회담 결렬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하려는 데는 이산가족면회소가 금강산관광지구 안에 있고, 두 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두 문제를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남측의 입장과 의지를 시험하는 ‘시금석’으로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우선 해결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당국 회담이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하고 결렬됐다. 사진은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권자인 현대아산 관광센터. ⓒ 연합뉴스

북, 회담 결렬의 배후로 미국 지목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전쟁과 충돌은 막았지만 관계 복원까지는 어려운 정체 국면에 빠져 있다. 경제·핵 병진 노선을 표방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 2016년 총선을 앞둔 박근혜 정부가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바쁜 쪽은 2016년 5월 7차 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인민 생활 향상에 주력해야 할 김정은 정권이다. 인민 생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대외 환경 조성이 불가피한데, 주변 국가들은 핵을 가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은 대북 제재와 압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북한 내부의 시장화 등 빠른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월과 4월 한·미 합동 군사연습, 남측의 4월 총선과 북측의 5월 당대회 등 여러 일정을 고려하면 2016년 초에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정체 국면 또는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같은 전략적 도발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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