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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위험한 무속인들

점집 잘못 찾아갔다가는 돈 뺏기고, 몸 뺏기고, 패가망신할 수도

정락인│객원기자 ㅣ . | 승인 2015.12.31(Thu) 18:08:15 | 13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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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연말연시 최대 호황을 누리는 곳 중의 하나가 ‘점집’으로 불리는 곳이다. 새해맞이 토정비결이나 사주, 신년 운세, 궁합, 재물운 등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기에다 진급, 학업 문제, 투자 고민 등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까지 점집을 찾고 있다. 일명 ‘점집’ ‘무당집’ ‘철학관’ 등은 이 시기가 최대 대목이다.

그런데 점집에 잘못 갔다가는 ‘패가망신’할 수가 있다. 무속인에게 속아 재산만 거덜 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의뢰인의 재산을 노리고 액땜을 빙자해 거액의 ‘굿’을 요구하거나 심지어 ‘성관계’까지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 이와 관련한 피해자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속인 이 아무개씨(여·55)는 경남 창원에 점집을 차린 후 먹잇감을 노렸다. 주부 박 아무개씨(36)가 찾아오자 ‘굿’을 권유하며 돈을 뜯어냈다. 이씨는 박씨에게 “신랑 주위에 귀신이 붙어 있다” “삼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데 굿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굿 비용을 올리지 않으면 애들이 죽을 것이다” 등의 섬뜩한 말로 위협했다.

무속인이 돈을 자꾸 요구할 때는 한 곳에 머무르지 말고 다른 무속인을 찾아가는 게 좋다. ⓒ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씨는 속내를 드러냈다. 장군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굿을 해야 한다며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억6000여 만원을 뜯어낸 것이다. 이씨는 겉만 무속인이었다. 신내림을 받은 적이 없고, 굿을 할 능력도 안 됐다. 실제로 굿을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의뢰인의 돈을 뜯어낼 생각만 했던 것이다. 뒤늦게 속은 걸 알게 된 박씨가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이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자에게 여러 가지 불행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고액의 굿값을 받고 정작 굿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은 이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최근 이씨에게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5세 여중생을 꾀어 성추행한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지난 6월 40대 무속인 권 아무개씨(남)는 “상담을 해주겠다”며 여중생에게 접근한 후 세상을 떠난 엄마가 자신의 몸에 빙의된 것처럼 속여 여학생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권씨는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동자신(童子神)과 접신해 자신의 의지와 관계가 없었다”며 황당한 말로 발뺌을 했다. 1심과 2심은 권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고 사업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무려 17억원을 가로챈 무속인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2015년 상반기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세 모자 사건’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도 배후에는 재산을 노린 무속인이 있었다.

불안 심리 부추겨 돈 뜯는 게 수법

일부 무속인의 사기 수법은 단순하다. 이들 사이에는 “불안을 부추겨야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의뢰인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해 금전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단순히 점을 보는 것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불안 심리를 이용해 목돈이 되는 ‘굿’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으레 귀신이 등장한다.

다짜고짜 흉사를 고지해서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가족이 어떻게 될 것이다” 등의 말을 하면서 “부적을 하라” “굿판을 벌여야 한다”고 겁을 주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한 번 무속인이 친 올가미에 걸려들면 계속해서 ‘굿값’ 등의 명목으로 돈을 자꾸 요구하는 행위를 재산이 거덜 날 때까지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이비와 진짜 무속인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국내 무속인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무속인 단체인 ㈔한국경신연합회에 따르면, 25만명 정도의 무속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속인이 되는 과정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신을 모시는 내림굿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를 총괄하는 신어머니와 다른 무당 4~5명이 필요하다. 내림굿 과정을 밟으면 경신연합회 등 무속인 단체에서 지역 내 지부장을 통해 정말 신내림을 받았는지 등을 심사한다.

내림굿을 받지 않더라도 잠을 자거나 혹은 길을 가다 갑작스레 신이 깃드는 일명 ‘무불통신’을 하게 돼 무당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경신연합회는 회원들에게 일종의 ‘증명서’를 발행한다. 이를테면 ‘진짜 무속인’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절차다. 이 증명서가 있으면 굿을 할 수 있는 공식적 자격이 주어진다.

경신연합회에서 갈라져 나온 무속인 단체도 있으나 정확한 단체 수나 회원 숫자는 파악되지 않는다. 사이비 무속인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무속인을 찾기 전에 신내림을 받았는지, 그에 대한 증명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속인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는 고소를 해야 한다. 최근 무속인 관련 사기 사건의 판례를 보면 재판부는 “굿의 시행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해 의뢰인을 기망하는 등 굿값 명목으로 금원을 받을 때에는 종교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거나 무속행위를 기망행위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도 아기를 갖게 해주겠다며 3500만원을 받고 굿을 해준 무속인에게 “돈을 받더라도 아기를 갖게 할 능력이 없었다”며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무속인 스스로도 굿에 대한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속일 경우에는 사기가 인정된다. 즉 무속행위를 남용해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기망하는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속인의 ‘사기행위’를 입증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015년 7월 서울동부지법은 인터넷 사주카페 회원들에게 기도하거나 부적을 만들어주겠다고 접근해 돈만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으로 기소된 무속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해당 무속인은 의뢰인인 배 아무개씨(여)에게 접근해 “남자친구에게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을 받을 수 있게 기도해주겠다” “커플링을 가지고 기도하면 효과가 있다” 등의 말을 하며 배씨로부터 200만원과 금반지 2개를 받았다. 또 “사업이 잘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95만원을 추가로 송금받기도 했다.

배씨는 “거주지에 법당을 차리는 등 기도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기도할 의사도 없이 돈을 가로채기 위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며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법당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속인이 기도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림굿을 받았고 다른 무속인들과 함께 팔공산에서 굿을 한 사실이 있는 만큼 무속인으로 활동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무속인 사기의 경우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 피해자가 돈을 뜯기고 성폭행을 당해도 혹시 모를 위험이 뒤따를 것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속인 사기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무속인들의 사기 수법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무속인의 말을 맹신하지 말고 혹시 불안을 조장하거나 돈을 요구할 경우에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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