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에 시름하는 코스피…탈출구는?
  • 하장청 기자 (jcha@sisapress.com)
  • 승인 2016.01.05 17:41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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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동∙기업실적∙수급 우려까지
코스피 / 사진=시사비즈

코스피가 대외 변수에 휘둘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 중동 정정 불안, 국내 기업실적 하향 조정, 수급 우려 등이 지수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발 폭풍이 휩쓸고 간 이후 하루 만에 소폭 진정세를 되찾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 건 아니다.

5일 중국 당국은 추가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대주주 지분매각 금지 해제조치에 대한 새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매각 제한 방안 추진을 시사함에 따라 투자자들 불안감도 줄었다.

중국 인민은행도 힘을 보탰다. 이날 역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로 1300억위안(23조3077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유동성 논란을 잠재웠다.

이날 코스피는 11.77포인트(0.61%) 오른 1930.53에 마감했다. 전일 낙폭은 일부 만회했지만 높은 불확실성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상승 추세 반전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부진, 대주주 지분매각, 자본 이탈 현상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중국 경기 침체 우려…한국 경제 취약함 여실히 드러내

무엇보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국내 증시를 옥죄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 제조업 지표 악화가 얼어붙은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4일 발표된 12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지수(PMI)는 48.2로 예상치인 48.9보다 낮았다.

중국 정부의 지준율 인하, 유동성 공급 같은 경기 부양책은 지속되고 있지만 대외 수요 감소, 구조조정 등에 따라 제조업 경기 둔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 국내산업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교역과 제조업 위축으로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 부문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중동 정정 불안 고조…유가 영향은?

중동지역 정정 불안이 고조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단절 등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 종파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합 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 47명을 집단 처형하며 이란과 국교가 단절됐다. 바레인과 수단도 이란과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항공편 운항과 교역을 중단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임에 따라 복잡했던 중동 정세는 더욱 꼬이는 모습이다.

산유국 간 갈등이 확산되자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연출하기도 했다. 중동 불안은 유가 변동성을 확대하며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지역 불안에도 국제 유가는 공급 과잉 상태로 하락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공급, 수요, 환율 등 변수가 다양해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마다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실적 시즌 부담 커져…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하향 조정

실적 시즌에 대한 부담도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오는 8일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잇따를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국내 25개 증권사에서 내놓은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6조6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대비 10% 가량 줄었다. 지난달 예상치인 6조9000억원에 비해서도 2%가량 떨어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0.25% 상승한 120만8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일 중국발 악재에 4% 넘는 급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 7조39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4분기 부품 가격 하락, 수요 감소 등에 따라 이익증가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고 올해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15% 감소한 6조3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가전(CE)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6조21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가격 안정정책과 시장 수요부진으로 D램(RAM), 낸드(NAND) 출하량 증가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 외국인 매도세 지속…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외국인의 수급 부재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말 주춤했던 매도세는 4일 중국 증시 폭락을 계기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도 1894억원 어치 매물을 쏟아냈다. 지난달 2일부터 22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보이며 지수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순매도 금액은 3조7399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은 지난달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가속화됐다.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불확실성이 희석되며 매도세는 약화됐지만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중국발 충격에 다시 매도 강도가 높아졌다. 국내 경제가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며 외국인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펀더멘털(fundamental·경제 기초여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해 외국인 자금은 계속 이탈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외국인이 상당히 팔았고 중국 대응책과 연기금 매수이 잇따라고 있어 시장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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