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책 없이 일자리 줄이는 핀테크 개혁
  •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press.com)
  • 승인 2016.01.06 17:48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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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핀테크 도입에만 급급했지 그로 인한 일자리 감소나 소비 침체를 막을 대책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신기술 도입 못지 않게 그로 인한 실업과 소비 침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다. 핀테크는 모바일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핀테크를 도입해 계좌를 만들거나 돈을 부치거나 빌릴 때 모두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핀테크 육성을 금융개혁 핵심과제로 삼았다. 금융위는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통장을 만들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했다. 영상통화와 생체인증 등으로 본인 신원만 확인하면 된다. 비대면 실명확인 등을 적극 이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허용해 예비인가를 냈다.

발맞춰 은행들도 핀테크를 속속 도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은행 방문 없이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는 헬로 i-ONE 앱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에서도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해 신용대출, 해외송금, 환전 등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다. 

이처럼 핀테크는 은행원의 업무를 모바일이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은행을 찾지 않고 모바일로 금융 업무를 볼 수록 은행원들 설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은행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핀테크 발달에 따라 은행권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핀테크는 금융권의 일자리 감축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4000여명에 달했다. 은행 수익성 악화와 임금피크제 도입 때문이다. 올해도 전국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점포) 수를 100곳 이상 줄일 계획이다.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이용이 늘면서 은행을 찾는 고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핀테크로 인해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재취업할 만큼 경기가 좋거나 복지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성장에 접어들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어렵다. 경제 의존도가 높은 중국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고용률도 낮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고용률은 60.8%, 청년 고용률은 41.8%에 머물렀다. 10명중 6명만이 일자리가 있다. 이 상황에서 재취업하기 쉽지 않다.

실업 기간 삶을 지탱해줄 복지가 좋은 상황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노동개혁을 통해 실업금여 수급 자격 기준을 강화하려 한다. 현행은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만 근무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은 24개월동안 270일 이상 근무시에만 실업급여를 준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무 기간이 길어지면 1년 계약직 근로자와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 모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된다.

금융업도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산업 관련 기업만이 일자리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야 소비가 늘고 내수가 강해진다. 그래야 외부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업무는 핀테크에 넘기고 그 업무를 하던 인력을 재교육해 고급 금융 서비스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핀테크는 보안이 핵심이다. 보안 분야에 인력과 투자를 늘려 재배치하라고도 말한다. 이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나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핀테크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한다. 동의한다.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단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줄이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 금융위와 은행권은 핀테크만 강조할 뿐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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