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진박<眞朴> 진출” 비박 “공천 학살”
  • 김현│뉴스1 기자 (.)
  • 승인 2016.01.07 16:26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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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공천 룰 싸움 본격화…‘험지차출론’도 제기하며 복잡한 ‘수 싸움’

새누리당 내 공천 룰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최근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공천특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공천 룰 논의에 돌입한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천특위에선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 및 청와대 출신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들의 공천과 관련된 ‘룰 싸움’이 진행됨에 따라, 향후 공천 룰 확정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험지차출론까지 제기되면서 복잡한 ‘수 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가·감점제 둘러싼 ‘친박-비박’ 줄다리기

공천특위는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2015년 12월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매일 7시간 안팎의 ‘집중토론’을 진행한 데 이어 30일에도 8시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갖고 협상을 벌였지만, 후보자 경선 시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 비율’과 여성·장애인 및 정치 신인 등에 대한 가·감점제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 회의가 2015년 12월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황진하 사무총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 비율은 현행 당헌·당규상 ‘당원 50%-일반 국민 50%’로 규정돼 있는 가운데,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친박계의 입장과 일반 국민 비율을 70% 정도로 상향 조정하자는 비박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TK) 등을 중심으로 한 현역 물갈이론을 펴고 있는 친박계와 물갈이론이 ‘공천 학살’로 이어지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갖고 있는 비박계 간 신경전과 맞닿아 있다. 12월30일 회의에서도 양측은 입장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일반 국민 50%-당원 50%’안과 ‘70%-30%’안이 팽팽히 맞섰고, 그 사이에서 조정하자는 주장은 없었다”고 전했다. 특위 일각에선 특위 차원에서 양측 간 절충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복수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특위 위원은 “구성 비율은 양측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있기 때문에 특위에서 결론을 내리긴 어려운 문제”라며 “당 지도부에 양쪽의 의견을 보고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가·감점제를 둘러싼 양측 간 줄다리기도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감점제는 당내 공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일수록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 개인은 물론 계파 간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사안이다. 현재 공천특위에선 정치 신인 20%, 여성 등 소수자 10%, 청년(만40세 이하)이나 이공계에 대한 가산점도 논의되고 있다. 중도 사퇴한 기초단체장은 20%, 광역의원은 10% 감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특위에선 정치 신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와 여성과 정치 신인이 중복된 경우 가산점을 얼마나 부여할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정치 신인의 범위와 관련해 친박계는 ‘총선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사람’으로 넓게 보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비박계는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인사의 경우엔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장·차관이나 청와대 출신 인사 등 ‘진박’을 많이 국회에 입성시켜야 하는 친박계와 이를 견제하려는 비박계 간 수 싸움과 직결된다. 정치 신인을 친박계 주장처럼 넓게 볼 경우,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이자 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음에도 정치 신인 및 여성에 해당돼 10~20%의 가점을 받게 된다. 아울러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물론 안대희 전 대법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같은 명망가들도 가점을 받게 된다.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은 12월30일 “아무리 공직 경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정치 신인’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는 박근혜 정부 및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이미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정치 신인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하는 한편, ‘험지차출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비박계의 한 특위 위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장·차관들과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이미 지명도 등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나와 “험지출마론의 첫 번째 대상은 박근혜 정부에서 장·차관을 지냈던 사람들, 그리고 청와대에서 수석이나 수석급 이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던 비서관들”이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알선수재 전력으로 공천 불이익 받나

또한 특위는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를 현행 당헌·당규대로 유지키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 제도를 사실상 전략공천에 활용해야 한다는 친박계와 진박들을 포함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유력 인사들의 험지 차출을 이끌어내기 위한 비박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월등히 경쟁력이 앞선 명망가들에 대해선 단수 추천 등을 통해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는 ‘경선 불복’ 등을 이유로 들어 반드시 경선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당에서 영입한 정치 신인이나 험지로 차출하는 거물급 정치 신인에 대해선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최근 험지차출론과 관련해 안 전 대법관 등을 만났을 당시 ‘경선 실시’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후문이다.

특위에선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는 일정한 퍼센트(%)를 정해 실시하기보다 후보자 자격심사를 강화해 자연스럽게 걸러질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위는 부적격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태다. 현행 새누리당 공천 부적격 기준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 △탈당, 경선 불복 등 해당(害黨) 행위자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등으로 정하고 있는데, 세부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당내 유력 인사들도 공천에서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과거 알선수재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공천 불이익 대상에 오를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특위에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되 1, 2위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일 경우에 시행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오차 범위는 ±5%p 내외에서 결정키로 했다. 다만, 결선투표 시 정치 신인 등에 대한 가점을 또 한 번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만약 결선투표에까지 가점을 주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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