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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비틀어서 딴 참외는 달지 않다”

한·일 위안부 문제 ‘타결’에 불쾌한 중국

박승준 | 인천대 초빙교수·중국학술원 연구위원 ㅣ . | 승인 2016.01.07(Thu) 16:39:04 | 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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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 간에 합의된 2015년 12월28일의 이른바 ‘위안부 문제 타결’에 대해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불쾌하다는 표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외상 간의 합의 발표 직후 당일과 다음 날인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외상이 한국 외교부장과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타결을 했다고 하지만, 일본 군국주의가 2차 대전 기간 중에 저지른 반(反)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우리는 일본의 언행이 여일(如一)한지, 표리(表裏)가 여일한지, 처음과 끝이 여일한지 눈을 비비며 지켜보고(拭目以待)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 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를 비롯한 관영 신문과 중국 중앙TV는 “한국이 일본에 희롱당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해가며 불쾌감을 원색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네티즌대로 “한국과 일본 모두가 미국의 주구(走狗)들”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타결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 여성 위안부 기념관’에 설치된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 ⓒ Xinhua연합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서울에서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외상 간의 합의가 발표된 당일 오후 기자회견에 나와 ‘중국 정부는 이 합의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관련 보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고 “이른바 위안부를 강정(强征·강제로 끌고 감)한 것은 일본 군국주의가 2차 대전 기간 중에 아시아의 피해국 인민들에게 저지른 엄중한 반(反)인도적 죄행(罪行)으로, 일본이 침략 역사를 똑바로 보고 반성해서 책임 있는 태도로 관련 문제들을 잘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 “한국, 일본에 희롱당했다” 비난

루캉 대변인은 다음 날에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서도 ‘일본과 한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과를 표했다는데 중국은 앞으로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을 위한 협의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침략 전쟁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다른 피해국 인민들에게 참담한 재난을 가져다줬으므로,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고 역사의 교훈을 받아들여 아시아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실제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루캉 대변인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성의 있는 해결을 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많은 피해국 인민들의 감정과 존엄성은 같은 것이므로, 우리는 일본이 과연 언행일치를 보여줄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일본 총리의 부인이 12월28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서는 “일본이 침략 역사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군국주의와 분명한 선을 그어 아시아 이웃 나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며,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표리부동하지는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난징의 ‘제2차 세계대전 일본군 여성 위안부 기념관’ ⓒ Xinhua연합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가능한 한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을 보여줬지만,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동원할 수 있는 용어는 다 동원해가며 윤병세·기시다 합의를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원 박사과정 학생의 이름으로 발표된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서 다른 피해국들을 희롱했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선 한·일 간의 이번 합의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알기 쉬운(顯以易見) 일이며, 최근 들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고,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대해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한·중 관계가 밀월기에 접어드는가 하면 미국 내에서 한국이 ‘탈미친중(脫美親中)’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환구시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한국 국민들이 대국(大局)을 중시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은 바로 미국이 외압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논평은 이번 합의의 앞날에 대해서는 “억지로 비틀어서 딴 참외는 달지 않다(强的瓜不甘)”라는 말로 합의가 지켜지기 어려울 것임을 전망했다. 논평은 “위안부 문제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인격과 민족의 존엄이 걸려 있는 큰 문제인데 가벼운 협의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하면서, “쌍방이 진심에서 출발해 진정한 역사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만 위안부 문제가 입힌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사람들이 망민(網民)이라고 부르는 네티즌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해가며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비난을 댓글로 달고 있다. “한국은 실로 일본에 희롱당한 것이다. 이게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일인가? 설마 한국 국민들이 모두 정신이 나간 건 아니겠지? 역사에 기록된 죄행에 대해 사죄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한단 말인가”(광둥성 광저우시의 한 네티즌), “쓰레기 같은 나라 소일본(小日本), 세계가 포기할 날이 머지않았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평생 회한을 하게 될 것이다”(허베이성의 네티즌), “일본과 한국은 모두 미국의 주구이다. 차별이 있다면 충성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뿐이다”(안후이성의 네티즌), “일본은 늘 이런 식이었으니 상대할 필요가 없다. 가소로운 것은 한국이다. 우리 중국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세계 기억 리스트에 올리기로 공동 신청해놓고는 자기네 아빠의 말을 듣고 일본과 화해를 해버리다니…”(장시성의 네티즌).

관영 중국 중앙TV는 “일·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임성남 외교부 차관이 피해 할머니를 찾아가서 설득하려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광경과 서울 시내 항의 시위 광경을 상세히 보여줬다. 중국 중앙TV는 일본이 이번 합의에서도 법률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면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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