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자동화 발달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 더 부각
  •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
  • 승인 2016.01.07 16:45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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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주목해봐야 할 직업들

그야말로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이다. 눈부시게 변화해가는 우리 사회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신(新)직종을 양산해낼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공상과학영화만 떠올려선 안 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좀 더 인간적인 것을 찾게 마련이다. ‘인공지능’은 미래의 총아(寵兒)다. 그중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훈련시킨다. 만약 인공지능과 로봇이 만나면 미래 사회에서는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어느 날 ‘영수’는 최신 딥러닝 기술이 탑재된 로봇을 구매한다. 첫날 로봇은 ‘영수’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언제 일어나는지, 누구와 식사를 나누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로봇은 하루하루 성장하고 깨닫는다. 한 달이 지나자 로봇은 비로소 ‘영수’가 하루를 어떤 패턴으로 생활하는지 학습하고 기억한다. 이런 체험 학습은 딥러닝으로 가능하다. 1년이 지나면 로봇은 ‘영수’보다 더 ‘영수’를 잘 알 수도 있다. 짜증이 나는 영수를 위해 로봇은 알아서 식사를 준비해주거나 급히 필요한 초콜릿을 줄 수도 있다. 이게 가능한 건 사람은 더없이 복잡해 보이지만, 또 한편 더없이 단출하고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반복은 패턴과 알고리즘으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담사·예술가 성장


인간행동 연구자인 야노 가즈오의 <데이터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책에서는 스마트 기술로 생기는 직업의 대체와 변화를 설명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딥러닝과 로봇이 인간의 삶과 직업을 바꿀 수 있지만 로봇이 하지 못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갑작스러운 뉴런의 충돌에 의한 창의적 생각’이나 ‘꿈’, 그 밖의 복잡 미묘한 감상 자체를 로봇은 잡아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상담사는 어떨까. 지금보다 훨씬 영적인 부분, 심미적인 부분, 인간적인 친밀함의 부분에서 로봇보다 경쟁력이 강할 것이다. 마치 디지털 CD 수준의 음질이 효율적인 세상에서 무손실 음원이나 LP판이 다시 각광받는 것처럼 말이다.

 

반복하는 기능, 즉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직업은 오히려 미래에 퇴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비정형적이고 비순차적이며 비연역적인 직업들은 미래에도 발전할 것이다. 대표적인 게 예술가다.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응용예술 분야도 성장할 것이다.

 

요즘 주목받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는 어떨까? O2O가 성장하고 있는 즈음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사이를 가교처럼 연결해주는 직업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처럼 오프라인의 여러 상점과 상품을 디지털 기술로 매개하는 서비스가 있다. 그런 서비스가 발달하면 그와 연결된 새로운 직업군이 생긴다. 생태계가 열리는데 O2O 연동의 직업 생태계에서는 상품 큐레이터, 서비스 큐레이터 등이 이미 활동 중이다. 이미 성장하고 있는 O2O 중 기존의 숙박업도 변화를 맞게 된다. 자신의 집을 이용해 스스로가 게스트하우스 운영자가 될 수 있다. 공유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에어비앤비(airBnB)의 경우가 그렇다. 우버도 그런 사례다. 이들 신규 업종은 기존의 업종, 즉 호텔 사업자와 택시 사업자 등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자동차·집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는 사업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공유 경제를 통한 새로운 직업과 사업은 천차만별로 다양해질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드론 조종사, 컴퓨터 보안 전문가 등은 이미 수요가 늘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각광받을 직업이다. ⓒ wikipedia·flickr  

데이터 관련 직업군 각광받을 것


데이터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던 일들을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인간의 행동과 사회집단의 방향을 분석·예측·추론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직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첫 번째로 빅데이터 분석가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결과를 정리하고 해석해 실제 도메인에 적용해 설명해내는 직업이다. 다음으로는 ‘사물인터넷-클라우드 네트워크-포그컴퓨팅-빅데이터 분석’ 등 미래 기술의 전체 흐름을 망라하고 이를 설계해내는 시스템 분석가 또는 아키텍처 직업군이다. 소셜 그래프 및 지오(위치 기반 분석) 등과 같이 분석된 결과를 활용해 표현해내거나 한 장에 담아내는 소셜 홍보 관련 직업군도 이미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수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빅브러더들을 감시하거나 해킹을 막아내는 보안 전문가 직업군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직업들도 고민해볼 수 있다. 1인 작가, 1인 영화사, 4D 프린터 제작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직업군의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종업원이다. 이들은 필요 경비를 줄이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신종 직업군이다. 취미로 갖고 노는 드론이 직업으로 변하면 드론 조종사가 될 수 있다. 혹은 드론 주차장 사업주 등과 같은 드론 관련 신종 직업군도 조만간 확산될 직업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지식과 결합해 무엇을 융합해볼지도 고민 대상이다. 왜냐면 요즘은 융합이 대세라서다. 그래서 떠오르는 게 인문 융합 ICT 기술직이다. 이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비디오게임 설계자, 네트워크 관리자, ICT 보안 전문가,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 웹 개발자, 건강정보 기술자, 기술 관리자 등 오늘날 사회에서 각광받는 전문 직업군이다. 이 직업군은 기술만 알아서 될 게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는 ICT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인문학이 중요해진다.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용량 관리자도 고민해보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클라우드의 컴퓨팅 자원, 네트워크 자원 등 여타 자원의 가장 합리적인 사용 비율과 조정에 대해 관리하고 조언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것 외에도 미래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받을 수 있는 웰빙 데이터를 이용해 다이어트, 건강활력지수 높이기, 우울증 완화 등을 돕는 신종 직업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관광과 헬스를 연동하거나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개발자, 홍보 큐레이터, 또는 광고자 등도 등장할 수 있다. 이들 업종의 공통점은 당장은 O2O, 즉 물리적 공간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상공간에서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직종이라는 점이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자동화가 고도화될 가까운 미래에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에 의해 쉽게 대체되는 직업은 위험하다. 대신 기계나 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나 감성을 바탕으로 한 직업이 유망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새롭게 해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해둬야 할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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