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필요하겠지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지를 따져본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1.07 17:03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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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 인터뷰

일본 출판사 ‘와니북스’의 편집자인 사사키 후미오(37)는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2015년 9월 펴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가 일본 아마존 등에서 1위에 올랐다. 그는 아사히신문과 NHK 방송 등에 출연했고, 심지어 국내 EBS에서도 그를 취재했다. 그의 책은 일본에 ‘미니멀 라이프’ 문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

2011년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소유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자신이 소유한 것들이 자연 재앙에 의해 그 가치를 순식간에 잃는 모습을 목격했다. 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사사키 후미오 제공

사사키도 원래 메모지 한 장도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우연히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접한 후 생활 태도를 바꿨다. 물건을 하나둘 버림으로써 사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됐다. 물건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이 과정을 2014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minimalism.jp)에 기록했다. 이 내용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자 아예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하나둘 모아둔 카메라, 각종 책, 음반들로 그의 작은 방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것들을 모두 처분한 지금, 그가 가진 물건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가구 하나 없는 그의 빈방은 사람이 살까 싶을 정도다. 그에게 미니멀 라이프는 무슨 의미일까. 책까지 펴내 일반인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시사저널은 두 차례의 이메일 교환으로 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계기로 미니멀리스트가 됐나?

우연히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검색해봤다. 외국 미니멀리스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15개뿐인 사람이 있었고,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살았던 방을 보고 그 자유로움에 경쾌한 충격을 받았다(1982년 무렵 찍은 사진 속 스티브 잡스는 변변한 가구가 없는 넓은 방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장점부터 말하면, 홀가분하고 자유롭다는 점이 가장 크다. 집이나 직업조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단점은 특별히 없다. 소유하는 것보다 소유하지 않는 것의 장점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니멀리즘 분위기는 어떤가? 

언론이 매년 그해에 유행한 단어 50가지를 선정할 때마다 ‘미니멀’이 포함된다. 언론도 여러 차례 미니멀 라이프를 다루고 있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① 과거 각종 책·음반 등 잡동사니로 넘친 사사키 후미오의 방. ②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한 초기 모습. ③ 큰 가구까지 치운 방 모습. ④ 모든 물건을 치운 현재 방 모습. ⓒ 사사키 후미오 제공

사람들은 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할까?

지금까지는 물건을 많이 모으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물건을 모아도 사람은 행복하게 될 수 없고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이를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일본은 불황으로 경제가 좋지 않지만 반대로 미니멀리즘이 물건의 가치나 가치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

많은 사람이 물건을 버릴 때면 미련을 갖는데, 당신이 물건을 버리는 기준은 무엇인가?

물건을 버릴 때는 언젠가 필요하겠지, 또는 과거에 필요했었지가 아니라 지금 필요한지를 따져본다. 물건을 남길 때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필요한지를 나 자신에게 묻는다.

물건을 너무 많이 버려서 불편하지 않은가? 

건조기가 딸린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에어컨이 있다. 목욕할 수 있는 욕실이 있고 따뜻한 이불도 있다. 남들은 물건이 없어서 놀라지만 나는 집에 뭐든지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버릴 물건이 있는가?

이젠 버릴 물건이 없다. 앞으로는 조금 늘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물건을 버리면서 깨달은 것이 있으므로 다시 물건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기타, 텐트, 접이식 의자와 책상은 살지도 모른다.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행복은 돈이나 물건과 별로 상관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인데, 어느덧 돈과 물건이 행복과 동격이 됐다. 책을 통해 독자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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