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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꿈 한 발짝 앞으로 성큼

강장동물 히드라에서 노화 방지하는 텔로머라아제 효소 발견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ㅣ . | 승인 2016.01.07(Thu) 17:14:44 | 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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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신체가 노화되어가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나이와 노화는 정비례 관계.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고, 그래서 ‘불로장생’ 또한 모든 이의 희망이다. 그런데 무성(無性)생식을 하는 생물 ‘히드라’가 나이를 먹지 않는, 즉 노화 억제의 비밀을 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2015년 12월22일자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미국 퍼모나칼리지 생물학과 다니엘 마르테스 교수의 ‘히드라’ 연구 내용이 실렸다. 히드라는 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분열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몸을 항상 새롭게 만든다는 것. 즉, 히드라의 몸 대부분이 줄기세포로 구성돼 있어 늙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히드라는 몸길이가 1㎝에 불과한, 내장이 비어 있는 강장동물이다. 물가의 풀잎이나 물속에 떨어진 낙엽과 썩은 나뭇가지에 붙어살면서 세상에서 먹이를 가장 빨리 제압하는 사냥꾼이다. 히드라와 같은 하등생물은 암수의 구분이 없는 무성생식을 한다. 몸에 돌기가 자란 다음 그 돌기가 떨어져 나와 새로운 개체가 되는 출아법(出芽法)으로 생식한다.

마르테스 교수의 원래 연구 목적은 ‘히드라가 노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퍼모나칼리지와 독일 막스플랑크 인구통계학연구소(MPIDR)의 실험실에서, 8년간 총 2256마리의 히드라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히드라의 생존에 필요한 작은 오아시스를 마련해 일주일에 세 번 신선한 물을 공급하고, 신선한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제공하면서 노화 상태를 관찰했다.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히드라가 영원히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속적인 줄기세포 분열이 노화 억제 열쇠

줄기세포는 자기증식을 통해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분화란 초기 단계의 세포가 뼈·심장·피부 등 어떠한 특성을 갖춰가는 과정을 말한다. 줄기세포는 미분화된 세포여서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다양한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우리 혈액 속에서 혈구가 계속 생성될 수 있는 이유도 골수 안에 있는 줄기세포가 끊임없이 자기증식을 하기 때문이다. 골수 속의 줄기세포는 적혈구도 만들고, 백혈구도 만들고, 혈소판도 만든다. 한 개의 줄기세포가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혈구·피부·신경 등이 손상되거나 파괴된 후 재생되는 부위가 있는가 하면 줄기세포가 없어 재생이 불가능한 부위도 있다. 사람의 뇌나 척수의 신경, 심장, 신장 등에는 줄기세포가 없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가 줄기세포 분열을 이용해 이러한 장기들을 재생시키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히드라의 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은 텔로머라아제(Telomerase)에 있다. 텔로머라아제는 DNA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텔로미어(Telomere·말단소체)를 보호하는 특정 효소다. 텔로미어는 염기서열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유전자로, 유전정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DNA가 복제될 때 염색체 끝이 바깥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즉 염색체의 DNA가 소실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생명공학자들은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 또는 수명과 연관 있다고 추정한다. 효소 텔로머라아제는 바로 생물이 세포분열을 한 후 염색체의 말단부가 짧아지는 것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든 생물은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진다. 그리고 그 길이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다 보면 결국 없어지고, 그 결과 염색체의 손상이 심해져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가 찾아온다. 그런데 히드라는 스스로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켜 노화를 억제하거나 방지한다는 것이 마르테스 교수의 실험 결과다. 즉 영구히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열 횟수에 제한이 없으니 무한 분열이 가능하고, 노화가 없다는 얘기다.

텔로미어 길이 조작 통해 수명 연장 가능

문제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무성생식을 하는 동물들은 기후 변화와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적절한 환경에만 있다면 히드라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야생에서는 포식과 오염, 질병 등의 위험에 노출되므로 불사(不死)할 가능성 또한 작다는 게 흠이다.

사람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생명과학자들은 대체로 120년을 말한다. 120년 정도면 텔로미어가 짧아져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12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또 사람의 노화는 보통 26세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나이는 38세에 이르렀을 때 노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최근 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유전자에 영향을 줘서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때로는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 역시 텔로미어다. 우리 몸 조직 곳곳에 퍼져 있는 성체줄기세포에서는 텔로머라아제의 활성이 꽤 유지된다. 성체줄기세포의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면서 죽어나가는 세포를 메우는 능력이 떨어져 우리는 점점 늙어가고 결국은 죽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성체줄기세포의 텔로머라아제 활성을 높여준다면 세포분열이 되풀이돼 세포 노화가 억제될 수 있고, 생명체의 노화도 지연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몇몇 생명공학자들은 텔로머라아제의 유전자가 고장 난 쥐에게 ‘4-OHT’라는 화학물질로 발현이 유도되는 텔로머라아제 유전자를 넣어주었다. 다른 쥐들은 한창일 나이에 이미 노쇠해버린 쥐에게 4-OHT를 주사하자 놀랍게도 쥐들이 젊음을 회복했다. 후각신경세포가 퇴화해 냄새도 잘 못 맡던 녀석들이 세포가 살아나면서 킁킁거리고 고환과 비장, 내장의 세포들도 활력을 찾았다. 이들 세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의 고갈됐던 텔로미어가 텔로머라아제의 작용으로 상당히 복원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전례가 없는 이런 역전은 노화 관련 질환에 대한 텔로미어 회춘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마련한 셈이다. ‘불로장생’을 꿈꿨던 진시황의 바람이 이뤄질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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