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無邪] 초(超) 3저 시대 한국 '대증요법적 처방 안된다'
  • 이철현 편집국장 (lee@sisapress.com)
  • 승인 2016.01.08 17:08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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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체력비축에 주력해야

한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초(超) 3저 시대를 맞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국내 물가상승율은 지난해 0.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화가치는 달러당 1200원까지 하락했다. 하락 폭이 워낙 크고 3개 지표 약세가 겹치다 보니 한국 경제주체들이 불안에 떨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외생 변수가 빚어낸 특수 상황인지라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난해하다.

그러다 보니 카산드라 무리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와 한국 경제가 조만간 위기에 빠진다는 불길한 예언을 쏟아내고 있다. 섣부른 예언의 요지는 이렇다. 중국 경착륙 탓에 한국 수출 산업이 흔들리고 미국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액이 빠져나가 증시가 폭락한다. 내수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인다. 이 탓에 유효수요가 감소해 경기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연출한다. 일각에선 한국 경제가 이미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전망이 요사스럽다. 불안에 절여진 예언에 휩쓸려 한국 정부나 기업이 대증요법적 처방을 남발하지 않기를 소원한다. 지금 세계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들은 개별 국민 경제가 통제·조정할 수 없다. 단위 경제가 섣불리 대응하다간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수가 있다. 어설픈 대책이 시장을 공포(패닉)에 빠지게 하는 일도 잦다.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대책으로 도입한 서킷브레이커(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가 오히려 증시 폭락을 부추긴 것이 대표 사례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다고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말자. 정부는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겠다고 물가상승율을 올리기 위한 무리한 대책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식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은 삼가하자.   

중국 성장둔화, 미국 금리 인상, 국제유가 폭락 등 외생 변수는 경기순환적 성격이 짙다. 북한 핵실험이나 중동 정세 불안 등은 경제 외적 변수이므로 그 파장이 오래가지 않는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심정으로 이참에 체질 개선과 체력 비축에 주력하는게 어떨까.

정부는 가계부채 줄이기, 노사정 대타협, 한계기업 구조조정, 서비스산업 발전 등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주력하자. 기업은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를 통한 신성장동력 구축,  중국 등 특정 시장 의존도 줄이기,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체력을 비축하자.

경기는 순환한다. 지금 같은 위기를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따라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재도약 여부를 결정한다. 저유가가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져 교역량을 줄이다보니 한국 수출이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는 기업 생산비용을 줄이고 상품 가격을 낮춰 수요 증가→ 생산증가→ 투자확대 등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물가상승율이 워낙 낮다보니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물가가 안정돼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저금리는 기업·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 내수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나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3685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무역흑자는 900억달러를 웃돌았다. 정부 재정수지도 안정적이다. 가계부채 1200조원만 잘 관리하면 된다. 이에 외생변수가 초래한 시장 불안 요소에 어설프게 대응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부가 외생변수에 대처한다고 내놓은 정책 중에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 때문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세부 변수를 미세조정하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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