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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민중의 정권 교체 열망 이뤄지나

1월16일 총통 선거…차이잉원 민진당 후보 대세 굳히기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13(Wed) 10:39:10 |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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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민진당 총통 후보가 1월2일 대만 단수이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AP 연합

“주리룬(朱立倫), 마의 벽 30% 돌파!”

지난 1월4일 대만(臺灣·타이완)의 신문과 방송은 일제히 총통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주리룬은 1월16일 실시될 임기 4년의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國民黨) 후보로 나서고 있다. 2015년 10월 국민당 후보로 선출된 이래 주 후보의 지지율은 단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民進黨) 후보는 줄곧 40% 이상의 지지율로 주 후보를 앞서왔다. 12월20일 TVBS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차이잉원(46%)은 주리룬(26%)과 쑹추위(宋楚瑜ㆍ10%)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2015년 12월27일 열린 1차 TV토론회를 계기로 국면 전환이 이뤄졌다. 차이 후보의 뚜렷하지 못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정책이 두 후보의 협공을 받으면서 지지도에 변화가 생겼다. 여론조사 기관인 지표민조(指標民調)는 12월29일 차이 후보가 40.1%의 지지율로 선두를 지켰고 주 후보가 17.5%, 쑹 후보는 16.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월2일 열린 2차 TV토론회 후 지지율이 다시 요동쳤다. 차이 후보가 39.2%로 선두를 지켰지만, 처음으로 30%대로 주저앉았다. 주 후보는 31.2%를 얻었고 쑹 후보는 10.7%로 떨어졌다.

이런 결과에 민진당은 즉각 “신뢰할 수 없는 조사”라며 공세를 펼쳤다. 여론조사 기관 전국의향(全國意向)이 국민당의 의뢰를 받아 지지도 조사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다 표본 수도 876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다음 날 넥스트TV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는 차이 후보가 38.7%를 얻었고 주 후보는 16.3%, 쑹 후보는 13.7%에 머물렀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신뢰할 수 없다”

지금의 대만 정국은 여러모로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의 한국을 연상케 한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 후 거둔 경제와 외교 성적은 준수하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2.06%, 13년 2.23%로 침체했지만 2014년 3.77%로 회복세를 탔다. 실업률도 3.8%로 2013년보다 떨어졌다. 2015년 대만 주가지수는 하루가 다르게 최고 수치를 갈아치웠다. 11월7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마 총통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현재 마 총통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마 총통은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발효해 양안 경제를 일체화한 ‘차이완(Chiwan)’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나친 친중(親中) 정책으로 대만 민중으로부터 반감을 샀다. 또한 국민당 지도자들과 잇달아 마찰을 일으켰다. 필자는 2015년 11월3일부터 사흘간 대만을 방문했다. 당시 만난 대만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마회(習馬會ㆍ시진핑과 마잉주의 회동)는 정치 쇼”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이 선거를 앞둔 국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벌이는 이벤트라는 의미다.

실제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대만인들의 ‘반중ㆍ반마(反中ㆍ反馬)’ 감정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차이 후보의 정치 이력은 주 후보보다 뛰어나다. 출신 성분부터 비주류 정치인,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 등이 주축이었던 민진당의 과거 지도부와 판이하다. 차이 후보는 1956년 대만 남부 핑둥(屛東)현의 부호 가문에서 태어났다. 최고 명문인 대만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귀국해 대만정치대학 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차이잉원, 청렴성 · 솔직담백함으로 큰 인기

차이 후보를 정계로 입문시킨 이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겸 국민당 주석이었다. 리 전 총통은 차이 후보를 1992년 경제부 고문, 1995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 1999년 국가안전회의 자문위원 등에 임명했다. 차이 후보가 민진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정권 교체를 이룬 이후다.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을 시작으로 2005년 입법원(국회) 위원, 2006년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등 고위직을 두루 거쳤다. 2007년에는 경제계로 잠시 외도를 했지만, 2008년 민진당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당시 민진당은 대선과 총선의 참패, 천 전 총통의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었다. 차이 주석은 부정부패와 거리가 먼 청렴성, 솔직담백한 처신 등으로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샀다. 또한 부유층 출신과 미혼이라는 배경은 민진당의 과격하고 불안한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그는 당 주석이 된 이후 치른 아홉 번의 선거 중 일곱 번을 승리했다. 2012년 13대 총통 선거에서는 마잉주 총통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610만표(46%)를 얻어 80만표(6%) 차로 석패했다.

선거 패배 후 차이 후보는 정계를 떠났다. 하지만 민진당이 내부 분란에 빠지자 2014년 초 컴백했다. 곧이어 당 주석 선거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 시ㆍ현급 단체장 22석 중 13석(기존 6석)을 휩쓸었다. 특히 전통적으로 국민당 표밭인 타이베이(臺北)·타이중(臺中)·타오위안(桃園) 등 중북부의 단체장까지 빼앗았다.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2015년 4월 당내 경선에 단독 출마해 총통 후보로 추대됐다.

주리룬 후보 역시 경력은 화려하다. 1961년 대만 북부의 타오위안에서 태어나 대만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군복무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대학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잠시 교편을 잡다 1992년 귀국해 대만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주 후보는 1999년 정계에 투신해 입법위원을 지냈고, 2001년에는 타오위안 현장(縣長)에 선출돼 2008년까지 연임했다. 2009년 행정원 부원장으로 임명돼 일하다가,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6대 직할시 중 하나인 신베이(新北)의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민진당 후보가 차이잉원이었다.

주 후보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6대 직할시장 국민당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마 총통이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나자, 2015년 1월 당 주석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5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국공(國共) 수뇌회담을 가졌다. 위기에 빠진 국민당을 구할 적임자로 손꼽혔지만, 이번 총통 선거에는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 때문에 7월 훙슈주(洪秀柱ㆍ여) 전 입법원 부원장이 국민당 총통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홍슈주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자, 10월 국민당 지도부의 강권으로 주 후보가 교체돼 나섰다.

이처럼 주 후보는 차이 후보보다 훨씬 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또한 그동안 중앙 정계에서 정치력을 펼칠 시간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오랫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했을 뿐 행정부에서 일했던 기간도 짧다. 이 때문에 현재 주 후보의 지지율은 자당의 지지율보다 낮다. 이에 반해 차이 후보는 원맨쇼를 펼치며 민진당의 지지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정권 교체에 대한 대만 민중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필자가 대만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대만의 미래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자리를 찾아 중국으로 건너간 대만 청년의 숫자는 무려 100만명을 웃돈다.

이런 정국과 선거 판세 속에 차이잉원 후보는 9부 능선을 넘어 총통 당선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 중국과의 동반 성장에 실패하고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국민당 정권이 그 대가를 치를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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