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핵심 15명이 문재인 ‘호위무사’”
  • 김지영·박준용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01.13 10:54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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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분열의 핵 ‘친노 그룹’ 심층 해부
친노그룹을 이끄는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1월7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보고회의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친(親)노무현’ 세력(이하 친노)에 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포격의 진원지는 안철수 신당과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 비주류 계파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 소속일 당시 당내 지도부를 향해 “자신은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라는 흑백논리로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친노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게 된 김한길 의원도 “오로지 계파 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빤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면서 친노를 겨냥했다. 더민주 비주류 계파였다가 안철수 신당에 둥지를 튼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신당이 친박 의원, 친노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특별한 공천을 할 생각”이라고 밝혀 ‘친노 죽이기’에 가세했다.
사실 이들이 겨냥한 친노 세력은 손에 잡힐 정도로 명확히 구분해내기 어렵다. 친노 개념은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정가에서 “친노 세력은 고무줄이다”라는 말이 도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도종환·박남춘·윤호중·전해철 등 핵심 친노

그렇다 해도 최근 핵심 역할을 하는 친노 인사 몇은 눈에 띈다. 더민주 안팎에서 친노계 가운데 문재인 대표와 밀접한 인사로는 15명 정도가 꼽히고 있다. 현역 의원 가운데 노영민·도종환·박남춘·윤호중·전해철 등이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인(詩人)인 도종환 의원은 진보 성향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도 의원에 대해 “도 의원이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노무현 정신이 상당히 투철하다”고 평가했다.

인천 남동구 갑이 지역구인 박남춘 의원 역시 친노 중의 친노로 불린다. 행정고시 출신인 박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박 의원에 대해선 “점잖고 말은 많이 안 하지만 친노 중의 친노”라고 당직자들은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 역시 문 대표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 의원에 대해선 “문 대표 대신 총대를 메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는 2008년 ‘박연차 정·관계 로비 사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지낸 재선의 윤호중 의원 역시 겉으론 잘 드러내진 않지만 친노 세력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3선의 노영민 의원도 친노계이자 핵심 ‘친문(親문재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노 의원은 지난해 12월 초 자신의 의원실에 출판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시집(詩集)을 강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여기에 참여정부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이호철씨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양정철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윤건영 특보 등도 핵심 친노계로 불린다. 이들도 문 대표와 가깝게 지내면서 문 대표의 정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과정에서 문 대표의 ‘배후 그룹’으로 지목됐다. 그러면서 활동 반경이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철·양정철·윤건영 세 사람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상태다. 문 대표에게 자신들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양정철과 소문상 등은 친노이지만 친문재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범(汎)친노 그룹에 포함되면서도 ‘친문’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들은 최재성 총무본부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이다. 경기 남양주 갑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던 최재성 본부장은 이번 총선에선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직자 출신으로 비례대표인 진성준 위원장 역시 ‘문재인 호위무사’라 불린다. 당내에서 두 의원에겐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더민주 원로 그룹에 속한 한 의원은 “최재성 본부장은 논리력과 추진력이 뛰어나다. 현재 당 안팎으로 적(敵)이 많지만 문 대표 입장에선 굉장히 필요한 측근이다. 진 위원장 역시 지략(智略)이 뛰어나지만 추진력 면에선 최 본부장이 더 앞선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친노 그룹으로 김용익·김현·최민희 의원 등도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15명 정도가 ‘신(新)친노 그룹의 핵심’인 셈이다.    

그러면 핵심 그룹을 뒷받침하는 ‘범친노’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 넓은 의미에서 ‘정세균계’와 ‘김근태계’ 인사가 포함된다는 시각이다. 범친노로 추가할 수 있는 정세균계 인사로는 전병헌·강기정·오영식 의원이 대표적이다. 고 김근태 의원의 민주평화통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도 범친노에 포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설훈·이목희·우원식·유은혜 의원 등이 그들이다. 또 시민단체 출신인 남인순·이학영·김광진·장하나 의원도 범친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현재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원로 친노 인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이 밖에 다소 거친 ‘범친노 분류법’도 있다. 현재 야권 내에서 확실한 손학규계와 김한길계, 안철수계, 동교동계를 뺀 나머지를 모두 범친노로 볼 수 있다는 것. 문병호 의원은 “현재 더민주 의원 중 핵심 친노는 10~15% 수준이지만 친노와 힘을 합치거나 지지하는 의원들까지 볼 경우 45%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노 “친노는 ‘노무현 정신’ 계승 못하고 있다”

친노에 이렇게 많은 인사가 포함되면 과연 이들을 아우르는 지향점은 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이 질문에 대해 친노 인사들이 내놓는 대답은 비슷하다. 많은 인사들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친노 인사 77명은 이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2009년 ‘시민주권모임’을 구성하기도 했다.

의문은 다시 꼬리를 문다. ‘노무현 정신’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다. 이 해답을 구하려다 보면 몇 개의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탈(脫)권위’ ‘시민’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신념(바보 노무현 정신)’ 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바꿀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항상 고민했으며 그 답을 시민에게서 찾았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정치를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친노가 비노(非노무현)로부터 비판을 받는 지점은 이 ‘노무현 정신’에서 시작된다. 비노를 비롯한 여당에서도 ‘노무현 정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친노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비노 진영에서 ‘친노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지 못했다’고 보는 이유는 ‘친노 패권주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노가 친노에게 ‘패권주의’라고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공천 과정에서다. 당시 동교동계 원로인 한광옥 전 의원은 공천 심사에 불복해 민주통합당에서 탈당하며 “친노가 패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로부터 친노에게 ‘패권주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친노=패권주의” vs “폐쇄적이지만 패권주의 아니다”

친노로 분류됐던 조경태 의원도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며 “친노 패권주의의 중심에 있었다”면서 “자신에게 반대하면 ‘비노’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패권적 사고를 가진 자들은 한국 정치의 물을 흐린다. 퇴출 대상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문병호 의원은 “(친노 세력에 패권주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 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가 친노 일색이었다. 지역 공천에서도 친노 후보를 위협할 만한 사람을 컷오프로 탈락시켰다”고 주장한다.

안철수 의원도 친노에 ‘패권주의적 모습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가까운 더민주의 한 비주류 의원은 “안 의원은 대단히 친노를 불신한다”면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친노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봤다. 패권적이고 독선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노를 비롯한 정가에서는 친노 세력 일부가 다른 계파에 배타적 태도를 보였더라도 ‘패권주의’로 몰기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대표는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친노 패권주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용익 의원도 “친노에게 폐쇄성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친노 패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문제를 친노 문제로 돌리고 친노가 문제라고 핑계 대려는 ‘친노 환원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민주의 한 비주류 측 인사도 “친노가 ‘벼락출세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정서적인 반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친노에게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는 모습은 다소 과장됐는데, 보수 언론이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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