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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파헤치는 건 좋은데, 하필 죄다 야당만…”

‘도선사협회 입법 로비’ 의혹 본격 수사, 야당 의원들만 대상 논란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1.14(Thu) 17:12:48 |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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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선사협회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12월21일 도선사협회 관계자 1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도선사협회 간부 A씨 등은 2012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법인 자금 2억여 원을 31개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했다. 2015년의 경우 후원 대상 국회의원과 후원 금액까지 지정해 각 지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2014년 7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도선사의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늘리는 도선법 일부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과 박민수 의원(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주도로 발의됐다. 기부금 중 일부는 협회 관계자들의 이름으로 쪼개져 이들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우선 의문이 일고 있다.

검찰이 도선사협회 입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 3명만 대상에 올려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4년 10월 실시된 대한치과의사협회 압수수색 모습. ⓒ 뉴시스

특수 사건만 전담하는 부서에서 수사 ‘주목’

2015년 8월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5 한국농산어촌산업대전’이 열렸다. 도선사협회는 이 행사에 5000여 만원을 후원하고 전시 부스 20개 정도를 할당받았다. 이후 김춘진 의원과 박민수 의원,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완주) 등에게 무료로 제공됐다. 이들 의원은 이 부스를 지역구 업체가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12월21일 이들 세 야당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제3자 기부행위를 제한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중앙선관위 측은 설명한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위해 도선사협회 관계자와 국회의원의 금융 거래 자료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내역도 일일이 확인했다”며 “법인 또는 단체 자금을 쪼개 교묘하게 벌이는 입법 로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야당의 세 의원은 한결같이 억울함을 토로한다. 도선사협회 쪽에서 부스 추천 제안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입법 활동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협회에서 지역의 우수 업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연결만 해줬다. 업체 선정 등의 모든 절차는 군청과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관련 상임위라고 해서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박했다.

공은 검찰에 넘어가게 됐다. 검찰은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배당하는 등 서둘러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특수 사건만을 전담하는 부서다. 즉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에 해당한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파장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에 고발된 의원 세 명이 모두 야당 소속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하반기부터 전 방위적 입법 로비 수사를 진행해왔다. 2014년 8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명칭 개정 입법 로비’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을 기소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사유가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2014년 10월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입법 로비’ 혐의로 야당 의원 13명이 줄줄이 사정 당국의 표적이 됐다. 2011년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들 야당 의원이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3422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는 한 보수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울 성동구 대한치과의사협회 사무실과 주요 간부들의 자택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김세영 전 치과협회장과 정 아무개 정책국장 등 간부들도 차례로 불러 조사를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맞섰다.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문희상 의원은 “의료법 개정은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의료단체의 자정 기능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야당이 고소·고발되면 검찰이 발 빠르게 압수수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야당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종걸 의원은 “어버이연합의 고발장을 보면 국회의원의 이름과 후원금 액수까지 상세하게 집계돼 있다. 서초동(검찰 주변)에는 이번 수사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청와대 개입설까지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야당탄압대책위 위원장(가운데)이 2014년 11월 검찰의 불공정 수사에 항의하며 대검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 뉴시스

총선 석 달 앞두고 또 야당 의원만 수사하나”

검찰은 그해 12월 김세영 전 치과협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불과 세 달 사이에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야당 내부에서 입법 로비 수사를 정치 공세로 밀어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도선사협회 입법 로비 의혹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야당 주변에서는 “입법 로비 수사를 빙자한 야당 의원 죽이기가 또 시작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산어촌산업대전 행사에서 부스를 제공받은 업체들 중에는 여당 의원들의 지역구 업체들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의 경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행사 당일에 축사까지 했다. 오히려 검찰에 고발된 최규성 의원은 도선법 개정안 법안 발의에 사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만 입법 로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4·13 총선을 세 달 정도 앞둔 시점에 야당 의원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뒷말이 더하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런저런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언론에 흘리고 여차하면 기소까지 해버리는 게 그동안의 수사 관행”이라며 “나중에 무죄가 입증되더라도 선거 때는 비리 사범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선관위의 고발 내용에 대해 수사할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왕 입법 로비 비리를 근절하려면 여야 구분 없이 제대로 파헤쳐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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