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부모들의 위험한 도박 ‘아기 매매’
  • 정락인│객원기자 (.)
  • 승인 2016.01.14 18:00
  • 호수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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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부추기는 브로커들 활개…수법 교묘해져 대책 마련 시급

언제부터인가 온라인상에 ‘비밀 입양’ ‘개인 입양’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기거나 불임 부부가 몰래 아기를 입양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돈을 주고 입양을 하면 ‘아기 매매’가 된다. 이렇게 ‘입양’과 ‘매매’는 손등과 손바닥 차이다.

물론 현행법상 개인적으로 아기를 입양하는 것은 불법이다. 돈을 주고 아기를 매매하면 가중 처벌을 받는다. 은밀하게 개인적으로 거래되는 ‘아기 매매’는 그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아기 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기 매매를 부추기는 브로커들까지 등장하면서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거래되는 ‘아기 매매’는 그 규모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도 않는다. ⓒ 시사저널 포토

인터넷은 ‘아기 매매’ 중개 시장

기존에는 아기 매매를 중개하는 ‘입양 브로커’가 흥신소, 조산원, 산부인과, 입양 기관 등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었다. 흥신소는 의뢰인이 아기를 원할 경우 미혼모 등을 통해 아기를 확보한 후 중개해서 수수료를 받았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는 아기를 납치하거나 조산원 등에서 사서 조달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흥신소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다. 아기를 입양시키겠다는 부모와 아기가 필요한 불임 부부 사이에 얼마든지 직거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입양 카페나 포털 사이트 지식인 등에서 입양 관련 글을 검색하면 아기를 입양시키려는 미혼모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밀 입양’ ‘신생아 입양’ 등 아이의 입양을 전제조건으로 ‘사례금’을 요구하고 흥정까지 한다. 인터넷은 아기 매매의 천국이 되고 있다. 아기 매매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15년 11월24일 포털 사이트 지식인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다. 개인 입양 보내기 싫은데 미혼모센터는 일주일간 제가 데리고 있어야 된단다. 그럴 입장이 아니다. 좋은 부모 만났으면 좋겠는데…”라는 글을 올렸다.

사실상 비밀 입양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해당 글 아래에는 “안타까운 일이다. 제가 금전적인 부분을 조금 드리고 싶다”는 답변이 올라왔다. “연락 꼭 주세요”라며 카톡 아이디를 올려놓은 답글도 있다. 십중팔구는 입양 브로커들이다. ‘개인 입양’이나 ‘비밀 입양’을 문의하는 글이나 불임 부부들의 입양을 원하는 글도 적지 않다.

인터넷을 통한 아기 매매가 급증하는 이유는 미혼모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혼모가 출산한 아기가 매년 2300여 명 태어난다. 미혼모 관련 시설에 입소하는 미혼모의 수도 매년 2000여 명에 달한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개되지 않은 잠재 미혼모 숫자를 합치면 이보다 3배는 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혼모의 약 10%가 10대 청소년이다. 미혼모 10명 중 8명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혼모 대다수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이를 숨기고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임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공개보다는 비밀 입양을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간다. 그 창구가 바로 온라인이다.

미혼모가 급증하면서 전문 입양 브로커들도 덩달아 활개 치고 있다. 이들이 돈을 매개로 아기 매매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미혼모들은 당장은 입양을 보내는 데 급급해하지만, 입양 브로커들이 끼어들면서 매매에 나서게 된다.

입양 브로커들의 일과 중의 하나는 인터넷 서핑이다. ‘개인 입양’이나 ‘비밀 입양’ 등의 글을 올려 입양 의사를 밝힌 미혼모들에게 접근한 후 ‘비밀 보장’과 ‘사례비 지급’을 미끼로 유혹한다. 아기가 절실한 불임 여성들에게는 ‘우리가 다 해결한다’며 그 대가로 ‘사례금’을 요구한다.

입양 브로커들은 단순히 먹잇감을 찾아나서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확보를 위해 낚시질을 한다. 입양을 원하거나 입양을 할 것처럼 글을 남긴 후 다리 역할을 맡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개인 입양’관련 글

그리고 양부모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받고 친부모에게는 일정액의 위로금을 준다. 금액은 200만~30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자신들이 챙긴다. 아예 처음부터 돈의 액수를 놓고 친부모와 양부모 간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어떤 친부모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한다. 아기의 출산 예정일과 부모와 아이의 혈액형 등 개인 신상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이 오면 출산일에 맞춰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시킨다. 아이를 낳으면 병원비를 지불하고 아기를 인수한다. 이때 최초 약속했던 사례금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연락을 끊는다. 입양 브로커들은 아기를 인수한 사람들로부터 사례금을 모두 챙기고 친부모에게는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갈취한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에 아기와 브로커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브로커가 입양 조건으로 500만원을 주기로 했으나 병원비와 계약금 200만원만 준 후 아기를 데리고 잠적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아기가 제대로 된 가정에 입양됐는지 아니면 범죄 집단에 넘겨졌는지 알 수가 없다. 아기를 찾을 길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아기의 친부모는 그때서야 ‘입양 사기’를 당한 것을 깨닫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처벌이 두려워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입양 브로커들은 이런 맹점을 잘 알기 때문에 아기 밀매를 해도 꼬리가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충남 논산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 20대 여성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아기 6명을 산모에게 돈을 주고 산 후 키우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다. 임 아무개씨(23)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약 1년간 영아 6명을 20만~150만원을 주고 샀다. 임씨는 ‘아기를 낳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글을 올린 미혼모들에게 접근했고, 아기를 넘기는 대가로 돈을 줬다. 그는 키우던 아기 6명 가운데 2명은 자신의 호적에 올렸고 1명은 이미 출생신고를 한 아이를 데려와 호적에 올리지 않았다.

나머지 3명의 영아 중 1명은 임씨의 고모가 키우고 있었다. 임씨는 2014년 경북 구미에서 60만원에 여자 아기를 데려왔고 고모는 아기를 넘겨받아 자신의 호적에 올려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나머지 2명의 아기는 산모에게 돌려줬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는 임씨의 말이 석연치 않다. 20대 초반의 임씨가 단순히 양육 목적으로 아기를 매매한 것으로 보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다. 여기에 출생신고가 된 아기까지 매매해서 키웠다는 것은 더욱 믿기 힘든 부분이다. 임씨가 입양 브로커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임씨는 친모들에게 건넨 돈에 대해 ‘병원비 명목’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임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후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아기 매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입양’ 글을 남긴 사람 중 상당수는 아이의 친부모나 입양을 원하는 사람을 가장한 ‘입양 브로커’다.

개인 간 거래를 통한 아기 매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때문에 아이가 커서 친부모를 찾을 길이 완전히 막힌다. 양부모에 대한 정보도 알지 못한다. 친부모와 양부모는 연락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교환하지 않는다. 아이가 양부모에게 건네지면 그다음부터는 아이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 브로커들이 연락처로 남겨놓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 또는 카톡 번호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으로 추적이 안 된다.

이럴 경우 아이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도 알 수가 없다.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로 살해되거나 방치돼 죽게 돼도 은폐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장기 적출용’ 등의 명목으로 비밀 입양이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양부모가 아이를 기르다가 장애가 생기거나 심각한 병에 걸리면 유기할 수도 있다. 음성적으로 아이를 입양하려는 사람 중에는 상대적으로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해마다 실종되는 아이는 증가하는데 정작 집으로 돌아오는 숫자는 적다. 분명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범죄 집단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물며 신생아를 범죄에 이용하려는 조직이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입양의 추세를 보면 아동의 90% 이상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부모에게 입양되고 있다. 불임 사실을 숨기고 양자 관계를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는 양부모들 때문이다. 때문에 미혼모나 양부모들은 절차가 까다롭고 신분이 노출되는 공개 입양 대신 비밀 입양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양 기관에서는 양부모가 원하면 ‘비밀 입양’을 보장하고 있다. 친부모임을 증명할 수 있는 행정 서류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다만 이런 ‘제도권 입양’은 입양 기관에 일정한 근거가 남고 정부 통계에도 잡힌다.

관련 전문가들은 입양 기관을 통해 자격이 검증된 사람에게 합법적으로 아기를 입양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양 전문 기관에서도 ‘개인 입양’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양 기관에서도 얼마든지 비밀 유지가 가능하고 아이를 검증된 양부모에게 입양시킨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형 입양 기관에서는 전국에 미혼모자센터를 설치하고 산후 조리와 해산급여금 지원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입양’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개인과 개인 간에 이뤄지는 ‘비밀 입양’을 막을 수가 없고, 돈으로 거래되는 ‘아기 매매’는 더욱 활개를 칠 것이 빤하다. 입양 브로커들의 수법도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신생아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버려지는 신생아는 200명 내외다. 대부분 미혼모가 갓 태어난 아기를 버리는 경우다. 여관·화장실 등에서 출산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아기를 길거리에 유기한다. 갓 태어난 영아에서부터 신생아, 유아까지 쓰레기처럼 마구 버려지고 있다. 심지어 탯줄이 달려 있는 영아를 건물 화장실, 담벼락 밑, 도로 옆, 여관방 등에 버린다.

부모들이 아기를 버리는 이유는 양육 포기, 어려운 가정 형편, 미혼모, 장애아 등으로 파악된다. 심지어는 아기를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현행법상 젖먹이인 유아를 유기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또 이 죄를 범해 아기를 다치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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