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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과의 대화] 교사자와 실행자의 은밀한 ‘살인 거래’

“평생 못 나오는 곳에 넣어달라”민간환자 이송업체 직원에게 前 남편 청부 살해

배상훈 |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프로파일러) ㅣ . | 승인 2016.01.14(Thu) 18:05:40 |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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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오상민

지난해 12월 재산분할 소송 중인 전 남편을 청부 살해한 60대 여성 등 일당 4명이 사건 발생 19개월 만에 경찰에 검거돼 구속됐다. 이른바 ‘천안 청부 살인 사건’이다. 살인 의뢰자 A씨(63)는 2014년 4월3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카페에서 민간응급환자 이송업체 직원 C씨(36)를 만나 자신의 전 남편 B씨(71)에 대한 청부 살인을 의뢰했다. 아무도 모르게 전 남편을 평생 못 나오는 곳으로 넣어달라는 의뢰와 함께 사례비로 5000만원을 약속했다. 이에 B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D씨(47)에게 살인을 재의뢰했고 D씨는 E씨(39)를 범행에 가담시켰다. 결국 이들은 2014년 5월12일 오전 3시쯤 서울 송파구 B씨의 집 근처 도로에서 B씨를 승합차에 태워 납치한 후 오전 5시쯤 경기도 양주의 야산에서 얼굴을 테이프로 묶어 질식해 숨지게 한 후 시신을 암매장했다. 범행 후 A씨는 C씨를 통해 D씨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고 D씨는 이 중 1400만원을 E씨에게 줬다.

2014년 1월에는 이른바 ‘공연예술가 청부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교사자 K씨(42)에게는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K씨는 2012년 사실혼 관계에 있던 유명 공연예술가 L씨로부터 외도 등을 이유로 결별을 통보받으면서 매달 70만원씩 총 7000만원의 위자료를 주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K씨가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위자료 지급이 어려워지자 심부름센터 직원 3명에게 1000만원을 줄 것을 약속하고 L씨를 폭행하도록 사주했다. 사건은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L씨를 지방 모처로 납치해가던 도중에 발생했다. 경기도 용인휴게소에서 달아나려는 L씨를 붙잡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이다. 범행을 실행한 심부름센터 직원 3명에게는 각각 징역 25년, 징역 13년,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금전·원한·치정이 살인의 3대 동기

‘청부 살인’ 혹은 ‘살인 청부’는 정식 죄명이 아니다. 형법 제250조 살인죄와 제31조 교사죄(敎唆罪)가 합쳐진 것인데 관행적으로 ‘청부 살인의 죄’라고 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교사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형법에서는 교사죄의 경우 실제 실행한 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그 세부적인 양형은 별도의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른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서울시의원 G씨의 살인 청부 사건을 들 수 있다. 실제 살인을 실행한 P씨는 징역 10년, 살인교사자 G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던 ‘영남제분 사모님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의 경우 실행자와 교사자 2명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통적으로 자연인 개인이 다른 자연인 개인에게 벌이는 ‘살인’의 3대 동기로 ‘금전’ ‘원한(분노)’ ‘치정(성적 욕구)’이 거론된다. 여기에 이상 동기 혹은 사회적 동기가 추가돼 4가지 정도가 살인의 주된 동기로 언급된다. 직접 살인을 행하든 누구에게 교사하든 간에 이 4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유로 암살을 하는 경우는 그 주체와 대상이 자연인 개인이 아니므로 다른 차원의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청부 살인을 구성하는 요소는 교사자의 의도와 실행자의 이득, 그리고 둘 사이에 신뢰를 강제할 수단을 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대목은 교사자가 대상을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왜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타인의 손을 빌리려고 하느냐다. 많은 경우 교사자의 개인적인 여건 즉 자신이 육체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거나 노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을 대신해 누군가를 죽여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다음 이유로는 육체적인 힘은 있지만 살인을 실행할 특정 수단을 찾기 어렵거나 대상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경우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살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방법이 필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볼 때 교사자의 여건에 따라 실행자는 신뢰할 수 있는 주변인이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제3자가 될 수 있다. 서울시의원 G씨 사건과 영남제분 사모님 사건 등은 전자에 해당되고, 공연예술가 L씨 청부 살인 사건은 후자에 해당된다. 실행자가 추구하는 이득에는 교사자가 제공하는 현재의 이득이거나 미래에 가질 수 있는 이득 모두가 해당된다. 그 형태는 대부분 금전적인 이득일 때가 많다. 교사자가 살인을 의뢰하는 제3자의 경우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킬러는 아니다. 돈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동네 조폭이나 심부름센터 직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 요소는 교사자와 실행자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수단 문제다. 교사자와 실행자를 연결해주는 수단은 신뢰인데, 이 신뢰는 주변인이든 제3자든 결국 돈과 연결된다. 돈이 서로의 관계를 강제하는 수단이 되고, 그래서 청부 살인의 마무리가 지저분해진다. 실행자들 사이에 내분이 생겨 서로 신고하거나 혹은 교사자를 협박해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청부 살인의 특징은 교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욕망과 행위가 단절된다는 점이다. 실행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둘 사이에 교묘한 거래가 성립되는 것이다. 전자는 목적은 있는데 수단이 비어 있고 후자는 수단은 있는데 목적이 비어 있다. 목적과 수단이 불균형하다면 그 사건은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의원 G씨 사건의 경우 실행자 P씨가 가지고 간 범행 도구는 살인을 저지르기에 다소 부적합한 손도끼와 전기충격기였다. 범행의 목적과 수단이 균형을 가지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영남제분 사모님 사건의 경우에도 범행 수단으로 공기총이 사용됐는데 피해자의 얼굴에다 직접 격발을 했다고 한다. 이 경우도 목적과 수단이 다소 불균형하다. 이런 사건들이 청부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청부 살인에 대해 많은 경우 일종의 오해를 하는 대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청부 살인을 실행하는 사람은 직접적인 죄책감이 없기 때문에 쉽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일견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이 모르는 제3자를 죽이는 행위의 경우 직접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 쉽게 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범행 당시에는 쉽게 찌르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모르는 사람을 살해한 실행자 대다수가 두고두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청부 살해’에 가담한 전·현직 민간구급센터 직원 등 3명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이혼 후 재산분할 소송 중인 전 남편을 살해해달라는 60대 여성의 의뢰에 따라 돈을 받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연합뉴스

돈이 사람 목숨 사고파는 세상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실행자가 전문적인 킬러인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 실제 그러한 킬러는 거의 없다. 대부분 돈이 필요하거나 교사자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심각한 곤란을 겪기 때문에 살인에 나서는 이른바 ‘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청부 살인의 실행자들은 대부분 자수하거나 자살하거나 기타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러한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교사자에게 추가로 더 많은 금전적인 이득을 요구하게 된다.

그렇다면 교사자는 어떨까.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교사자가 비교적 약자인 경우 자신이 직접 살인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갖게 된다. 자신이 능력만 있다면 살인을 직접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교적 강자인 경우는 다르다. 비슷한 상황에 닥치면 청부 살인이라는 수단을 또 동원할 것이다. 그에게는 이미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무시할 만큼 인간성을 상실한 상태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청부 살인도 직접 살인 못지않게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범죄다. 문제는 심부름센터나 민간구급차 직원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알바생들과 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들이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청부 살인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 기제(機制)는 단순하다. 심부름센터에서 일하면서 사장이 “사람 하나 혼내주는 일”이라면서 데려간 것이 청부 살인의 시작일 수 있다. 운전을 해주거나 망을 봐주거나 피해자 몸을 잡아주는 일만 해도 청부 살인의 공범이 된다. 칼로 찌르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테이프로 입을 막았는데도 사람이 죽었다면 청부 살인의 실행자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회다. 돈이 사람의 목숨을 사고파는 세상, 그게 제대로 된 사회는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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